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호 2014년 봄 살림,살림

[ 협동의 힘: 협동조합 마을카페 통(TONG) ]

과천 사랑방에 오세요

글 우미숙 편집위원\사진 김세진 편집부

 



과천 중심가에 문화복합공간 카페가 들어섰다. ‘푸드카페 통(TONG)’은 과천 시민들이 조합원이 되어 자본금을 모으고 집기와 시설물을 만들고 인테리어까지 직접 한 협동조합 카페이다. 직원을 포함해 이용자, 후원자 모두가 조합원이다.



지난해 겨울, 과천 사람들 몇몇이 마을사람들의 사랑방이자 세대와 계층을 넘어서는 문화공간을 만들겠다는 욕심을 냈다. 욕심은 몇몇이 냈다지만 힘을 보탠 이들은 무려 400여 명의 조합원이다. 2013년 9월 1일 창립총회를 열고 10월 8일에 카페를 열었으니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5개월 가까이 되었다.



온라인 마을카페에 어느 조합원이 올린 개사 곡(원곡은 악동 뮤지션의 ‘매력 있어’) 가사처럼 “어쩔 땐 카페로, 어쩔 땐 식당으로 반전의 카페”이다. 친환경 재료로 제대로 만든 요리가 나오는 식당이고, 더불어 바리스타가 뽑아낸 커피와 대추생강차와 유자차를 비롯한 다양한 차가 나오는 카페다. 저녁 8시 이후에는 퇴근한 조합원들과 진한 이야기가 필요한 가족들에게 맥주와 소주, 와인을 제공한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도 맛을 살린 푸짐하고 저렴한 안주까지. 쫓기지 말고 편하게 얘기 나누라고 밤 12시까지 문을 연다. 주말인 금요일과 토요일은 새벽 2시까지 머물도록 배려한다. 얼마 전부터는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가족이 함께 친환경 먹을거리로 외식을 할 수 있게 했다. 그야말로 카페와 레스토랑, 바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이뿐 아니다. 인문학 강좌나 주역 공부모임, 어학 공부모임도 하고 작은 공연도 여는 등 마을사람들이 사랑방 문화공간으로 이용한다. 오후 3시부터 6시는 청소년들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개방형 룸도 청소년들만 이용하도록 다른 조합원의 예약을 받지 않는다. 학교를 마치고 온 고등학생들은 쿠키나 코코아를 먹으며 숙제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고 얘기도 나눈다.


‘통(TONG)’이라는 이름에는 마을카페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드러나 있다. 한 달간 매일 음료 한 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일수쿠폰’을 걸고 공모한 이름이다. 통(TONG)은 ‘투게더, 오가닉, 네트워크, 그로스(Together, Organic, Network, Growth)’의 첫 알파벳을 모은 것이다. 우리말로 ‘함께 꿈꾸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나누는, 교류와 나눔이 있는 공간, 모두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다.


과천 활동가들 모여 뜻을 세운 지 6개월만에 덜컥 시작


지난해 봄, 과천 지역 시민단체, 한살림, 아이쿱생협, 공동육아협동조합, 동화 읽는 어른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협동조합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마치면서 사람들은 ‘마을’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마을에서 뭘 할까? 마을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마을사람들과 무엇을 함께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쏟아냈고 “세대와 이웃의 벽을 넘어서 함께 성장하는 마을공동체를 뒷받침하는 마을 사랑방”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2013년 3월, 마을카페를 제안하는 모임을 시작으로 5월에 협동조합 마을카페 설립추진모임을 만들어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곧이어 시민들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했으며, 메뉴 개발과 시식회를 열어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조금 급하다 싶었지만, 마을카페 제안모임을 시작한 지 6개월만인 9월 1일 협동조합 마을카페 창립총회를 열었다.


함께 모여 무언가 만들어 내는 게 쉽지 않듯이, 마을카페도 논의 과정부터 어려웠다. 돈을 모으고 장소를 얻고 사업을 시작하려니 걱정이 많았다. 조합원은 300명 가까이 모였으나 모인 출자금은 운영자금으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이렇게 조건이 미흡하고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함께 애쓰고 힘을 보태준 조합원들이 있었다. 이를 믿고 시작하자는 '강경파'의 힘으로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다. 밀어붙여서 시작했지만 푸드카페 통을 열고나서 몇 달간 이사진들은 마음고생을 했다.



“매출액을 계산하면서 매일 가슴이 두근댔어요. 이용하는 조합원들이 좋은 얘기도 해줬는데도, 가격이 비싸다거나 이용하는 게 불편하다는 불만들이 귀에 더 강하게 들려왔어요.” 총무를 맡아온 황지선 이사는 그동안 애태웠던 일을 살짝 고백한다. 아직 여유를 가질 정도는 아니지만, 그나마 걱정했던 것보다 운영 상황이 나아지고 있어 초조함이 조금 덜하다고 했다. 새로 가입하는 조합원 수도 조금씩 늘고, 이용하는 조합원도 많아졌다. 특히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이 가장 붐빈다. 어떨 땐 줄을 서는 날도 있어 신기하고 뿌듯하다.



