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2012년 겨울 살림,살림

[ 제철살림 ]

산과 들에서 비바람을 견딘 생명력, 산야초

장영란


항아리에 담근 오미자효소, 새콤함이 입맛을 돋군다.

처음으로 못자리를 하던 날. 논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굽이굽이 논둑에 들꽃이 어찌나 예쁘게 피어 있던지. 봄맞이꽃, 제비꽃, 민들레, 작디작은 마리꽃까지. 한 송이, 두 송이씩 따 모았다. 그렇게 앞치마 가득 따 모은 꽃들로 꽃효소차를 담갔다. 작은 음료수병으로 하나였나? 이듬해 그걸 먹으니 봄꽃향이 온몸에 퍼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해서 산골에 지천인 풀, 꽃, 싹, 열매, 뿌리…. 이런저런 효소차를 담가 온 지 십여 년.
요즘 효소차가 인기다. 봄이면 매실, 가을이면 오미자로 효소차를 담근다. 효소차 열풍을 보면서 두 가지 서로 다른 마음이 생긴다. 효소차를 더 잘 담그는 법을 훈수하고픈 마음. 다른 하나는 단맛에 대한 걱정이다.


유기농사를 하면서 효소를 배우다

‘효소차’라고 하고 줄여서 효소라고도 부르는 액상식품은 산야초를 설탕에 절인 뒤 발효시키는 ‘약초설탕발효액’이다. 효소란 사람 몸의 소화기관에 필요한 유효발효균으로 엔자임(enzyme)이다. ‘효소’는 생채소나 과일 심지어 생고기에도 들어 있다. 채소로 담그는 김치, 콩으로 담그는 장류, 쌀과 과일로 담는 식초…. 이런 발효음식과 싱싱한 생채소를 곁들여 먹는다면 따로 발효균인 효소를 먹지 않아도 되리라. 그런데 날마다 먹는 끼니가 그렇지 못하니 건강식품인 효소, 그러니까 유효발효균이 따로 필요한 거다.

효소차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인터넷에서는 답을 찾기 어려웠다. 십사 년 전부터 효소차를 만들어온 생산자에게 전화를 드려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다만 일본에서 이십년 전쯤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이렇게 조심스레 추정하신다. 백초효소차가 우리나라 전통음식이라고 주장하는 효소차 사이트도 있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분의 할아버지가 한의사였는데 백초를 꿀에 재서 먹으면 약이 된다고 가르쳤단다.

나는? 귀농해서 유기농법을 배우면서 더불어 익혔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농사를 지으려니 유효발효균인 효소를 알아야 했다. 거름을 띄울 때 유효발효균을 모아 넣어준다든지, 액비를 만들 때 좋은 미생물을 구해 넣어준다든지…. 지금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따로 뭘 넣어주지 않으려 한다. 효소차에 대한 열정 역시 처음에는 컸지만 지금은 더운 날 마실거리와 양념을 마련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액상과당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징검다리

유래가 어떻든 지금처럼 설탕에 재워서 효소차를 만드는 건, 설탕이 흔해진 요즘 일이다. 효소차에 들어가는 설탕은 발효과정에서 효소균의 먹이가 되어 단당류인 포도당으로 바뀐다지만 어찌되었든 요즘 효소차에는 설탕이 엄청 들어간다.

설탕이 안 좋다는 소리에 부엌에서 설탕을 몰아내니 그 자리에 효소차가 떡하니 들어선 꼴이다. 효소차가 이렇게 유행인 건 지금이 단맛 전성시대라 그런 게 아닐까? 길거리를 걸어보라. 콜라, 옥수수수염차, 기능성 음료, 과일주스, 홍삼액…. 이 모든 음료수에는 액상과당이라는 단맛이 들어가 있다. 액상과당은 값싼 수입옥수수를 산화해 만든 정체불명의 당이지만 사람 혀에는 깔끔한 단맛이 ‘끝내준다’. 하지만 ‘액상과당을 먹이려면 차라리 아이한테 소주를 먹이라’는 말처럼 액상과당은 정체불명인 당이다.

액상과당의 깔끔한 단맛에 길들여진 혀에는 효소차도 거북한 경우가 있다. 발효음식이 가지는 독특한 풍미 때문이다. 효소차와 친해지고 싶다면 새콤한 맛이 적당히 섞여 있는 매실과 오미자로 만든 효소차가 좋다(《자연달력 제철밥상》 참고). 더 나아가 액상과당의 찜찜함을 한방에 날릴 수 있는 발효음료를 먹고 싶다면 자연발효식초를 추천하고 싶다(《살림이야기》 14호 ‘식초편’ 참고).

하지만 가끔은 달콤한 무언가가 당긴다. 또 음식에 단맛이 들어가야 할 때가 있다. 그때 양념으로 효소차 원액을 조금 넣어주면 맛과 향이 달라진다. 물엿과 액상과당 대신, 내 손으로 단맛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효소차 담그는 법을 소개한다.
 

세 단계 발효

효소차를 설탕에 절여 만든 역사는 채 이십 년이 안 된다. 발효식품이 그러하듯 ‘정설’보다는 ‘내 손에 따르면’이다. 손맛에 들어가기 앞서 발효의 원리를 살펴보자. 효소차는 세 단계 발효를 거친다.

