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2012년 겨울 [특집] 지구를 생각하는 겨울나기

[ ⑦ 도시 마을의 에너지 자립 도전기 ]

화목난로와 태양열온풍기, 성대골을 덥히다

이선미 편집부

도시에서 에너지 자립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성대골은 절약과 단열, 신재생에너지 사용으로 난방 자립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쓰는 사람이 만들고 사는 사람이 실천하는 진정한 자립을 위해 난로를 직접 만들었고, 단열도 직접 한다. 올 겨울 성대골은 덜 추울 것이다.



불확실한 시대, 에너지 절약이 답


과일가게와 떡집 등으로 분주한 시장을 지나서 도착한 성대골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동네다. 추운 날씨에 목도리를 두르고 종종걸음을 걷는 할머니, 모자를 쓰고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익숙하다. 편의점 건물 2층에 자리잡은 어린이도서관도 아담한 마을문고 같았다. 한쪽 벽에 붙어있는 ‘성대골 절전소’ 그래프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은 서울 동작구 상도3동 성대골 마을공동체의 ‘본부’와도 같은 곳이다. 15명 남짓되는 마을사람들이 모여 여러 가지 공동체 일을 함께하는데,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에너지’ 문제다. 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지난 해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이다. 가까운 일본에서 일어난 엄청난 재앙이 연일 뉴스에 나왔는데, 막상 그런 일은 어떻게 대응하고 예방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마찬가지여서 핵발전소 폭발사고는커녕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교육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불확실한 시대, 잠깐 정전만 되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거의 재난상태에 빠지는 이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건지 엄마들은 불안해졌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에너지 절약이다. 에너지 생산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다음 세대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지구를 전해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부터 어린이도서관 회원가족을 대상으로 성대골 절전소 운동을 펼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같은 달의 전기사용량을 막대그래프로 비교해 사용을 줄이게끔 했다. 무더위가 극성이던 여름에는 여러 가족이 도서관에 모여서 함께 잤다. 집집마다 냉방을 하지 않고 한데 모여 에어컨을 하나만 켜니 전기요금도 줄고 공동체도 더욱 탄탄해졌다. 특히 아이들에게 괜스레 떳떳해졌다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많다.




전기사용량을 막대그래프로 비교표시한 성대골 절전소



단열, 화목난로, 태양열온풍기로 마을학교 난방 끝


겨울이 되었으니 이제 난방 차례다. 마침 어린이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마을학교 공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참에 자립 난방을 할 수 있게끔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다. 먼저 사방 벽과 천장을 모두 두껍게 단열해서 열이 새어 나가지도, 추위가 새어 들어오지도 못하게 만들기로 했다. 보일러는 놓지 않고 화목난로와 태양열온풍기로 대신한다. 연기는 거의 없고 효율은 높다고 하는 화목난로는 하자센터에 가서 직접 만들었다. 올 겨울 난방 에너지 절감 및 효율화를 위해 하자센터에서 진행한 적정기술 워크숍에 참가한 덕분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교육의 관점에서 대안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형 에너지와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 따라 열린 워크숍에서는, 특히 청년 등 젊은 층이 함께 모여 자립 난방기구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태양열온풍기는 창문 바깥 아래쪽에 집열판을 달아 데운 공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파트나 일반 도시주택에도 설치할 수 있다. 겨울엔 오후 1시 이전에 햇빛이 강한데, 햇빛이 있는 동안 45℃ 정도 되는 따뜻한 바람을 실내에 공급한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환기를 잘 하지 않는데, 공기가 순환하는 원리 덕분에 자연스럽게 환기가 되는 것도 장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성대골 마을활동가들은 창문 단열기술을 직접 배웠다. 특허 받은 실리콘 단열제품을 창틀에 설치하면 되는 것으로, 단열이 잘 안되어 있는 집들에 시공해서 마을 전체적으로 난방 에너지와 비용 둘 다 아낄 계획이다.




성대골 마을학교에 설치한 태양열온풍기. 왼쪽은 외부에 달린 집열판, 오른쪽은 내부 송풍구



어렵지만 해야만 하는 도시 난방에너지 자립


도시에서 자립 난방을 하는 것은 시골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시골은 집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고 해가 잘 들어 태양열이나 햇빛을 이용한 난방을 하기 좋지만, 도시는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이 많다. 게다가 태양에너지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에너지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면 해가 잘 드는 집 값이 오르는 문제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자가가 아닌 전, 월세로 사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단열공사는 비용이 제법 많이 들기 때문에 내 집도 아닌데 이걸 해야 하나 싶은 아까운 마음에 망설여질 수 있다. 단열공사가 되어 있는 집의 가치가 인정되어야 하는 이유다.
빌려 쓰는 공간인 마을학교에 일부러 돈을 들여 단열공사를 하고, 일반 전기온풍기보다 값비싼 태양열온풍기를 설치하는 이상한 성대골. 도시 한복판에 화목난로를 끌어들이고 이웃집 단열까지 신경 쓰는 것은 좀 유난해 보일까? 하지만 기후변화 때문에 해마다 점점 추워지는 겨울을 겪고, 전기를 만들려다 온 땅과 바다를 폐허로 만들어버린 핵발전소를 보면 이제는 이상하고 유난하게 살아야만 하는 때인 듯하다. 우리 도시에 더 많은 성대골이 생겨나고, 쉼 없이 움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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