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창간준비호 2014년 5월호 [특집] 특집-다른생각 다른농사 다른밥상

[ 다른밥상 ]

다르게 먹는다 건강하게 산다

글 이선미 편집부

다른 밥상은 마블링이 좋은 소고기, 설탕처럼 단 딸기 등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 입에 좋은 ‘맛’보다는 몸에 좋은 ‘건강’을 중시한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와 우리 사는 세상의 ‘생명’에 의미를 둔다.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베란다 상자텃밭에 방울토마토를 길러도 좋고, 농민장터에 가서 내일 먹을 양파를 사도 좋다. 대형 할인마트 대신 생협 매장에서 장을 보고, 한 달에 한 번은 고기를 구우며 외식하기보다 집에서 채식을 해보면 어떨까? 밥상에 대해 무신경했다면 아주 작은 것부터 눈여겨보는 것이다. 모든 거대한 변화는 작고 불완전하게 시작했음을 기억하면서. 다르게 먹고사는 삶이 여기 있다.


현미밥에 채소만, 밀가루는 아예 끊어

경기도 안성에 사는 이경희 씨는 2012년부터 현미채식으로 밥상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나는 고기를 좋아해서, 고기를 한참 안 먹으면 구역질이 나는 것처럼 입맛이 싹 없어졌어요. 그래서 고기 안 들어간 걸 못 먹었어요. 조미료 넣는 것처럼 고기로 맛을 내야 먹었었죠. 아이스크림도 좋아해서 열 개, 스무 개씩 한꺼번에 사다가 그냥 먹었고요. 빵 좋아하고, 떡도 좋아하고, 국수도 좋아하고. 나쁜 음식은 다 먹었어요, 내가.”
처음에는 불어난 살 때문이었다. “2012년에 살이 70kg까지 쪘어요. 난 원래 몸집이 작아서 첫 아이 낳을 때까지는 몸무게가 42kg밖에 안됐었는데. 둘째를 낳고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는데 조절이 안 되더라고요.”
먹거리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아예 안 먹거나 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조금 빠졌나 싶던 살은 금세 도로 찌고, 요요현상은 점점 심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운동하던 사람이 홀쭉해져서 왔다. 어떻게 살을 뺐냐고 물으니 안성의료생협에서 운영하는 건강실천단에 참여했단다. 당장에 달려가 등록을 하고 현미채식을 시작했다.
“현미밥에 채소만 먹는 거예요. 간은 싱겁게 하고. 고기, 생선은 물론 달걀, 유제품도 먹지 않고요. 무엇보다밀가루를 다 끊었어요.” 집에서 혼자 하기로 했다면 아마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럿이 함께 매주 몸무게를 재고 무얼 먹었는지 점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색깔별로 생채소를 준비해 쌈을 싸 먹는다. 몸에 좋은 것은 물론, 보기에도 예쁘다.(위) 이경희 씨는 매일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꼼꼼히 기록했다. 저울로 일일이 무게도 달아 먹을 만큼 식단을 철저히 관리했다. 밥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무척이나 건강해졌다.(아래)



현미밥은 한번에 150g, 밥그릇의 2/3 정도 먹는다. 쌈을 쌀 때는 한 번에 채소 한 장만 먹는 게 아니라 여러 장을 포개고 밥은 조금만 넣는다. 푸른 채소를 먹기 힘든 겨울에는 김, 물미역 등 해조류를 많이 먹는다. 기름 바른 김은 안 되고 날김을 구워서 먹는다. 나물 만들 때는 효소 담은 것을 쓴다. 음식을 볶을 때는 기름을 많이 넣지 않고 물을 조금 넣는다. 국은 밥상에서 아예 없앴다. 양파, 버섯, 두부를 많이 넣은 된장찌개를 끓여서 건더기만 건져 먹고 국물은 먹지 않는다.
처음에는 정말 맛이 없었다. 그런데 자꾸 먹다 보니까 이게 원래 음식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이 되니까 전에 먹던 걸 다시 먹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다. “안 먹으니까 되더라고요. 내가 원래 음식만 먹으면 커피로 입가심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커피 대신 견과류가 든 율무차를 마시죠.”


