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호 2014년 봄 살림,살림

[ 궁금해요: 전자책 초보자를 위한 길잡이 ]

종이책이 아니어도 괜찮아

글 김류미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 책을 사러 들어가면, 요즘 가장 위에 뜨는 상품은 바로 ‘전자책 단말기’이다. 대부분의 서점이 자사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전용 단말기를 판매하고, 읽는 방법을 열심히 안내한다. 아직은 종이책이 좋지만, 전자책의 시대가 필연적으로 올 것 같기는 하다. 책장에 읽지 않은 책이 쌓이고 아이들 책이 늘어갈수록 이사 때마다 책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그렇다면 궁금한 건 단 하나! 전자책 읽을 만할까?

 

미국에서는 특별한 날에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선물

최근 국내 출판시장과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는 ‘아마존은 한국에 들어오는가? 들어온다면 언제 들어오는가?’이다. 아마존은 익히 알려진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다. 온라인 도서 판매로 시작해 ‘없는 것이 없이 다 파는’ 판매 사이트를 만든 CEO 제프 베조스는 2007년 ‘킨들’이라는 독보적인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내놓으며 전자책 시장의 일인자가 되었다. 킨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전자책 단말기로, 미국에서는 밸런타인데이 등 특별한 날에 주고받는 선물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애플이 대항마로 아이패드와 함께 ‘아이북스’라는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고, 세계 전자책 시장은 구글 - 아마존 - 애플의 삼국시대가 된 듯했다. 그리고 독자들은 각 기기에 맞춰 전자책을 사보기 시작했다.

넓은 의미에서 전자책은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해 전자 기록 매체나 저장 장치에 저장되어 유무선 정보통신망을 통해 컴퓨터나 휴대 단말기로 내용을 읽고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한 디지털 도서”를 총칭한다. 초기 전자책은 컴퓨터나 일부 피디에이로 읽을 수 있었는데 이때만 해도 네트워크 불안, 불법복제방지 기능(DRM) 호환 및 가독성 문제 등 때문에 일부 얼리어답터와 마니아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리고 2010년 아마존은 종이책보다 전자책이 더 많이 판매된다는 발표를 내놓기 이른다.

 

멀티미디어도 작동하는 세계 표준 규약 이펍

전자책의 형태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우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되는 ‘앱북’이 있다. 국내에서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앱이 화제를 모았다. 두 번째로는 요리책처럼 디자인에 변화가 많고 레이아웃이 복잡한 책을 PDF로 제작한 ‘PDF전자책’이 있다. 세 번째는는 우리가 서점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이펍(EPUB)전자책’ 이다. 요즘에는 전자책이라고 하면 이펍전자책을 가리키기도 한다. 여기서 EPUB이란 국제전자출판포럼(IDPF)이 2007년 산업 표준으로 제정한 전 세계 전자책 규약이다. 어느 기기에서 보더라도 텍스트 줄 바꿈이 자연스럽게 되는 게 특징이다. 현재 채택된 EPUB 3.0에서는 PDF, 플래시, 애플리케이션, 멀티미디어 전자책을 만들고 전자책 상점에 유통할 수 있다.

이펍전자책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뷰어(전자책을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 전자책 서비스 중 독자가 직접 전자책을 읽는 환경)’ 앱으로 보거나 전용 흑백 단말기로 본다.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된 한국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는 것이 매우 쉽고, 멀티미디어 전자책도 지원된다는 장점이 있다. 전용 단말기는 눈이 피로하지 않아 장시간 독서를 즐길 수 있으며 독서 외의 기능이 많지 않아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EPUB으로 제작된 전자책이 ‘읽기엔 별로더라’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 국내 전자책 전용 단말기들은 오랜 시간 국내 전자책 표준이 없는 상황에서 회사마다 각자의 양식에 따라 ‘뷰어’를 만들어왔다. 외국 전자책 업체들이 EPUB 3.0을 적용한 깔끔한 뷰어를 제공하는 동안 한국 업체들은 EPUB 2.0 뷰어로 내용을 거의 그대로 보여주기 바빴다. 전자책이 그냥 ‘텍스트 파일’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의 전자책 출판사들도 해외 수준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으며 전자책을 직접 판매하는 등 상당한 수준으로 제작하고 편리하게 유통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리고 서점에서 사서 읽는다

