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호 2013년 봄 [특집] 식량주권과 식량자급

[ 핵무기·핵발전·방사능 없는 사회 ]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8대 에너지정책 과제'

글 양이원영

‘안전’한 국민행복시대를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다. 앞으로 박근혜정부가 5년간 한국사회를 이끌 것이다. 국민대통합을 강조한 박근혜정부가 ‘안전’한 국민행복시대를 열고 아이들을 위한 역할을 다하리라 기대한다.
박근혜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기존의 한나라당과 새누리당과는 다른 방향의 정책을 제시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안심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수급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이를 위해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체계를 수립하겠다’고 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제도 혁신 및 에너지 수요관리 확대’와 함께 향후 20년간 전원믹스(발전원별로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전력을 공급하게 할지 말하는 것. 예를 들어 ‘전원믹스상 원전은 30%, 석탄은 40%’라는 식으로 표현한다)를 원점에서 재설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인수위원회 구성과 역할에서는 우려와 비판을 받았다. 안전규제 최고책임조직으로 독립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폐지하고 원전 개발 부처 산하로 격하하여 후진적인 원자력 안전규제 체계로 되돌아가는 정부조직개편안을 1년만에 국회에 넘긴 것이다. 또 에너지정책을 담당할 인수위원을 선임하지 않아 향후 정부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제외되었다. 에너지 수급체계는 경제, 일자리 문제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도 산업계에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정도로밖에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탈원전 에너지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미 수명이 끝난 노후원전인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폐쇄 여부를 유럽식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한 것도 정답이 아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노후원전이 아닌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검사하는 것이다. 수명을 다한 노후원전은 조건 없이 폐쇄해야 한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미 대표단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부터 사용후 핵연료 처분방식을 사회적인 공론에 부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가 버렸다. 이에 전국의 시민사회, 환경, 생협, 종교, 지역 등에 따른 78개 단체로 구성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원전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한 8대 과제를 지난 1월 22일 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폐쇄, 원전 수명연장 금지
모든 원전의 수명연장을 금지해야 한다. 이미 수명이 끝난 고리 1호기는 가동을 중단하고 수명연장 승인절차를 밟고 있는 월성 1호기는 폐로절차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 유럽식 스트레스 테스트는 수명을 다한 원전이 아닌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 확인을 위해 시행되어야 한다.


원전 증설이 아닌 축소 계획 마련
현재 진행 중인 신규원전(신고리 3, 4, 5, 6, 7, 8호기, 신울진 1, 2, 3, 4호기)과 삼척, 영덕의 신규원전부지 지정고시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원전은 새로 증설하지 말고 축소해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와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계획 수립
원전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예정되어 있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6차 전력수급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시민환경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초고압 송전탑 건설 중단
신규원전 건설계획으로 인해 밀양, 청도 등에 추진하고 있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수도권과 대도시의 전력공급을 위해서 사유재산을 강제 수용하고 지역공동체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비민주적 에너지 정책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폐지 대신 강화 개편
인수위원회에서 독립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폐지하고 원전 개발 부처 산하로 격하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체계 수립’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원전 부품 검증서 위조, 중고부품, 짝퉁부품 사건에 이어 각종 사고 은폐 등으로 국내 원전 안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안전규제기관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감독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1호기 블랙아웃 및 각종 사고 은폐를 비롯하여 영광 5, 6호기 재가동 과정에서도 형식적인 안전 감시만으로 사업자의 들러리 역할만 했다. 국민의 안전 보장과 공약 실천을 위해 현재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유지,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원장 및 부위원장 등 관련위원을 원자력 이해관계자로부터 독립된 인사로 교체하고 상임위원을 확충하는 한편, 안전규제 예산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직접 받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원전 비상계획구역 30km로 확대, 철저한 방재 대비
체르노빌에 이어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통해 원전을 가동하는 국가는 사고 가능성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신규원전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대규모 사고를 가정하지 않고 있다. 원전 사고 시 피난과 긴급보호조치를 하고 식품을 제한하는 비상계획구역 역시 8~10km밖에 되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후 방재대책 중점추진구역을 30km로 확대하고 중대사고 발생 시 방사성물질 확산 예측 지도를 작성했다. 우리나라도 비상계획구역을 30km로 확대하고 중대사고 발생 시 피해지역 예측을 위한 모의실험을 해야 한다. 또 방재물품과 의약품 확보로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가동 중인 원전 민관합동 안전조사,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원전 조기폐쇄
울진 원전과 영광 원전의 증기발생기 결함과 원자로 헤드 균열 등은 원전의 안전 가동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또 활성단층 인근에 낮은 내진설계로 운영되고 있는 원전(지질학계에서는 경북 영덕부터 경남 양산까지 뻗어있는 양산단층대를 중심으로 인근의 소규모 단층들을 활성단층으로 본다. 여기에 속하는 원전은 울진, 월성, 고리 원전으로 특히 월성 원전이 가장 위험하다)은 지진이 일어날 경우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원전 주변 지역민, 관련 시민단체들과 공동 조사기구를 꾸려서 원전 재질과 내진설계 등에 대한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안전조사를 하고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원전은 조기폐쇄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금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으로 핵무기 연료를 만들 수 있다. 이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한다. 남북 모두 핵무기 개발은 물론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을 금지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했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재처리 기술 중의 하나인 파이로프로세싱 시험시설을 오는 5월에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미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도록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핵개발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평화를 위협하면서 아까운 세금을 군비경쟁으로 탕진하게 만들 것이다. 남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통해 원자력발전이 안전하지 않고 원자력이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계획하는 각국의 정부들은 이미 원자력으로부터 벗어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책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한국도 탈원전 에너지정책을 통해 현 세대는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물려주어야 한다. 안심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수급은 미래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다. 핵무기, 핵발전도 없고 방사능 위협도 없이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박근혜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기를 바란다.



↘ 양이원영 님은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 국회기후변화포럼 기후변화정책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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