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호 2013년 봄 [특집] 식량주권과 식량자급

[ 생산 실천편② 농지 지키기 ]

민공유운동으로 농업살림

류하

우리 일상 생(명)활(동)은 다른 생명을 먹음으로서 이루어진다. 밥상 위에 오르는 생명들 중 대부분이 농산물이다. 농산물을 우주만물의 조화 가운데 농민의 노력을 통해 땅(농지)에서 생산된다. 그러니까 이 땅 즉, 농지라는 것은 뭇 생명을 먹여 살리는 어머니이다. 이 어머니는 우주라는 하늘 속에 있어 하늘의 일부이자 하늘이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농업과 농민이 천하의 근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인간들은 어떻게 농지를 자기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인간 개개인이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그리고 그것을 구획해 국가가 통치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인류 전체가 함께 먹고살면서 나누어야 할 자연과 농지는 인류뿐만 아니라 우주생명 모두의 것이다.
 
농업인구가 줄고 노인들만 남는다
 
우리나라 농업은 현재로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수많은 사회운동과 정부의 새로운 정책 등 노력에도 농업인구, 농지, 식량자급률 모두 줄어들고 있다. 마을공동체도 붕괴된 지 오래다. 농촌의 고령화는 도시보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으며 농지 가격은 급등했다.
 
경지면적이 줄어드는 것은 식량위기 시대에 적신호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식량자급률이 낮은 나라에서 만약 외부 식량 사정이 급격히 변화하면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1년에 약 2만ha~1ha, 평수로 3,000평인 땅, 곧 여의도 면적(245만 평)의 약 25배가량이 사라지고 있다. 식량위기 발생 시 대응 능력이 근본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지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각종 택지 개발과 도로 항만 등의 자본주의 개발 경제다.
 
이러한 개발 경제에 따른 농지의 전용과 감소는 필연적으로 투기와 농지 가격의 급등을 불러온다. 오늘날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문제는 이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식량과 생태계의 보고인 땅을 개발과 투기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그런 시선이 최고점에 이르렀음은 누구나 다 안다. 앞으로도 농지가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
 
특히나 농촌에서 가장 큰 문제는 농업 인구 유출과 고령화다. 이미 농촌 인구는 전체 인구의 6%도 안 되는 수준이며, 65살 이상 고령 노인은 2011년 33.7%에 이른다. 그런데다 농촌의 평균연령이 2010년에 50살을 넘어섰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15년 뒤에는 농촌에서 65살 이하의 농민이 거의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한살림의 생산지에서도 이러한 고령화와 영농 포기 상황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영농 포기로 인해 오랜 동안 생명농업으로 잘 길들여지고 관리되어 온 땅이 관행농지로 되돌아가는 데 있다. 한살림 생산자공동체에서도 영농 포기 땅을 구성원들이 받아주는 것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농민 절반 이상이 임차농
 
이러한 현실은 농업살림운동과 정책 방향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감소 및 농촌의 붕괴에 대응해서는 청장년층의 귀농귀촌 인구를 더욱 늘려야 하는데 이들 청장년층의 귀농을 가로막고 있는 결정적 조건 중 하나가 농지 문제다. 농사를 짓고자 해도 농지를 구하기 어려울뿐더러 농지가 사적소유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귀농을 하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설령 귀농하여 양심적인 생명농업을 하더라도 판로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농지는 1950년대 농지개혁 후 한때 자작농이 95% 이상인 적이 있지만, 현재는 농민의 절반 이상이 임차농가다. 아래의 표에서 보듯이 임차농가와 농지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농가 인구 유출과 부재지주의 땅을 부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인구가 줄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농가의 호당 평균 경지면적이 1.5ha 전후에서 멈추고 있는 것은, 개발로 인해 농지가 감소하고 부재지주가 증가한 데 있다고 보인다. 농촌과 농지 문제는 안정적인 식량대책과 안전한 농산물의 지속가능한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농지신탁협동운동을 다양하게 펼쳐야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농촌 문제와 식량위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귀농운동본부 잡지 《귀농통문》에 제언한 적이 있다. 농지신탁협동운동을 통해 ‘농지의 민공유운동’을 전개하자는 제언.
 
농지의 민공유운동은 농지가 농민의 것도, 국가의 것도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구체적인 현실에서 실현하자는 운동이다. 이것은 국가와 지자체에 ‘농지 공개념 정책’을 요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이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전환적인 운동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유형이 있겠지만 농지의 민공유화와 귀농귀촌운동, 직거래운동과 협동운동을 하나로 묶자는 이야기다.
 
첫 번째는 도시소비자들이 농지를 구입하기 위해 출자하고, 이 자금으로 농지를 구입하는 것이다. 귀농희망자는 생명농업 교육과 마을공동체 교육을 받은 뒤 농지신탁조합의 농지를 경작하고, 생산된 농산물은 도시 소비자가 사주는 것이다. 귀농자들은 농지 걱정 없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도시소비자들은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 받는 농지운동이다. 산술적으로 한살림 조합원이 30만 명이라면, 년 1만 원씩만 출자해도 상당한 양의 토지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생산지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농지신탁협동조합을 만들어 영농포기자와 상속농지 소유자의 농지를 기부받거나 위탁받는 방법이다. 그렇게 확보한 농지를 귀농자와 지역농민들이 함께 경작하는 것이다. 귀농자들은 사실 농업장비를 마련하기도 어렵고 농업기술도 낮다. 농업기술을 익히는 것에는 경험 많은 농민과 함께 농사를 짓는 게 최상책이다. 물론 여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역시 꾸러미나 생활협동조합 등에 출하한다.
 
세 번째는 마을단위에서 농지신탁을 통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도시민 20가구와 귀농 희망자 2~3가구가 뭉쳐서 공동으로 농지를 매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공급받는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공동체지원농업)를 통해서 농지의 민공유화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도시 또는 도시 인근의 농지를 퇴직 노인들이 출자해서 경작하는 방식이다. 이런 도시텃밭운동도 농지의 민공유운동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농지 민공유운동’은 여러 영역이 서로 명확히 구분된다기보다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농지를 사적으로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것이며 국가나 지자체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결사하고 영농하는 운동이다. 또 이렇게 얻은 생산물을 사회복지기관이나 공공급식에 우선 쓰도록 하는 정책을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하는 운동도 필요하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CSA형태의 농지공유운동은 많이 전개되고 있다. ‘농지의 민공유운동’은 우리의 의식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키는 운동이자, 민의 먹을거리를 지키는 운동이요, 한반도 농업살림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운동이다.
 
 
 
류하 님은 강원도 농촌에서 마을공동체운동과 교육운동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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