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2012년 겨울 [특집] 지구를 생각하는 겨울나기

[ ⑥ 에너지 신토불이 ]

햇빛이 강하면 햇빛으로 소똥이 많으면 소똥으로

김세진 편집부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 ‘신토불이(身土不二)’ 뜻이다. 제철에 근처에서 나는 먹거리가 최고라는 지혜가 오늘날 ‘로컬푸드’ 운동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로컬푸드를 넘어 로컬에너지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연구와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통영에 있는 작은 섬, 연대도에서는 햇빛발전기를 설치하고 공공기관의 난방을 패시브하우스로 해결했다. 때가 되어 새로 지으면서 에너지를 생각한 것이다. 완주는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소를 많이 키우는 특성을 살려 소똥을 연료화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렇게 모인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난방을 해결하고 있다. 곧 새로운 사자성어가 생길 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역토불이(力土不二)’ 같은? 땅과 에너지는 둘이 아니고 하나다.


섬에서 꿈꾸는 에너지자립
패시브하우스, 통영 연대도 마을회관

통영에서 여객선을 타고 30분 거리. 하루 네 번 다니는 배를 타고 들어가다 보면 마을이 보인다. 한눈에 보이는 풍경이 마을의 전부. 48가구, 82명이 살고 있는 연대도는 두 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섬이다. 50년 전 경상도 어느 산골에서 이 마을로 시집온 김순분 할머니(가명)는 남편감이 통영에 산다기에 시내에 살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곳은 당시 배가 하루 두 번 다니는 작은 섬이었다. 적지 않은 할머니들이 연대도가 어떤 섬인지 모르고, 통영에서 산다고만 알고 시집왔다. 섬이라고 하면 꺼리기 때문에 통영 산양읍이라고만 말했다는 매파나 할아버지의 변명이 애석하다.

살면서 섬 생활에 적응했어도 겨울나기는 어려웠다. 마을은 육지에서 가까운 북쪽을 바라보고 자리했다. 가뜩이나 바닷가라 바람이 매섭고 습기가 많은데 해를 등지고 마을을 이루었다. 반농반어로 풍족하지 않게 생활하면서 난방비에 많은 돈을 들일 순 없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대부분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곤 했다. 다른 농촌에서는 어르신들이 뜨끈한 경로당에 모여 겨울을 보내기도 하지만, 연대도의 경로당은 형편없었다. 너무 작은데다 낡은 건물이라 외풍이 심했다.


'도깨비 건물', 난방장치 없이도 따뜻하다고 어른들이 건물에 별명을 붙였다.


난로도 구들도 없는데 따뜻한 ‘도깨비건물’

그러던 이곳에 2011년 봄, 마을에 ‘도깨비건물’이 생겼다. 보일러도 없고 난로도 없고 구들도 안 놓았는데 따뜻하다고 해서, 새로 지은 경로당 건물은 이런 별명을 얻었다. 지난겨울 영하 10°C 이하로 떨어졌을 때 경로당은 22°C였다. 마을 제일 꼭대기에 사는 송주선 할머니는 이제 “일만 엄시면” 도깨비 경로당에 간다. “놀다가 점슴 해 먹고 하영 놀다가 올라오고”, 겨울철 보내기 그만이다. 가가호호 단열 설비도 했지만 사람이 많은 곳이 더 좋아 경로당으로 간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렇게 따스한데도 전기료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패시브하우스’라는 건축 공법으로 경로당을 지었기 때문이다. 패시브하우스는 말 그대로 수동적인 건축물이다. 난방을 위해 보일러를 놓거나 다른 난방 기구를 들이는 대신, 단열을 강화해서 태양열과 몸의 열만으로 겨울을 지낼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에서 난방할 때 쓰는 난방에너지를 석유로 환산하면 17ℓ정도인데, 패시브하우스는 1/15~1/10만 쓴다. 그것은 대부분 안팎의 공기를 환기하기 위한 열교환환기장치를 가동하는 데 쓰인다. 연대도에서는 그 에너지마저 지열과 태양열에서 얻는다. 아직 초기 단계라 고장이 날 때가 있지만 해결하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태양광발전시설로 에너지 자립

2011년 3월, 뒷산 언덕에 만든 150kw 태양광발전시설은 패시브공법으로 지어진 경로당과 마을회관, 외부 손님을 맞기 위한 비지터센터뿐 아니라 각 가정에 3kw씩 지급된다. 가정에서는 2~3만 원 나오던 전기세가 5천 원 정도로 떨어졌다. 통영시와 민관협의체 푸른통영21은 각 가정에 창호와 문틀 등을 손봐 단열을 개선했다. 앞으로는 지열로 각 가정의 난방을 해결하는 방법까지 생각하고 있다.