맛있는 친환경 먹을거리, 풍미 있는 커피, 수공예품 나눔, 각종 세미나가 있는 곳


친환경 재료로 만든 음식에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맛이 없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엔 상큼하고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마침 점심식사를 하러온 조합원들에게 다가가 맛이 어떠냐고 말을 건네 보았다.


“먹고 나면 뒤끝이 깨끗해요. 이렇게 푸짐할 줄 몰랐어요. 그렇게 보면 가격이 비싸지 않아요. 이렇게 마을에 친환경음식을 만드는 카페가 있어서 정말 고맙고 반가워요.” 반응이 꽤 좋았다. 가장 많이 주문하는 요리는 프라이드 누들이다. 그 다음이 누들해물탕. 하나의 요리에 곁들여 나오는 샐러드를 비롯한 서너 가지의 음식들에서 이곳 주방장의 손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

 



고정 메뉴 외에 밥을 위주로 하는 정찬이 매일 하나씩 준비된다. 5개월 가까이 한 번도 겹치지 않은 메뉴다. 이주희 이사장이 가장 마음을 쓰는 메뉴다. 정찬 가격은 1만 원 안팎. 브런치는 1만 원으로 커피까지 포함하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값이 싸다. 친환경음식은 재료값이 많이 드는데, 이렇게 손이 커서야 남는 게 있겠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주희 이사장은 안 그래도 고민이란다. “남기는 일이 없도록 양을 조절할 필요도 있고, 음식
만들기 전부터 손실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계획을 잘 세워 재료를 주문해요.”



카페의 기본은 커피 맛이다. 이곳에는 20대 초반의 노랑머리 바리스타가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커피에 관심이 있어 공부를 해왔고, 협동조합 마을카페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와 참여했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맛과 품질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다. 공정무역커피가 맛과 풍미에서 조금 못 미친다며 인기순위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하지만 통에서는 드립커피를 꼭 공정무역 커피로 내리고, 공정무역 커피를 따로 팔기도 한다.







카페에는 과천품앗이가 관리하는 미니상점이 있다. 수공예품이나 재활용품을 위탁 판매한다. 토요일 오전에는 아이들 생일잔치를 연다. 요즘 유행하는 ‘키즈카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양한 기능을 잘하고 있는 예다. 누구나 카페를 이용할 수 있지만 조합원이 되면 혜택이 있다. 주문 1건을 하면 현 금일 때 3%, 카드일 때 2%를 적립해 준다. 회의실은 조합원만 예약할 수 있다. 회의실 이용료는 따로 없고 1인 1메뉴를 주문하면 된다. 19살 미만의 조합원 자녀들은 식사 천 원, 음료 500원 할인을 받는다.

 

주인이 많아서 힘이 덜 드는 협동조합 카페


‘마을사람들의 문화복합공간, 사랑방, 세대를 넘어서는 소통의 장’이지만 카페라는 건 안정적으로 운영을 해야 할 엄연한 사업체가 아닌가? 중심 역할을 할 사람이 명확해야 할 것 같아, 카페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니 어떤지 물어보았다.

 




“뭘 하든 협동조합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죠. 특히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는 일이니 협동조합이라는 틀이 꼭 필요하다고 여겼어요.” 황지선 이사는 사업이나 경영이라는 면에서 협동조합이 맞는지를 따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짐을 사람들과 함께 지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되었기에 협동조합에 매력을 느꼈다. 인테리어와 시설 마련 등 모든 일을 조합원들이 스스로 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붓을 들고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목공에 재능 있는 사람이 직접 못을 박으며 40개나 되는 탁자를 만들었다. 한 푼이라도 비용을 줄이려고 시간을 내고 일꾼을 자처한 조합원들의 힘으로 통이 완성됐다. “이게 바로 협동조합의 힘”이라고 말하는 이주희 이사장은 아직도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이주희 이사장은 통을 통해서 다양한 협동조합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섣불리 욕심을 부리기엔 아직 시간이 짧았지만 이곳에서 마을사람들이 또 다른 모의를 하고 뭔가를 만들어 내리라고 기대한다.



“강 건너 꿈꾸는 세상이 있고, 그 세상으로 가려면 강을 건널 준비를 하고 몸을 적셔야 한다.” 온라인 카페에 어느 조합원이 남긴 글이다. 지금 몸을 흠뻑 적시고 강을 건너고 있는 통에게 좀 더 용기를 내라는 격려의 말이다. 할 건가 말 건가 말도 많았던 창립 이전의 시간이 있었다. 매일매일 두근대며 마음 졸이던 지난 몇 개월을 견뎌냈다. 지금, 하루하루 새로 카페를 찾는 조합원들과 마을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걱정을 뒤로 하고 의욕을 내기 시작했다. 마을카페 통으로 인해 마을 곳곳이 통(通)하게 될 것이다.



협동조합 마을카페 통

cafe.daum.net/maeulcafe
통은 경기도 과천시 새수막길에 있는 마을카페 협동조합이다. 음식과 차, 술을 즐기며 강의도 열고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02)504-1090

 

 ↘ 우미숙 님은 한살림에서 조합원 소식지 <좁쌀 세 알>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을 해왔습니다. 현재 한살림성남용인 이사장이며 《살림이야기》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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