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호 2013년 겨울 살림,살림

[ 살림청소년: 송전탑 반대투쟁과 농촌 일손돕기 ]

밀양에서 농사짓기

글 신도을·이민영

지난 11월 2~3일 밀양행 탈핵희망버스에는 청소년들도 함께 탑승했다. 밀양시 상동면 도곡리의 반대 시위 현장을 방문하고, 단장면 태룡리 김정회 님 밭에서 일손을 도왔다. 녹색연합에서 “밀양에 일손 도우러 가자”는 메일을 받은 어머니들이 권유하는 바람에 각자 소중한 주말의 계획들을 포기하고 밀양 송전탑 현장과 일손돕기를 다녀온 청소년 친구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살림청소년_밀양 송전탑

신도을 님과 동생 신단 님, 이민영 님과 오빠 이동욱 님 등은
밀양에 가서 시위현장을 방문하고 농촌 일손을 도왔다.

 

정말 정말 중요한 게임 이벤트를 뒤로 하고 간 밀양 일손돕기
글. 신도을

“게임 중독자”, “사차원”이라 불리는 중학교 2학년짜리인 내가! 밀양에 갔다 왔다! 출발하기 전 밀양에 대해 엄마에게 잠깐 들었다. 밀양에 송전탑을 짓는 대표적인 이유 두 가지: 첫째, 전기 공급을 수월히 하기 위해서, 둘째, 전기피크타임을 예방하기 위해서. 솔직히 난 송전탑 세우는 거 뭐라 할 처지는 아니다. 게…게임 때문이다, 흠흠. 게임은 전기로 하니까. 그런데 생각해봤다. 송전탑은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에게 더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왜 전기라곤 코딱지만큼
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신 곳에 송전탑을 놓는지가 가장 의문이다. 이 얘기는 좀 뒤에 가서 하기로 하자. 그런데 중요한 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불쌍하시건 아니건 난 가기가 싫었다는 점이다.


주말에 정말 정말로 중요한 게임 이벤트가 있었다. 그런데 그 정말 정말로 중요한 게임 이벤트를 포기하고 밀양에 가서 농사를 돕자고? 어른들은 어떨지 몰라도 현재 나의 최고 관심사가 게임이기 때문에 이 중요한 일을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갔다. 엄마는 이미 신청을 해놓았다. 다시 생각해봐도 좋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좋다고 할 만하지도 나쁘다 할 만하지도 않은 밀양으로 출발했다.


나는 농촌 일손돕기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송전탑 전선을 그냥 쭉 이으면 되는데 굳이 꾸불꾸불하게 가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 길은 고위층이 살아서 땅값이 떨어져서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론 그 사람들이 전기를 더 많이 쓸 텐데? 그런 이유로 밀양에서 농사 짓고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어나신 것이다. 그런데 시위를 하다 보니 세월이 흘러가서 농사를 거의 다 망쳤다. 그것 때문에 우리가 농사활동을 간 것이었다. 고위층들만 아니었어도 나는 집에서 즐겁게 게임이나 하고 있었을 것이다, 고위층 나쁜 사람들!


나는 그렇게 가서 농사를 했다. 사실은 농사라기보단 대개 잡일들이다. 양파 모종 심기를 제외하곤.포장하기, 무게 달기 등등도 나름 할 만했다. 동생들(초등학교 2학년인 신단, 중학교 1학년인 이민영)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일이 다 끝나면 심심해서 오히려 일하는 게 좋았다. 동생들은 뭐 했냐고? 소 배 터지게 밥만 줬다! 순간적으로 ‘아직 애들이구나. 나는 이제 더 이상 소 먹이 주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하러 간 집 아주머니가 사 주신 김밥은 오징어가 들어있어 특이하고 맛있었다. 나 혼자 두 줄은 먹었다.


