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호 2013년 겨울 [특집] 특집-응답하라 쓰레기

[ 한국 자원순환정책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 ]

시민이 함께하는 재활용정책이 필요하다

글 박병혁

10여 년 전 서울 안국동 사거리에서 벼룩시장으로 출발했던 아름다운가게가 이젠 전국에 117개 매장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재사용가게로 성장하였다. 시민과 가까이 할 수 있는 헌 옷이라는 아이템으로, 시민과 함께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이처럼 자원순환이 더 활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이 함께 지켜보고 도와야 할 것이다.


자원순환이 대세다


오늘날 자원부족은 범세계적인 문제로, 고갈되는 화석자원을 대체할 에너지를 찾기 위한 방법들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태양열, 지열, 풍력 등 자연에서 대체에너지를 얻는 방법과 함께 폐기되는 물건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내는 방법도 연구된다. 이런 과정에서 크게 부각되는 것이 ‘자원순환’이다. 자원순환이란 말 그대로 자원의 효율성 증대를 통해 소비량을 줄이고, 폐자원을 이용하자는 의미이다. 생산이나 소비 등 경제활동에 따라 불필요한 것이 발생하지만, 폐기하지 않고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광산’이다. 도시광산은 일본에서 시작되었는데, 폐전자제품과 폐전선 등 산업폐기물에 남아있는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휴대전화 1kg당 1천 699엔(2만 4천 원)어치의 희귀 금속이 들어있다고 하니 고장 난 휴대전화라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유럽에서는 쓰레기 수입 열풍까지 불고 있다. 자원 재활용 처리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해마다 영국, 아일랜드, 이탈리아로부터 100만 t 이상의 쓰레기를 반입해 이를 소각하여 전력화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음식 쓰레기와 가축 분뇨 등이 썩을 때 나오는 가스를 이용해 연료를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생산 시설이 1980년대에는 75개에 불과하였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2천 개에 이를 만큼 크게 늘었다. 폐기되는 자원을 성장의 원천으로 주목하여 새로운 가치를 얻어내는 것이다.


정부차원의 자원순환이 대규모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것이라면, 민간에서는 재사용가게 등을 운영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유럽에는 옥스팜과 같은 재사용가게가 있었고, 미국 등지에서는 구세군이나 굿윌 같은 곳에서 재사용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는 위21재팬이라는 단체가 활성화되어 있고, 필리핀 등지에서는 세군다마나라는 단체가 재사용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도 아름다운가게 외에 녹색가게, 행복한 나눔가게, 굿윌한국, 구세군 등에서 재사용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기증받은 물품들을 되팔아 운영하고, 수익을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자원순환뿐만 아니라 나눔을 실천하는 운동체로서,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자원의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과 함께 지역과 연계한 나눔장터나 생활강좌 등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0여 년 만에 전국에 100개가 넘는 아름다운가게가 문을 열 정도로 한국 내 재활용이 확산되었다.


