제25호 2014년 6월호 편집자의글

[ 발행인의 편지 《살림이야기》를 월간으로 재창간하며 ]

함께 둘러앉을 밥상을 차리듯

글 이상국 발행인

 

《살림이야기》 독자 여러분,


1986년 서울 제기동에 꾸린 작은 쌀가게 ‘한살림농산’이라는 씨앗으로부터 움터 자라난 한살림은 2014년 어느덧 43만여 세대 소비자 조합원과 2천200세대 생산자 회원이 함께하는 우리나라 협동조합운동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2013년만 해도 하루 평균 137가구가 매일 한살림에 새로 참여했고 해마다 생산농가 수는 4%, 생산면적도 10%씩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한살림은 이제 우리나라의 생명농업을 지키고 돈과 이윤만을 좇는 시장체계를 넘어 도시와 농촌이 서로 의지하고 함께 사는 길을 찾는 대안적인 운동으로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한국의 유기농지는 조금씩 늘어났다고는 해도 전체 농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유기농지는 전체 농지의 1%에 지나지 않습니다.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초국적 농업회사들이 농약이나 제초제, 유전자조작 종자를 써서 때깔만 예쁜 먹을거리를 쏟아내고 있지만, 나와 가족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은 본능적으로 좀 더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한살림과 같은 생협을 찾습니다. 한살림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물품을 한두 번 이용하다보면 이 ‘건강한’ 먹을거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누가 생산하는지, 어떻게 키워졌는지 점차 이해하게 됩니다. 내 생명, 내 가족의 생명을 살리려니 내 옆 사람의 생명, 생산지의 생명, 지구 생태계의 수많은 생명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한 끼 밥상을 건강하게 차리기 위해 먹을거리를 고르는 손길 하나하나가 바로 온 생명을 살리는 첫 실천입니다.

 

한살림은 2008년, “한살림 안팎의 더 많은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순리에 맞게 살아가는 땅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도서출판한살림을 설립하고 생활문화계간지 《살림이야기》를 발행하기 시작해 지난봄까지 6년 남짓 동안 24권을 펴냈습니다. 계간지 《살림이야기》는 매호 생명농업, 건강한 밥상, 탈핵과 재생에너지 등 생명살림과 대안적인 삶에 대한 심층 특집을 중심으로 발행되어 관련 콘텐츠를 집적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게 했지만,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고 사회적으로 파급력을 넓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제 기왕의 성과를 이어가면서 한편으로는 더 많은 독자들과 조금 더 시의성 있는 내용으로 발 빠르게 만나주기를 바라는 안팎의 요청에 따라 《살림이야기》는 2014년 6월부터 월간지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입니다. 한살림 조합원들,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은 독자들 모두가 《살림이야기》를 통해 소통하며 더 많이 이 길에 함께하기를 기대합니다. 한살림 조합원들은 물론이고, 한살림이 문명위기의 시대를 내다보고 생명살림의 길을 개척하며 걸어온 과정을 이해하는 시민들께서도 《살림이야기》를 꼭 만나주시기를 바라면서, 매월 정성껏 밥상을 차리듯 《살림이야기》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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