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호 2014년 봄 살림,살림

[ 살림이 읽은 책《그대는 바람, 나는 불》 ]

나는 하잘것없는 존재입니다

글 류하

 

벗에게

깊은 밤, 하늘을 봅니다. 사위는 고요한데, 별 하나 반짝이며 내게 묻습니다.

“너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불확실한 것이 우리네 인생인데, 여전이 어 리석은 우리는 오늘을 살지 못하고,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에 붙들려 살고 있습니다. 과거의 기억이 남긴 상처와 괴로움, 슬픔과 기쁨, 추억 같은 것들에 붙들려, 또한 그런 기억과 길들여진 습관으로 인해 ‘지금·여기’에 있지 못합니다.

 

미래라는 것은 사실 정확히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시 간인 미래란 오늘·여기에서만 실존할 수 있는 우리네 인생들에겐 없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고민하고 미래를 기획한다 한들 그 미래라는 것이 홀로 따로 있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늘 오지 않은 미래에 담보 잡힌 삶을 살거나 아니면 과거에 얽매여 살고 있으니, 언제쯤 이 어리석음에서 훌훌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한울의 삶은 일상에서 사는 것

일찍이 ‘천지만물이 한 뿌리’이고 ‘사람이 한울’이라고 하신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씀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그리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알고 한울을 모시고 한울을 기르고 한울의 삶을 일상에서 구현할 때 비로소 ‘천지만물이 한 뿌리이고 사람이 한울’인 세상 즉 ‘한울나라’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는 ‘수행의 실천’을 전제로 한 것이자 ‘진리 구현’의 사회 의지가 결합할 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한살림운동 역시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물품을 이용하는 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한살림이 담고 있는 ‘진리 지향’을 어떻게 삶에서 구현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모색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씩 변화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살림 사상과 지향은 꼭 동학의 시선으로만 해석되고 이해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구 근대문명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과 굴절 속에 지나온 지난 100여 년의 한반도 민족의 역사는 돌아보면 아프기 그지없습니다. 한반도 근대 문명의 전개와 한계, 한반도 역사의 굴절과 민족의 고통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그것은 서구철학과 사회과학이론에 근거한 운동만이 아닙니다. 진리 지향과 수행하는 삶에 근거한 우리 민족의 공동체운동을 기초로 두고, 인류가 축적해 온 다양한 문명의 진리와 수행의 전통을 함께 아우를 때 길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불교,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등에서 전개하는 생명과 평화 운동은 무척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이슬람 인구는 약 16억입니다만 한국 사회의 이슬람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일천합니다.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가지고 있는 종(宗: 진리)은 고사하고 교(敎:제도화 된 가르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은 바람에 의해 타오르고 꺼지지만, 바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기독교 영적 지도자들의 이름과 말씀, 불교 선사나 지도자들의 수행과 법문에 대해서는 대개 알고 있지만 이슬람 영적 지도자나 수도 문화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종교는 대부분 영적 깨우침을 위한 수도 문화를 가지고 있고, 수도자들이 많이 있으며, 그들의 말씀 역시 우리를 참된 삶으로 이끄는 진리의 말씀이라는 본질에서는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출판된, 이슬람을 대표하는 영성가인 마울라나 젤라렛딘 루미의 평전 《그대는 바람, 나는 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불은 바람이 없이는 자기 존재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또한 불은 바람에 의해 타오르기도 하고 꺼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바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나는 하잘것없는 존재입니다.

 

“생각을 굶어라. 생각들이란 사자와 들나귀 같고 사람 가슴은 그것들이 출몰하는 덤불숲이다. -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 중에서 ”

 

루미의 말씀이 저녁 묵상 시간을 알립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번뇌와 생각들을 끊어내는 수행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교의 시선이 아니라 깨우침과 영성의 시선으로 이슬람을 이해하는 데 루미 평전과 얼마 안 되는 루미의 저작들은 좋은 길벗이 될 뿐만 아니라 편견에 싸인 우리의 시야를 말끔하게 정리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사들은 자신들의 변치 않는 지혜를 통해 구원받고, 동물들은 자신들의 무지를 통해 구원받지만 인간은 선과 악 사이에서 투쟁하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하고 있다. - 《그대는 바람, 나는 불》 중에서”

 

한 사람의 생애를 이해하는 데 책 한 권은 너무나 작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 훌륭한 평전은 그 사람의 영혼의 창으로 우리를 안내하기에 충분합니다. 이 책 《그대는 바람, 나는 불》은 마치 방패연에 연결된 희미한 명주실같이 우리와 루미 사이를 연결하기에 충분한 책이라고 여겨집니다. 또한 이현주 목사님이 번역하신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도 벗에게 더불어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 권은 고요할 때 마음의 우물을 깊게 할 것이고, 다른 한 권은 생각이 날뛸 때 벗을 고요로 안내할 것입니다.

 

 

↘ 류하 님은 강원도 농촌에서 마을공동체운동과 교육운동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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