전자책도 종이책처럼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 있다. 한국 최대 전자책 도서관인 ‘경기사이버도서관’을 비롯해 각 지자체에서 전자책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나 기업에서도 전자책 도서관을 운영한다. 도서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하여 PC에 전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거나 전용 단말기를 빌려 정해진 기간 동안 전자책을 대출하여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받는 방식이다. 저렴하고 시행착오 없이 전자책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신간들도 빠르게 도서관에 공급되고 있다. 북큐브, 에피루스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전국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열람할 수 있다. 인터넷 서점의 유료 대여 서비스도 있다. 교보문고 전자책 대여 서비스인 ‘샘’은 12개월 약정으로 한 달에 9천900원씩 내면 3권, 3만2천 원에 12권의 전자책 이용권을 판매한다.

전자책을 사서 읽는 방법은 더욱 간단하다. 대부분의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 전문 서점들은 스마트폰 뷰어 앱을 제공한다. 아이폰의 경우 앱 내 결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모바일 페이지나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을 결제하고 앱에서 다운받아 읽으면 된다. 현재 국내 전자책 전문 서점 중 1위 업체는 리디북스로, 뷰어의 기술적 구현도나 고객 서비스 응대, 신간 보유량이 다른 서점에 비해 월등하여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쓸 만한 전자책 전용 단말기는 10만 원대면 구입할 수 있는데, 교보문고의 단말기 샘은 24개월 약정으로 도서 구매권과 묶어 할인 판매도 한다. 국내 단말기 가운데 인기가 있는 제품은 샘 외에도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인터넷 서점(유통회사) 세 곳이 함께 만든 ‘크레마’이다. 단, 크레마는 볼 수 있는 전자책이 더 많다거나 DRM이 호환되는 등의 장점은 없다.

현재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거의 모든 서점이 스마트폰 뷰어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전자책을 읽기 위해서 꼭 전용 단말기를 살 필요는 없다. 다만 글자 크기를 키워 읽을 수 있고 독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용 단말기가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 40대 이상의 전자책 단말기 이용 비율이 상당히 높다.

 

전자책을 고를 때 베스트셀러 순위를 참고한다

전자책 서점에서 매출이 높은 분야는 장르·무협·로맨스 소설 등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등 성인 여성을 겨냥한 로맨스 소설이 영미권이나 한국에서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책장에 꽂아두기에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시각적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책이라는 독자의 생각에 전자책이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의 또 다른 용도다.

나는 전자책을 월 2~3권 정도 사서 읽는 편인데, 주로 종이책을 소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유행에 맞춰 꼭 봐야할 책들을 골라 스마트폰에 넣고 이동하며 읽고는 한다. 특히 여행을 앞두고 스마트폰에 전자책을 왕창 넣어 두는 편이다. 전용 단말기를 갖고 있지만 특별한 경우나 외서를 볼 때만 사용하고, 주로 스마트폰으로 출퇴근길에 이동하며 읽는 편이다.

최근 베스트셀러를 노리는 책들은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소설과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의 경우 신간이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다만 구간의 제작·판매는 아직 미미하다. 작은 출판사보다는 큰 출판사 책, 구간보다는 신간, 번역서보다는 국내서가 전자책으로 많다. 한편 일본 소설이나 영미권 구간은 전자책으로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 한국의 저작권 관리 방식에 대해 신뢰도가 높지 않아 외국의 저작권자들이 전자책에 대한 추가 계약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읽을 만한 전자책’을 고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베스트셀러 순위를 참고하는 것이며, 또 한 가지는 전자책 제작 수준이 괜찮고 책도 괜찮은 출판사를 골라 그 출판사 책을 더 찾아보는 방식이다. 보통 한 출판사의 전자책 사업은 일관성이 있기 때문에 취향에 맞는 책을 발견하게 되면 그곳에 좋아할 만한 책이 많을 것이다.