직접 기른 채소 먹으면서 건강도 좋아져

처음 현미채식을 시작할 때, 이 씨는 5kg만 빠져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달도 안 지났는데 5kg이 빠졌다. 두 달간의 실천단 활동이 끝난 후에는 10kg 넘게 빠져 있었다. 몸이 가벼워지니 관절이 나빠서 조금만 서 있어도 발목이 퉁퉁 붓던 것도 좋아졌다.
단순히 살만 빠진 게 아니었다.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 머리까지 벗어지면 어떻게 하나 싶을 정도로 머리카락이 다 빠졌었어요. 그런데 머리가 다시 났어요. 또 늙으면 살비듬이 떨어지고, 안 씻은 사람마냥 피부가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요. 그게 부끄러워서 어디 가면 손을 감추고 그랬다고. 근데 피부가 마르는 것도 없어졌어요. 눈이 항상 짓무르고 건조증 때문에 안약을 넣던 것도 이제는 안 그렇고. 굉장히 젊어진 느낌이에요.” 그뿐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혈압이 상당히 높아서 혈압약을 하루 한 알씩 먹었다. 식단을 바꾼 후로는 혈압이 떨어져서 전보다 순한 약으로 바꾸었다.
끼니마다 밥상에 오르는 각종 채소들은 직접 길러 먹는다. 비료는 전혀 쓰지 않는다. “뒷마당에 일곱 가지 쌈채소를 꽃처럼 길러요. 나물은 집 근처에서 캔 것들이고요. 덕분에 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몰라요. 젊고 건강한 사람도 나 같은 변은 못 볼 거예요. 우리 딸도 나 때문에 채식을 많이 해서 속이 정말 좋아졌다고 해요.”


학부모도 아이들도 만족하는 친환경 학교급식

서울 독산고 급식위원회에서 학부모위원으로 활동하는 강혜승 씨는 친환경 학교급식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2010년 우리 딸이 고등학교 1학년일 때부터 학교에서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통해 식자재를 받아 급식을 했어요. 그러면서 아이들 급식 만족도가 15% 이상 올라갔지요. 예전에는 아이들이 김치를 거의 안 먹고 버렸었는데 요즘에는 김치가 모자라다고 해요. 중학교에서 올라온 애들도 급식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하고요.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이렇게좋은 급식을 먹느냐고 놀라요.”
실제로 2012년 건국대에서 서울시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 8,429명, 학부모 7,183명, 교직원 2,6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친환경 식재료 사용이 학생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응답은 83.5%로 나타났으며, 특히 학부모의 긍정적인 응답률은 91.0%로 나타났다.
“저도 학교급식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이죠. 그런데 초등학생 때까지 급식을 잘 먹던 우리 큰 애가 중학교에 가서는 밥을 안 먹고 오는 거예요. 너무 맛이 없다고. 그때아이네 학교는 위탁급식이었거든요. 그래서 직영급식으로 전환할 때 급식위원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신청했어요.”
그때부터 아이들이 뭘, 어떻게 먹는지 눈이 뜨였다. 위탁급식은 학교와 식재료 공급자 사이에 중간업자가 있어 이익을 남길 수 밖에 없지만,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통한 직영급식은 운영비용을 빼고는 모두 아이들에게 가게 되어 질이 달랐다. 학교급식이 학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활동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단절된 먹을거리는 생산자, 소비자 양쪽에 부정적이다. 생산자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데만 신경을 쓸 것이고 소비자는 그런 생산 과정을 알지 못한 채 먹을거리를 소비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가까운 곳에서 누가, 어떻게 길렀는지 알 수 있는 먹을거리를 먹어야 하는 이유다.


학교급식은 아이들 건강권이 걸린 문제

“엄마들이 임산부일 때는 먹을거리에 굉장히 신경 쓰면서, 막상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먹는 것에 관심을 안 가져요. 아이들한테 공부만 잘해라 하고 김밥, 햄버거 같은 걸로 때우게 하는 거예요.” 강 씨는 친환경 먹을거리를 통해 아이들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급식에서 건강한 입맛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채소 정말 안 먹거든요. 그런데 어려서 먹어봤던 애들, 채소를 직접 길러보고 접해봤던애들은 먹어요.”
그래서 강 씨는 최근 정치적 이념에 따라 친환경 학교급식을 쟁점화하는 데 화가 난다. 서울시의 경우 친환경 학교급식을 후퇴시키는 정책들을 만들고 ‘농약은 과학이다, 농약을 잘 씻어 먹으면 친환경 식재료보다 훨씬 낫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어 걱정이 크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야지만 그 안에서 건강한 밥, 건강한 급식이라는 개념이 나오겠죠. 아직까지는 먹는다는 게 배고픔을 채운다는 정도의 개념인 것 같아요. 학교급식이 단순한 한 끼 밥이 아니라 아이들 건강권이 걸린 문제라는 걸 알았으면 해요.”


