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호 2013년 봄 [특집] 식량주권과 식량자급

[ 북한의 핵실험과 방사능 위험 ]

원자력발전과 핵무기는 다를 바 없다

안재훈


 

지난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핵실험과 핵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는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핵무기가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고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북한 핵실험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해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발생해 더 깊은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에 한발 더 다가섰다고 주장했다. 그 때문일까?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여러 방법으로 이번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성물질을 검출하려고 했지만 2월 말 현재까지 검출된 물질은 없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혹시나 모를 방사성물질의 오염과 확산에 대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방사능 오염비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비를 맞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핵실험으로 당장 큰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이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고, 이는 한편으로 북한에 강력한 압박이 되겠지만 추가 핵실험과 핵개발을 더 촉진할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한국정부의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군사적 긴장감만 고조시켜왔다는 점에서 분명 실패했음이 드러났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 역시 이러한 대북강경정책 노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선제타격’, ‘핵무장’ 등 상황을 더욱 악화시고 한국에도 엄청나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주장들까지 나오고 있다. 남북 모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은 어쨌든 적극적으로 대화의 장을 마련해서 풀어가는 방법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원자력발전의 기술과 원료, 언제든 핵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

1945년 8월 6일 미국의 B-29 폭격기가 히로시마 상공에서 핵폭탄 ‘리틀보이’를 투하했다. 핵폭탄은 히로시마 상공 580m에서 폭발했다. 폭탄 1개가 도시의 80% 이상을 초토화시켰고 10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이어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으로 10만 명의 사람들이 짧은 기간에 죽음에 이르렀다. 피해는 이로 끝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폭자로 죽거나 고통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도리어 많은 나라들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게 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몇 년 안에 미국에 이어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다. 1953년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원자력에 관심을 보인 나라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에 원자력 에너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그때까지 미국이 갖고 있던 핵분열에 대한 비밀 지식을 공개한다는 내용이다.

원자력 기술의 역사는 핵폭탄 개발로 시작되었지만, 원자력발전으로 이어졌다. 핵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점과 막대한 양의 방사성물질의 위험이 있다는 측면에서 원자력발전과 핵무기는 다를 바가 없다. 동전의 양면처럼 원자력발전의 기술과 원료가 언제든 핵무기 개발에 전용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자연을 서서히 죽이고 영원히 오염시키는 핵발전 사고

이번 북핵실험을 바라보는 태도에는 무엇보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핵 이용은 없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은 원자력발전소를 열심히 늘리며 핵무기와는 달리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좁은 땅에 이미 23개나 되는 원전이 가동 중이고 2024년까지 11개의 원전이 더 지어질 예정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더 위협적인 것은 바로 원자력발전소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핵무기처럼 많은 사람을 한 번에 살상하지는 않지만 사람과 자연을 서서히 죽여가고 영원히 오염시킬 수 있다. 원자력발전은 핵분열 과정에서 핵분열 생성물이라는 방사성핵종이 몇 백 종류나 생긴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물질이 바로 요오드와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이다.

요오드131에 피폭되면 갑상선에 축적되고, 거기서 방사선을 내서 갑상선암을 발생시킨다. 요오드131은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8일이라 1,000분의 1로 감소하는데 80일이 걸린다. 하지만 휘발성이 강해 넓게 확산되기 때문에, 사고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대표적 방사성물질인 세슘137은 반감기가 무려 30년이다. 그 영향이 1,000분의 1로 줄어드는데 300년이나 걸린다. 따라서 토양에 오래 머물러 외부피폭의 원인이 되고 뿌리에서 영양을 흡수하는 식물, 나아가 그것을 먹은 동물까지 오염시킨다. 세슘137은 사람 의 근육과 생식기 등에 축적되어 암이나 유전자 장애의 원인이 된다.


방사능으로부터 위협받는 먹거리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정부는 “건강에 당장 영향을 미치는 양이 아닙니다” “당장 피난할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이 말은 단지 급성장애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피해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피폭량이 그다지 많지 않아도 방사선으로 인한 피해는 늦게 나타날 수 있다. 10년 후, 20년 후 피폭의 원인으로 암에 걸리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을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피폭자들이 가르쳐 주었다.

후쿠시마 사고는 한국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미량이지만 방사성물질이 한국으로 날아왔고, 바다의 오염과 오염된 농수산물을 통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체르노빌 사고나 핵실험 등으로 인한 방사성 물질의 오염은 없지 않았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 먹거리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일본에서 수입된 식품에서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일본산 농수산물과 식품에 대해 일본 내의 조치나 기준(세슘의 경우 100Bq/kg)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부의 대처 때문에 기준치 미만이지만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일본 농수산물과 식품이 무방비 상태에서 버젓이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일본산 수산물에서는 지속적으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그 빈도도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기준치 이하라는 이유로 그대로 시중에 유통하고 있다. 수산물의 경우 원산지 표기를 속이기 쉽고 육안으로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철저한 관리 없이는 위험을 피할 방법이 전혀 없다. 또 같은 양이라고 해도 직접 섭취하면 내부피폭의 위험이 더욱 크고, 체내에 방사성물질이 축적될 수 있다.

나날이 시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진다. 이로 인해 심지어 국내산 수산물까지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방사능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스스로 휴대용 방사선계측기를 직접 구입해서 측정하는 적극적인 시민들도 생겨났다. 이는 정부의 방사능 안전 대책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효성 없는 정부 대책,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최근 일본에서는 오염된 토양의 표토를 걷어내는 ‘제염’ 작업을 벌이고 있다. 워낙 오염된 지역이 광범위하고 피해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 선택이라지만 문제투성이 대책일 수밖에 없다. 과연 제대로 오염 제거가 가능하겠는가? 또 걷어낸 오염 토양의 처리 문제도 심각하다. 갈 곳 없는 오염 토양들을 무방비상태로 곳곳에 쌓여 있다.

더구나 오염된 농지는 재생 불가능하다. 농업에서는 식물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표토가 가장 중요하다. 표토를 긁어내는 건 실효성이 없다. 현재와 같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처로는, 농민들의 삶도 거기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어야 하는 시민들의 안전도 보장될 수 없다.

핵실험과 핵무기, 원자력발전소로 인한 방사능 위협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역사가 답을 말해 주고 있다. 핵무기의 위험성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보여주었다면,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증명했다. 분명히 핵무기든 원자력발전소든 없애나가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또 그러한 위협이 사라지는 날까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비해야 한다. 국가가 나서서 제대로 대비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들도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오는 4월 녹색병원노동환경건강연구소, 두레생협, 에코생협, 여성민우회생협, 한살림, 차일드세이브, 환경운동연합이 주축으로,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창립을 앞두고 있다. 방사성핵종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 장비를 시민들과 단체들의 모금과 출자로 마련하게 되었고, 전문가들이 운영하게 되었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길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 안재훈 님은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간사로, 원자력발전의 위험을 알리는 일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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