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호 2014년 봄 [특집] 특집-우리 밥 한번 먹자

[ 1인가구 나홀로밥상 ]

난 자취 아닌 살림한다

글 윤다림

 

1인가구로 살면서 뭔가를 잘 해먹기는 사실 쉽지 않다. 게을러서라기보다 직업 활동을 하면서 밥을 해 먹기 어렵고 장을 보기도 쉽지 않다. 1인가구용으로 소포장된 음식 재료들은 양에 비해 비싸다. 시장에서 사면 싸지만 양이 너무 많다. 결국엔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일이 되풀이된다.

 

그래도 끊임없이 ‘잘 먹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곤 한다. 인스턴트가 아닌 음식으로, 되도록이면 건강한 음식으로, 그러면서도 쉽게 요리할 수 있는 그런 음식으로 말이다. 물론 “안 해 먹고 말겠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래도 뭔가 잘 해 먹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내가 나를 챙기며 살기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주변 사람들이 흔히 ‘자취’한지 얼마나 됐는지 질문한다. 오 마이 갓! 자취라니? 나는 당당한 1인가구로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 우리 집 냉장고나, 둘이 사는 너희 집 냉장고나 들어있는 건 비슷하단 말이다. 둘이 살아도 일이 바쁠 땐 밥 해 먹을 시간이 주말밖에 없고, 혼자 살아도 똑같다. 물론 한 번에 2인분을 하느냐, 1인분을 하느냐의 차이가 있긴 하다.

 

자취라는 말을 굳이 꺼낸 것은 이게 마음가짐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취라는 단어는 사실 손수 밥을 지어먹으며 생활한다는 말인데, 그래도 살림과는 많이 어감이 다르다. 자취는 언젠가는 끝날 것, 단기간의 무언가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잘 해 먹으려고 노력하다가도 ‘에이!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살림은 한 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이라는 뜻처럼, 내가 나를 책임지고 챙겨 나가야 한다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는 단어이다. 그러니 이제 자취보다는 살림의 마음으로 먹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혼자살이 9년차 살림살이

소개가 늦었다. 나는 서울에 흔히 있는 혼자살이 9년차이다. 처음 1~2년은 엄마가 만들어 보내 주는 반찬으로 연명하였고, 다음 2년 정도는 세상의 모든 인스턴트를 흡입하며 살아갔다. 제대로 된 요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슬슬 요리의 재미와 일상의 짜증이 범벅되고 있는 시기라고나 할까? 처음엔 달걀 프라이와 김치찌개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각종 나물 무치기에 도전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 정도면 나쁘진 않지 않나? 물론 평소에는 나물같이 빨리 쉬는 음식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1. 장보기 : 친구들에게 팔거나 주거나

너무 어려웠다. 그나마 최근 1인가구용으로 나오는 마트의 물품은 너무 비싸고, 시장의 물건은 싸긴 하지만 양이 너무 많다. 그래서 장을 볼 때는 일단 양을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집에서 소화 가능한 양인가? 썩어서 버리는 게 싫다 보니, 결국은 먹고 싶어도 잘 안 사게 되더라. 이런 고민들을 함께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나만의 방법은?

 

바로, 친구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주변에 1인가구 친구들 목록을 확보하라. 그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전화 한 통화와 약간의 발품으로 서로 돕는 삶을 이룩할 수 있다. 판매하기 약간 민망하다고? 나는 가끔 친구들에게 각종 채소를 그냥 주기도 한다. 잠시 약간 속이 쓰릴 수도 있지만, 친구들도 이제 그것으로 뭔가를 해 먹기 시작하지 않을까? 그러면 앞으로 나눠 먹을 동지가 더 늘 것이다.

 

2. 보관하기 : 냉동 보관 구분·목록 적기

친구가 없다면? 아니면 친구들에게 연락하기가 귀찮다면? 잘 보관하는 방법이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채소보관법’으로 검색하면 많이 나오지만, 그대로 지키는 게 참 어렵다. 사실 아직도 많은 채소들이 우리 집에서 썩어나가고 있다. 그래도 잘 보관하려 노력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인데, ‘냉동이 가능한 것인가’와 ‘그냥 두면 되는 것인가’ 이다. 엄청난 양의 대파나 고추는 냉동 보관이 가능하다.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감자나 고구마, 양파는 그늘에 잘 보관해 두면 어느 정도 오래 먹을 수 있다. “맛이 약간 떨어지는 게 아니냐” 라고 물으면 내가 쪼그라들지만, 그래도 썩혀 버리지 않고 오래 먹으려면 약간 맛이 떨어지는 정도는 감안해야지.