정부의 자원순환정책, 교감이 필요해


한국 정부도 2011년 ‘자원순환 5개년 계획(5개년계획)’을 수립하여 큰 방향성을 설정하였다. 1단계 발생억제(Reduction), 2단계 재사용(Reuse), 3단계 재생이용(Recycle), 4단계 에너지회수(Recovery)로 자원순환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는데 줄여서 4R정책으로 불린다. 자원순환형 사회 실현을 위한 기본 전제로 모든 폐기물을 100% 순환될 수 있는 자원으로 인식하고 단순, 양적인 순환방식에서 벗어나 자원의 가치를 향상하는 업사이클링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1년 광주지역의 아파트 재활용품 분리배출 실태조사 내용에 따르면 ‘분리 안 한다’가 71.4%, ‘분리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8.6%였다. 가정에서의 재활용품 분리배출은 아직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2013년 4월 서울시에서 제작한 자료를 살펴보니 종량제 봉투에 배출한 내용물의 47.8%가 재활용 가능자원이고 단독·다세대 주택은 63.2%가 분리배출이 미흡해 재활용품에 일반쓰레기가, 종량제 봉투에 재활용품이 섞여 있다고 한다. 중앙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자원순환 관련 정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데도 실제 시민참여가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깊게 연구해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5개년계획을 발표하면서 ‘버려지는 폐기물 정책’에서 ‘다시 사용되는 순환자원’으로 인식의 변화를 보여줬다. 이러한 변화가 정부의 선언적 메시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인식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 정책과 민간의 사회경제적 활동, 개인의 인식이 합치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부정책이 갈등만 낳을 수도 있다. 또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합의하지 않고 계획된 일정에 쫓겨 만들어진다면 비용만 낭비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8월 환경부에서 입법 발의한 ‘자원순환사회 전환 촉진법(촉진법)’에 따른 갈등을 예로 들면, 먼저 자원순환과 관련한 정부부처의 업무가 중복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환경부에서 4R정책 총괄, 소관 자원순환산업 육성, 폐자원의 에너지원으로의 사용촉진을 위한 기술개발 및 산업화촉진 등을 맡고 안전행정부에서는 녹색에너지 자립마을 조성, 가축 분뇨 자원화 및 에너지화 등을 담당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바이오매스 에너지화 촉진(저탄소 녹색마을 시범조성)을 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소관 자원순환사업 육성,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보급 및 산업화 촉진, 도시광산 활성화, 자원순환형 산업구조로서의 전환촉진 등을 한다. 언뜻 보아도 부처별로 비슷한 업무들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에는 부처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될 수 있고 이에 따른 갈등으로 애꿎은 사업체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부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고 이해관계자인 자원순환단체도 나서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촉진법은 폐기물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인데, 산업통상자원부와 자원순환단체에서는 규제가 완화되었으면 하는 입장 차이를 갖고 있는 것이다. 재활용산업 규모가 연간 30조 원에 이른다고 하는 만큼,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교감 없이 법안이 발의됐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창의적인 업사이클 재활용을 지원해야


정부의 자원순환정책이 좀 더 현실적이고 필요한 곳을 지원하는 내용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질적으로 재사용가게 등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데, 특히 아름다운가게와 같이 시민의 기증에 의해 운영되는 곳에 대한 부가가치세 적용 등이 그것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수익사업이 일정하고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라는 특성으로 인해 총 매출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납부하고 있다(단, 사업체의 운영비용에 대해서는 부가가치 창출행위로 인정되어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고 있다). 중고용품을 매입하여 가공한 뒤 되파는 영리적 행위에 대해서는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무상 기부한 물품들을 별다른 가공 없이 일반 시민들에게 싼 값에 되팔아 재사용 문화를 확산하는 사업체들에 대한 과세는 재고되어야 한다. 영국에서 옥스팜 등 재사용 가게에 면세를 적용하고 있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물품을 재활용하는 데서 더 나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 사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사이클이란 버려진 물건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버려지는 가죽들로 제품을 만드는 ‘에코파티메아리’, 버려지는 폐가구를 재활용하는 ‘문화로놀이짱’ 등이 하고 있다. 지난 11월 14일, 14개 업사이클 업체가 모여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를 구성하고 창립전시회를 열었다. 하지만 유통이나 판매가 제대로 되지 못하면 업사이클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스위스의 유명한 업사이클 업체인 프라이탁은 버려지는 트럭덮개로 가방을 만들면서 유명세를 탔다. 1993년 가방 하나로 창립한 뒤 현재는 해마다 30만 개의 가방을 전 세계로 수출하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하였다. 프라이탁 같은 업체가 한국에서도 생겨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 모두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만든 업사이클 제품이 더 많이 유통되고 판매돼야 한다.



↘ 박병혁 님은 아름다운가게 10년차 활동가로 재사용사업분야의 되살림팀, 사무지원분야의 혁신기획팀을 거쳐 지금은 정책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내외적인 일들이 그물코처럼 잘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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