다른 밥상의 조건


➊ 제철에 난 가까운 먹을거리로

마당에서 갓 뜯어온 상추와 머윗잎보다 더 싱싱한 게 있을까? 채소를 직접 길러 제철에 난 가까운 먹을거리를 먹는 것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생산지가 가까우면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유전자조작작물(GMO)을 기를 수 없는 만큼 GMO의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전 지구적으로도 좋다. 농작물이자라는 과정에서 아무리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다고 해도 장거리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보존처리를 할 수밖에 없고, 포장재와 화석에너지도 많이 든다.
가까운 먹을거리는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 역시 중요하다. 채소를 직접 길러먹을 수 없다면, 적어도 누가 어떻게 키워냈는지 제대로 알 수 있는 ‘얼굴 있는’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게 좋다.


➋ 직거래한 먹을거리로

중간에 유통업체가 개입하면 할수록 생산자에게 돌아갈 몫이 작아지고, 소비자는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식재료를 살 때 지불하는 돈이 농민에게 많이 돌아갈수록 농민의 생활이 안정되고, 지속적으로 좋은 농작물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친환경 직영급식은 지역의 생산체계를 바꾸고 농민이 직접 식재료를 공급하는 제2의 직거래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직거래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언제는 납품하고, 언제는 납품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소비되어야 제대로 생산될 수 있다.


➌ 친환경 먹을거리로

‘유기농’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먹을거리는 농약과 제초제, 화학비료를 대량으로 쓰지 않아 토질을 보전하고 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농사지은 것이다. 소위 돈 있는 사람들의 ‘웰빙음식’이 아니라 건강한 음식, 환경과 우리 모두를 살리는 음식이다.




채소를 직접 길러 먹음으로써 음식이 생산되고 준비되는 과정을 경험한다.(위) 건강과 생명에 가치를 두고 먹을거리를 사는 일에는 더 많은 돈과 수고가 든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소비가 아닌 넓은 의미에서 건강을 위한 투표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단순히 번거롭게만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아래)


➍ 채식 위주로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에 따르면 “씨를 제외한 식물성 음식은 다른 어떤 음식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다. 따라서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면 칼로리를 덜 섭취하게 된다.”고 한다. 배추, 상추, 깻잎 등 잎채소는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다.
오늘날 육류소비량을 감당할 수 있는 건 공장식 축산업 덕분이다. 옥수수 사료를 먹고 좁은 축사에서 자란 동물의 고기가 우리 몸에 좋을 리 없다. 또한 동물들을 키우는 데는 엄청난 곡물이 소모된다. 소고기 450g을 생산하는 데 약 2kg의 곡물이 필요한 데 대해 김철규 고려대 교수는 “육류를 많이 먹으면 생태적으로 문제가 많고, 특히 소고기는 정말 생태계에 나쁜 고기”라고 말한다. 고기를 아예 끊기 어렵다면 절제해서 먹기로 하자.


➎ 손수 차려서

시중에 판매되는 가공식품은 대부분 수입농산물이 원료로, 원료의 질을 알 수 없고 GMO 위험도 있다. 가까운 먹을거리로 손수 차려 먹는 밥은 수입 농산물로부터 안전성이 높고, 식품첨가물이 들어갈 걱정도 없다. 또 외식문화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가 크게 늘었는데, 직접 만들어 먹고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면 쓰레기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
《조화로운 삶의 지속》에서 헬렌 니어링은말한다. “스스로 밥상을 차려라. 되도록 날로 먹어라.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소박한 음식은 가공하지 않은 것이고, 밭이나 나무나 풀밭이나 숲에서 곧장 가져온 것이고, 영양소가 그대로 온전하게 간직되어 있을 때 날로 먹는 것이다. 이것이 살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영양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좋은 먹을거리이다.”



참고도서
강양구·강이현 《밥상혁명》
김선미 《살림의 밥상》
김은진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
마이클 폴란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
헬렌 니어링 《조화로운 삶의 지속》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