 

유기농·환경·채식 전자책이 풍부한 아마존

《살림이야기》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유기농, 환경문제, 채식 등에 대한 전자책들이 외국에는 무척 많은 편이다. 원서를 읽을 수 있고,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직접 찾아 읽고 싶다면 아마존 사이트에 가보면 좋다. 아마존에는 거의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제공되며 읽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용 단말기인 킨들을 이용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에 킨들 앱을 설치해 읽는 것이다. 하나의 전자책을 사면 두 가지 방법으로 모두 읽을 수 있다.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단말기인 킨들은 눈이 피로하지 않기 때문에 정독할 수 있다. 주로 집에서 소파나 자기 전 침대에서 애용되며 후면조명 기능이 있어 밤에도 읽을 수 있다. 반면 스마트폰은 작고 가벼우므로 이동 중에, 잠깐씩 사람을 기다리며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킨들 중 ‘페이퍼화이트’ 이후 기종은 종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잉크 패널을 탑재해 “종이책 독서와 가장 유사한 독서 경험”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현재 킨들용 한국어 전자책은 소수이므로 원서 또는 자신이 가진 문서를 보는 용도로만 쓰이곤 한다. 그래서 아마존의 한국 진출을 기다리는 전자책 독자들도 많다.

 

읽는 즐거움이 더 중요한 독서가들에게 실용적

‘2012년 전자책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독서 인구 중 전자책을 1년 동안 1권 이상 읽은 사람은 15%, 연평균 전자책 독서량은 10.8권이었다. 실제로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전자책을 읽는 것이다. 읽는 매체로는 스마트폰이 41%로 가장 높으며, 노트북 컴퓨터 38%, 타블렛 PC 11%였으며 전용 단말기는 2.3%에 지나지 않았다.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전용 단말기로 전자책을 읽은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스마트폰 뷰어 앱이 먼저 정착했기 때문이다.

각 온라인 서점은 매출 증대를 위해 전자책을 밀고 있으며, 책을 사면 전자책을 다운받을 수 있는 응모권을 주는데 당첨 확률도 높다. 또 리디북스나 예스24에서 《이문열의 삼국지》나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등 장편이나 전집류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전자책은 넘쳐나는 서가보다 ‘읽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독서가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내 손안의 책장! 전자책을 어서 경험해보자. 버리는 책, 넘쳐나는 책을 한 번에 정리하고 책을 읽는 또 다른 습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자책 서점 사이트

전자책 서점 인터넷 주소 특징 전용 단말기
아마존 www.amazon.com 세계 최대의 전자책 서점 킨들
리디북스 ridibooks.com 전자책 전문 서점  
교보문고 www.kyobook.co.kr 유료 대여 서비스
예스24 www.yes24.com 시리즈 구성 예스24 에디션 크레마
알라딘 www.aladin.co.kr 아이패드 전자책 패키지 크레마
반디앤루니스 www.bnl.co.kr 출판사 브랜드 분류 크레마
인터파크 book.interpark.com 유료 대여 서비스 비스킷

 

↘ 김류미 님은 출판 마케터와 인터넷 서점 구매 담당자를 거쳐 지금은 출판사 편집자로 즐겁게 책을 만들며 출판 팟캐스트 <두 여자의 꽃놀이패>를 진행하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다양한 퍼블리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전자책그룹 디펍의 운영자이며 <한겨레>, <경향신문> 등에 칼럼을 쓰는 2030 세대론 칼럼니스트입니다. 쓴 책으로는 《은근 리얼버라이어티 강남소녀》, 《한국 전자출판을 말하다》(공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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