연대마을 언덕에 설치된 해바라기, 태양광발전시설

공공기관을 패시브공법으로 지어 난방을 해결하고, 태양광발전시설을 통해 에너지자립을 실험하는 사례를 보려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많이 온다. 폐교한 초등학교는 연수원으로 다시 지어졌고, 운동장에는 자전기발전기로 돌리는 노래방·솜사탕기계 등 인간동력 놀이기구가 들어왔다. 많은 손님이 와도 난방비가 들지 않는다. 부녀회는 음식을 해서 수입을 얻고, 할머니들은 다랭이꽃밭을 만들었다. 차를 만들어서 파는 마을기업 ‘할매공방’도 생겼다. 이러다 보니 마을 사람들에게 활기가 생겼다.

하지만 처음에는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당한 게 많았기 때문이다. 선거철이면 누군가 와서 이행하지 않을 약속들을 늘어놓아 기대에 부풀게 하곤 지나면 모른척하기 일쑤였다. 앞으로 푸른통영21이 2007년 마을에 와서 생태섬에 대한 계획을 말했을 때 주민들은 냉대했다. ‘에코아일랜드’를 이야기하면 “캐코아일랜드?”라며 되물었고, 설명하면 잘난 척한다고 했다. 이날 이때까지 그냥 살았으니 내버려두라고 했다. 지금은 연대마을사람이 된 윤미숙 푸른통영21 사무국장은 그 마음을 이해했다. 우리나라에 ‘섬 정책’이라는 게 없다고 생각해왔다. 낙후했는데 누구도 돌보지 않는 곳이 섬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십년 전 발생한 태풍 매미에 대한 지원금을 이제야 받는 정도란다. 윤미숙 사무국장은 3년 동안 80여 차례 다녀가면서, 가게 하나 없는 곳에서 밥도 얻어먹지 못하고 배 안에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섬사람들이 마음을 함께 한 후에도, 실제 공사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고, 시공해 본 사람이 거의 없어서다. 열이 빠져나가게 하지 않기 위해 벽의 두께, 창의 위치와 크기 등을 설계할 때나 시공할 때 면밀하게 해야 한다. 시공업체에서 설계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중간에 허물고 다시 지은 적도 여러 번이다. 작은 평수 집을 짓는데 6개월이나 걸렸다. 재료 자체도 외국에서 수입해야만 하는 것이 있어서 무엇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2008년 산업자원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설치사업비로 13억5천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지원받아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10월 대한민국 공간미술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개인은 어렵지만 공공건물을 새로 지어야 한다면 이렇게 하면 좋겠다. 물론 가정집 단열을 개선하는 것은 그 전에 우선되어야 하는 일이다. 윤미숙 사무국장은 나랏돈은 탈핵을 준비하고, 마을 사람을 살리는 데 쓰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소똥 태워서 에너지 만드는 꿈
전북 완주 불노리영농조합법인

사람 4천 명, 소 1만2천 두. 전라북도 완주군 화산면에는 소가 사람보다 세 배 많다. 소를 키워 돈을 벌지만, 집집마다 소똥이 골치다. 일부는 퇴비로 쓰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겨울철에는 난방비가 걱정이다.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집마다 한 달에 거의 50만 원을 기름보일러에 쓰거나, 매일 엄청나게 나무를 해와 화목보일러를 돌리는 게 방법인데, 이래저래 벅찼다.

귀농해서 두 가지가 힘들었던 이명주 불노리영농조합법인 사무국장은 문득 ‘소똥을 연료로 쓰면 어떨까? 그렇게만 된다면 한꺼번에 해결될 텐데’ 하고 생각했다.

주위 사람들과 생각을 나눠보니 이미 축분 연료화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2010년 봄, 그 사람들이 모여 동아리를 꾸렸다. 민관 중간지원조직인 완주커뮤니티비즈 니스에 속한 동아리였다. 처음에 15명이 모였는데 지속적으로 생각을 나누고 공부하는 사람들은 6~7명 정도였다. 우선, 부지런히 자료를 모으고 먼저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는 곳들을 찾아갔다.