 

아! 그리고 냉장고 보관할 땐 꼭 보관하고 있는 물품의 목록을 숙지해야 한다. 예전에 언젠가 오랜만에 냉장고를 열어 봤다가 기겁을 한 적이 있는데, 너무 오래된 떡들이 수만 개가 나와서 그랬다. 냉장고 냄새가 너무 배어서 먹을 수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의 슬픔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냉장고 문에 목록을 적는 칠판을 붙여 두면 유용하다.

 

3. 쌀, 달걀, (멸치)육수!

드디어 이제 음식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주변에 수많은 1인가구 친구들과 이야기했을 때 공통으로 하는 말은 “적어도 달걀이 있으면 밥은 먹는다.” 쌀과 달걀이 있다면 뭔가 먹기는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쌀과 달걀만 있으면 될까? 1인가구가 최소한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어야 할 필수 재료 3가지를 공개한다. 쌀, 달걀, (멸치)육수. 이것만 있으면 잘 먹고 살 수 있다.

 

못 믿겠다고? 가만 생각해 보자. 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달걀이 있으면 적어도 프라이에 밥은 먹을 수 있다. 그렇다면 육수는 왜? 한국 사람에게 국이나 찌개는 필수이지 않은가? 이럴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멸치육수. 만드는 것도 쉽다. 물에 멸치, 다시마, 대파 등을 넣고 끓이고 식힌 뒤, 어디든 넣어 두어도 된다. 냉장보관해도 좋고 얼려 두어도 좋다. 멸치육수를 끓여서 집에 있는 아무 채소를 넣으면 국이나 찌개가 완성! 멸치육수에 김치를 볶아 넣으면 김치찌개, 멸치육수에 된장을 풀면 된장국, 이도 저도 귀찮으면 그냥 국수만 삶아서 넣으면 잔치국수가 완성된다.

 

혼자서 어렵다면 함께

이렇게 해도 사실 반찬을 만들고 밥을 먹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먹는 외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게 가장 어렵다. 외롭다고? 그렇다면 이런 방법도 있다. 서울 마포 민중의집(peoplehouse.net)에서는 독립생활자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다 함께 모여서 반찬을 만들어 나눠 가지기도 하고 식사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기도 한다. 마포의 성소수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주민들의 모임인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cafe.daum.net/maporainobow2010)에서는 매달 1회 퀴어밥상을 운영한다. 매달 한 명씩 돌아가면서 주방장이 되어 함께 식사를 나눠 먹는 모임인데, 한 끼 식사를 함께 나누면서 친구를 만드는 소중한 장이 되기도 한다. 혼자 먹는 게 아직은 버거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밥상 차리기는 약간만 어려운 것

혼자 사는 삶은 아주 편안하기도 하고 아주 외롭기도 하다. 뻔한 말이지만, 그래서 혼자 먹는 밥이 더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처음 요리를 시작하면서 분량 조절을 잘 못해 끊임없이 친구들에게 반찬을 나누어 주곤 했다. 그렇게 뛰어난 맛이 아니었을 텐데도 친구들은 항상 고맙게 내 반찬을 받아주곤 했다.

 

‘내가 한 반찬이 맛이 없을 텐데 어쩌지? 양이 너무 많아 어쩌지? 이렇게 만드는 게 맞나’ 등등. 식사를 한번 차리는 데에는 수많은 고민이 뒤따른다. 어렵다. 하지만 아주 약간만 어려운 것이다. 나누는 삶, 함께하는 삶에 맛과 방법이 필수로 따르지는 않는다. 맛이 없으면 나중에 다시 만들면 된다. 방법을 모르면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면 된다.

우리, 오늘은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부엌 앞에 서 보는 건 어떨까?

 

   

간단히 해 먹는 오늘의 요리




단호박 돼지고기 김치찜

냄비에 돼지고기, 묵은지, 단호박 썬 것을 차례로 올린다. 육수를 넣는다. 오래오래 끓인다. 끝! 태우지 않고 오래오래 끓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말 이것뿐이다.

건강 토마토스튜

온갖 채소를 썰어 둔다. 토마토는 더 많이 썰어 둔다. 냄비에 넣는다. 물을 넣고 오래오래 끓인다. 아주 건강하고 밍밍하다. 이런 맛에 익숙하지 않다면, 끓여서 모든 야채가 물렁물렁 해진 뒤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간을 맞추면 된다.

콜라비/당근

그냥 썬다. 달달하고 반찬으로 좋다.

김치볶음

참기름 약간을 넣어 김치를 볶으면 고소함이 더해진다. 많이 만들어 두면 나중에 김치볶음밥으로 활용도 가능하다.

 

 

↘ 윤다림 님은 홀로 살림한 지 9년이 된, 밥을 잘 챙겨먹는 1인가구 생활인입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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