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호 2013년 겨울 [특집] 특집-응답하라 쓰레기

[ 일본그린코프 섬유재활용센터 ]

교육, 일자리, 재활용을 위하여

글 김보미

첫째, 파키스탄 인구의 절반은 학교에 다니지 못한 채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고 교육을 받고 싶다. 둘째, 불안정한 고용과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이 있다. 지적장애가 약간 있지만, 일하기에는 무리 없다. 셋째, 안 입는 옷을 버리긴 아깝고, 가치 있는 곳에 잘 쓰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을까? 일본그린코프 섬유재활용센터는 교육, 일자리, 재활용 이 세 가지를 연관지어 가치를 창출하고자 2010년 가을에 생겼다.


조합원들이 깨끗이 세탁해서 보내온 헌 옷으로


‘그린코프의 지역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시도’라는 주제로 한살림실무연수단이 일본그린코프 섬유재활용센터(센터)에 방문하기로 했을 때, 헌 옷 특유의 냄새가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냄새가 나지도, 옷가지가 지저분하지도 않았다. 그린코프 조합원들이 깨끗이 세탁해서 차곡차곡 포개어 택배로 보낸다고 한다. 홍보 전단지에는 ‘헌 옷을 포장하는 방법’까지 그림으로 자세히 나와 있다. 놀란 점은 택배비가 조합원 본인 부담이라는 것.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텐데 조합원이 기꺼이 택배비용을 지불하여 옷, 가방, 양탄자 등 섬유와 관련돼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센터로 보내온다.
센터에서는 물품들을 남성바지류, 여성티셔츠류, 여성재킷류, 가방류, 수건류, 신발 등 72가지로 세분한다. 세분하는 일은 호보쿠칸 입소자들의 몫이다. 호보쿠칸은 일자리와 주거를 잃게 된 사람들의 자립과 주거를 지원하는 그린코프의 복지시설이다. 호보쿠칸의 자급훈련장이기도 한 센터는 노숙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
이렇게 분류된 옷들은 압축해 컨테이너박스에 실어 배편으로 파키스탄에 보내며, 헌옷 판매금은 파키스탄 빈민가의 학교 알카이르아카데미의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그동안 5차례에 걸쳐 파키스탄에 헌 옷을 보냈는데, 까다로운 세관검사를 거쳐 한 번에 21톤가량을 보낸다. 컨테이너박스나 몇 톤이라고 하면 얼마만큼인지 알기 어렵지만, 헌 옷 10kg으로 아이 1명이 한 달 동안 공부할 수 있다.



헌 옷 포장방법이 나온 홍보 전단지



전단지대로 조합원들이 보내온 택배들


아이들, 노숙인, 조합원을 위한 따뜻한 재활용


센터는 파키스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하여, 노숙인들의 자립을 위하여, 재활용 확대를 위하여 등 ‘위하여’라는 키워드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운영비, 운송료 등 비용이 계속 나가고 수익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 이러한 사업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상태가 양호한 옷이나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에서 판매할 수 없는 여성의류 등은 일본 내에서 판매하여 운영비를 마련하고 있다. 센터에도 공간을 열어두어 외부인들에게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센터에서 판매용 물품들을 둘러보니, 포장도 뜯지 않은 새것도 많았다. 물질이 풍요로운 나라에서는 물건이 귀하지 않다. 나도 그렇지만, 사놓고 쓰지 않은 물건들이 많이 있다. 꼭 사치를 부려서가 아니라 상점에 진열된 물건들에 자극받아 구매하게 되는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가? 센터에서는 그런 물건들을 나눈다. 필요한 곳에 잘 쓰이리라는 믿음, 누군가 좋은 뜻으로 물건을 내놓았으리라는 믿음으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린코프 본부 사무실 등 각지에 생긴 여섯 군데의 유아이(헌옷판매장)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 내 재활용·재사용이 확대되는 데 영향을 주었다.



조합원들이 보낸 옷을 정리하여 종류별로 분류한다. 판매장에서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처음 센터에 갔을 때에는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 옷을 보내오고, 분류작업을 하고, 압축을 하고, 세관을 통과하여 외국으로 보내는 과정에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는 것이 소모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헌 옷을 꼼꼼하게 포장하여 보내온 택배들을 보니 내 물건이 좋은 곳에 잘 쓰이길 바라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졌다. 또한 호보쿠칸의 입소자들은 이 마음들을 이어주는 다리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자립 또한 준비하고 있다. 소모적이라고 생각한 것은 내 오만일 뿐, 마음과 마음이 모여 이 사업이 이루어진 것 같았다. “조합원들이 정성을 모아 헌 옷을 보내오는 것에 감사하며 파키스탄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숙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센터 실무자의 말에서 서로를 생각하는 같은 마음들이 모여 큰일을 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그린코프생협은 생명을 키우는 먹을거리 운동, 지역재생 운동을 바탕으로 1988년 규슈지역을 중심으로 생겼다. ‘안심, 안전’이 그린코프 물품의 주제로 일본 농업 보호, 식량 자급률 향상, 물품 다양화, 식품첨가물 점검, 포장재를 줄이고 병 재사용·재활용 등을 통해 자연을 지키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2003년부터 사회복지법인그린코프를 설립하여 복지사업을 시작했다. ‘살고 있는 동네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라는 목표 아래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복지사업을 추진한다. 장애복지, 육아·집안일 등 생활지원, 데이케어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보육원, 호보쿠칸(노숙인 자활센터), 섬유재활용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 김보미 님은 아이를 키우며 한살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그린코프생협 연수를 계기로 자연과 사람의 귀함을 다시 생각하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