소똥펠릿보일러 보급, 공동체가 함께 모색

전북 남원 그린농장에서 소똥을 펠릿으로 만들어 연료로 쓴다고 했다. 소똥을 연료화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소똥을 말리고 가공해서 펠릿으로 만드는 기술과 그 펠릿을 태워서 연료로 쓰는 특수한 보일러다. 그린농장은 외부 지원을 1억 원쯤 받아 소똥펠릿제조기계를 설치했다. 그런데 소똥펠릿보일러가 자그마치 500만 원이었다. 그래서인지 주위 사람들에게 보급이 되지 않았다. 방문했을 당시에는 그린농장에서도 소똥펠릿보일러를 잘 활용하고 있지 못했다. 쇠여물을 쑬 때, 전기보일러와 함께 펠릿보일러를 사용하려 했는데, 너무 큰 면적의 탱크를 보일러와 연결하는 바람에 효율이 낮았다. 때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열이 고루 퍼지지 않았다. 완주 사람들은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는 보일러를 만들 수 있을까’다. 그때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았다. 개인이 혼자 시도하면 주위에 보급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동아리에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때, 완주군에서는 소똥 퇴비공장을 설립하려고 했다. 또 바이오매스를 만드는 공장을 세우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었다. 바이오매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돼지똥과 음식물쓰레기가 필요한데, 다른 지역에서 돼지똥을 들여오는 문제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려 그 일은 연기되었다. 행정기관에서는 그 일을 더 급하게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똥펠릿보일러 개발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불과 함께 노는 마을, 에너지 효율 고민

동아리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에너지 효율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나뭇가지 두세 개만으로 라면을 끓일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좋다는 로켓스토브를 알게 되었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놀라웠다. 이렇게 효율 좋은 난로를 만들면 농촌에서 쓸모가 많을 것 같았다. 2011년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에서 연 아이디어경진대회에 로켓스토브 보급을 제안했다. 거기에서 3등을 해, 상금 50만 원을 탔다. 탄력을 받아, 동아리에서 책임이 더 부여된 형태로 바꾸자고 의견이 모였다. 몇 명이 돈을 출자하고, 지원을 받았다. 점차 지원을 줄이고 독립할 목적으로 대안에너지지속가능연구소를 꾸렸다.

대안에너지지속가능연구소는 로켓스토브 원리를 이용한 화덕을 만들어 필요한 곳에 보급하고, 본격적으로 연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리산 초록배움터에서 태양열온풍기에 대해서 배우고, 임실 중금마을 에너지학교에도 견학을 갔다. 그리고 관계자를 초빙해 간담회를 열었다. 화두는 늘 우리 지역에 어떻게 적용할까이다. 연구소는 우선 겨울을 보내면서 적은 에너지를 들여 따스하게 보내는 방법을 연구하기로 했다. 2012년에는 ‘농촌 지역 겨울철 난방비 절감을 위한 적정기술 활용 및 보급’을 목표로 설정했다.

대안에너지지속가능연구소는 2012년 불노리영농조합법인으로 바뀌었다. 불노리는 ‘불과 함께 노는 마을’이라는 뜻. 지금은 여러 명이 출자한 사업체 형태이지만 앞으로 협동조합으로 조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업을 통해 적정기술을 보급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제작할 때 인건비가 많이 들어, 결국 개인이 구입하기에는 값이 비싸진다. 그러면 수요자가 늘어나거나 적정기술을 보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같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스스로 힘을 합쳐서 일을 하려면 협동조합 방식이 적절할 것 같아 모색 중이다.


소가 많은 완주의 특성을 살려, 소똥을 연료로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불노리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에서 열장고라고 부르는 작은 벽난로 제작을 배웠다. 냉장고 같은 크기의 작은 벽난로라 그렇게 부른다. 불노리 회원들은 곧 자기 집에 열장고를 설치할 정도로 적정기술을 잘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벽난로연구회와 함께 덕암에너지자립마을회관에도 벽난로를 설치했다. 또 이들과 연대하고 있는 지역에너지자립적정기술네트워크에서 완주에 와, 지난 11월 ‘지속가능한 농촌, 에너지 자립은 가능하다’라는 주제로 한일 포럼을 열기도 했다. 불노리는 이때 직접 제작한 화덕과 로켓스토브 등을 들고 나와 기술을 설명했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로컬푸드뿐 아니라 로컬에너지가 실현되는 마을이 되기를 꿈꾼다. 그리고 무엇보다 완주에서 소똥을 에너지로 만들어 에너지자립을 이루고 싶다. 산학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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