1차 발효 - 재료가 설탕에 절여지며 발효가 일어난다. 재료에 따라, 담그는 계절에 따라 시간차가 난다. 재료를 설탕에 잰 뒤 잘 저어주어야 한다. 발효가 시작되면 효소균이 설탕을 먹으며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다. 이 이산화탄소를 잘 빼주고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 주어야 효소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 그러니 잘 저어주어 거품을 잘 빼야 한다. 자주 저어줘 설탕이 다 녹고 거품도 더 이상 안 올라오면 1차 발효가 끝. 재료에 따라 날씨(온도)에 따라 이 과정에 차이가 난다. 빠르면 열흘, 늦으면 두어 달.

당도도 중요하다. 설탕이 너무 적으면 몽땅 상하기 쉽다. 처음 할 때는 재료와 설탕의 비율을 1:1 기준으로 하는 게 좋다. 더 정확하게는 당도계로 50brix다(‘인터넷 카페 효사모’ 참고). 손에 익으면 재료에 따라 설탕 양을 조절하며 담근다. 여름보다는 가을에 담글 때 설탕을 적게 쓰고, 또 당도가 높은 과일은 설탕을 거의 넣지 않고도 발효에 성공할 수 있다.

2차 숙성 발효 - 건더기를 건져내고 효소 발효가 숙성되는 시간이다. 이때는 1차 발효 때처럼 부글부글 끓을 정도는 아니지만 이산화탄소가 어느 정도 생긴다. 공기가 통하는 게 좋고, 중간에 한두 번씩 저어주면 좋다. 항아리에 70% 정도 담는 게 좋다. 숙성 발효는 최소한 6개월은 넘어야 좋다는 데 대부분이 동의한다. 3년은 발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고, 1년이 넘으면 더 좋은 유효균이 생기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후 발효 - 효소차를 물에 타 먹을 때 반나절 정도 미리 타놓았다가 마시면 상큼하며 톡 쏘는 맛이 생겨나 청량감이 높다. 대신 이 성질 덕분에 잘 관리하지 않으면 맛이 변하기 쉽고, 더운날 택배로 보내면 운송과정에서 과발효가 일어나 터지는 수가 있다. 다른 곳에서 운반해온 효소는 하루 이틀 냉장고에 넣었다가 뚜껑을 여는 게 좋다.


양파효소차 담그는 법

양파와 설탕(양파의 무게를 달아 그 무게만큼 설탕을 덜어놓는다. 유기농비정제당이 깊은 맛이 난다), 항아리, 보자기(안 입는 면옷을 잘라서), 고무줄

양념으로 만점인 양파효소차 담그는 법을 소개한다. 음료로 마시는 효소차는 성공과 실패가 눈에 두드러지지만 양념으로 쓰는 건 어지간하면 통과니 처음 시작하기 좋다.

➊ 양파는 껍질째 숭덩숭덩 썬다. ➋ 썬 양파를 커다란 대야에 넣고 설탕의 2/3 분량을 넣고 고루 무친다. 나머지 설탕은 따로 두고 조금씩 얹어가며 당도를 조절한다. ➌ 설탕을 묻힌 양파를 항아리에 넣고 따로 놓아둔 설탕을 조금 꺼내 맨 위에 한 켜 덮어준다. 이때 재료가 항아리에 60%를 넘지 않도록 한다. 그래야 잘 저어줄 수가 있고 이산화탄소가 나오면서 거품이 끓어올라도 괜찮다. 항아리 아귀에 보자기를 덮고 고무줄로 꼭 여민다. 공기는 통하고 벌레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➍ 며칠 뒤 양파가 설탕에 어느 정도 절여졌으면 뒤집으며 잘 저어준다. 그리고 다시 맨 위에 설탕을 한 켜 뿌려주며 당도를 맞춰나간다. 이렇게 날마다 저어주면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어느 정도 잦아든다. 또 양파에서 수분이 다 빠져나가 양파가 위로 둥둥 뜨고, 설탕이 다 녹아 물이 되었으면 1차 발효 끝. 손가락을 넣었다가 꺼내서 엄지와 검지를 붙였다가 뗄 때 끈적한 정도이면 당도가 적당하다. ➎ 다 절여졌으면 보자기를 깔고 효소차를 거른다. 거른 건더기는 양념으로 쓸 수 있다. 절임 물은 작은 항아리로 옮겨 담아 보자기를 위에 씌우고 고무줄로 묶은 뒤, 항아리 뚜껑을 덮어 어둡고 서늘한 곳에서 6개월 이상 숙성시킨다. ➏ 효소균은 뜨거운 곳에서는 죽는다. 그러니 효소차를 먹을 때는 상온, 우리 몸의 온도 정도를 넘기지 않는 게 좋다. 4~5배 정도의 물에 타서 음료로 마시거나, 양념으로는 원액을 넣되, 익히는 음식에 넣으면 도로 아미타불.

↘ 장영란 님은 무주에서 자급농사를 하며 자연에 눈떠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맛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생각이 서로 통하는 이와 만나고 싶어 틈틈이 글을 씁니다. 《자연달력 제철밥상》, 《아이들은 자연이다》, 《자연 그대로 먹어라》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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