내가 줄거리 나열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 있는데 느낀 점은 정말 못 쓴다.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써야 할 것 같다. 일단은 시위에 관해서. 제발 제대로 된 말과 논리로 논쟁을 하면 좋겠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모두가 기분 상하지 않는 말로 논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찰들과 환경단체 사람들이 약간 말싸움 하는 모습을 봤는데 동네 날아가는 줄 알았다. 내가 보기엔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도,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사람도 아니었다. 양쪽 전부 괴물이었다. 충분히 말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 텐데. 물론 전기회사 윗사람들이 논쟁을 하게 허락하지도 않겠지만.


결론적으로 내 생각은 “밀양만큼은 지켜야 한다.” 그리고 전기? 우리가 아낀다면 충분하다. 솔직히 말해보자. 높은 사람들이 많이 쓰지 중산층들이 많이 쓰나? 광고로 우리에게만 절약하라고 하고 자기네들은 안 하는 것이다. 나는 밀양에 송전탑 안 세우면 좋겠다. 나의 노력이 그냥 농사 일손돕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면 좋겠다.


-신도을 님은 게임을 아주 좋아하는 중학교 2학년입니다.

 

 

살림청소년_밀양 송전탑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을 하느라 농사를 제대로 못한 분들을 도와
적양파를 심고 파를 포장했다.

 

하하호호 정답게 웃는 할머니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글. 이민영

처음에 가기 전에 엄마한테 대충 밀양 얘기를 들었는데 나는 별로 흥미 없었고, 그렇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밀양 가는 날에 선생님한테 더 자세하게 듣고 버스에 올라타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빨리 밀양에 가서 할머니들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버스는 다섯 시간에 걸쳐 갔기 때문에 몸도 많이 지쳤다. 하지만 할머니들보단 지친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힘을 내서 갔다.


할머니들이 우울해 하고 계셨으면 나도 같이 우울했을 것 같지만 다행히도 하하호호 정답게 웃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할머니들 안마도 해 드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까 송전탑짓고 있는 곳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올라가 보았다. 우리는 경치도 보면서 천천히 올라갔는데 다른 분들은 급했나, 빨리 가서 뭐라고 말하고 싶었나 되게 발걸음이 빨랐다. 우린 먼저 도착한 분들을 멀리서 봤는데, 싸우는 거 보니 내가 뭐라고 하고 싶었고, 뭔가 답답하였다. 아무튼 다시 내려와서 경치도 구경했는데, 일본에서 오신 분들이 자기 나라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분들은 30년 동안 고향을 지켰다고 했는데 그 말이 존경스럽고 멋있었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다음 날 우리는 시위를 하느라 농사를 제대로 못한 분들을 위해 농사 일을 도우러 갔다. 처음에는 적양파를 심었다. 처음에 할 때는 너무 어렵고 잘 안 들어가고 그랬는데 계속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 적양파를 쉽게 심었다. 그 다음에는 파를 다듬어서 포장하기였는데 어른들이 파를 다듬고 우리들은 다듬은 파를 저울에 올려 무게를 맞추고 봉투에 넣어서 스티커를 붙였다. 다같이 하니까 일도 금방 끝나고 무척 재미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소들이 많아서 우리가 먹이도 많이 주고 재밌게 놀아주었다. 그 다음에는 양배추를 따 와서 포장했는데 하는 일이 딱딱 맞추어져서 마치 전부터 일하던 사람들 같아서 웃겼다. 그러고 나니 아주머니가 김밥을 사오셨는데 5~6명이 12줄을 먹었다. 다 먹고 소들이랑도 더 놀고, 마지막까지 농사 일 돕고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밀양 송전탑을 짓는 것에는 나도 반대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에 더욱 화가 났지만, 웃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뵙고, 아무데서나 하지 못하는 농촌활동도 해서 너무너무 뜻깊은 여행이었다. 내년에도 한다면 꼭 한번 다시 가고 싶다.

 

-이민영 님은 동물과 음식, 놀러가기를 좋아하고 벌레를 싫어하는 중학교 1학년입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