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2012년 겨울 [특집] 지구를 생각하는 겨울나기

[ ④ 여자도 어린이도 쉽게 만드는 햇빛온풍기 ]

난방 걱정 없는 집에 산다

이재열

춥다. 가을의 정취를 이야기하기에는 기온이 너무 낮아졌다. 우리 집 주변에도 얼음이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지난 태풍 산바에 무너져버린 적정기술센터 건물이 느리게 복구되고 있다. 아직 창문조차 달리지 않아 안이 바깥보다 더 추운 지경이다. 그래도 걱정하지는 않는다. 햇빛온풍기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햇빛을 이용하는 에너지기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이리라. 난방문제까지 들어가면 머리는 더 아프다. 기존의 태양에너지기구를 이용해 난방을 하려면 최소 수천만 원 이상을 들여야 한다. 웬만한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보다도 못하다.

그렇다면 나 같은 서민들은 태양에너지를 포기해야 할까? 태양은 무한하면서 사용료를 요구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2008년도 경북 봉화로 내려오면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에너지 문제였다. 지금으로부터 십 수년 전, 내 집에서 쓰는 에너지를 10년 안에 자급자족해 보겠다는 꿈을 꿨다.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너무 터무니없다고 해도 좋을 생각이었다. 난 부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록 10년이라는 시간은 훌쩍 넘어섰지만 우리 집 생활에너지(전기, 난방, 온수, 요리 등 자동차를 제외한 집안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70% 정도는 태양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난방에 들어가는, 뒷산에서 공급되는 나무(탄소 중립성 에너지)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에 가까운 에너지 자급률을 보인다.

오해는 마시라. 우리 집은 패시브하우스가 아니다. 흙집(흙부대)이다. 패시브하우스는 벽체를 비롯한 집 전체에 단열을 높이고 밀폐도를 높여 기존주택에 비해 현저히 낮은 에너지만으로 운용 가능한 주택을 말한다. 우리 집은 물론 단열과 축열에 신경을 쓰면서 지은 집이지만 꽁꽁 틀어막은 패시브하우스와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 왜냐고? 벽체는 물론이고 창문틀, 문틀까지 몽땅 내 손을 거쳐서 지은 집이기 때문이다. 정밀한 기계에 의해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들에 비해 투박할 뿐만 아니라 틈새도 상대적으로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독일식 패시브하우스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바람이 잘 통하는 우리 집이 좋다. 비록 동향집이라 한겨울에는 두시 반이면 집터에 해가 지지만 그래도 햇빛온풍기는 쓸 만한 효율을 내준다.
 

온실효과 극대화한 것

햇빛온풍기는 공간난방용 기구다. 태양에너지 중 직접적인 적외선뿐만 아니라 가시광선 중 일부 파장을 열에너지화시켜 사용한다. 한껏 추운 겨울날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면 땀이 날 정도로 따뜻한 것처럼 햇빛온풍기도 온실효과를 이용한다. 온실효과를 극대화시켰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집열판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붙잡아 열에너지만을 집 안으로 들여보낸다. 햇빛온풍기에서 열에너지의 흐름을 볼 때, 출발점은 집열판이다. 무동력 방식인 자연순환형의 경우 햇살이 비치면 집열판이 뜨거워지고 열기를 머금은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면서 상단부의 구멍을 통해 집 안으로 열풍이 들어온다. 이때 하단부 구멍으로 상대적으로 찬 공기가 집열판 내에서 집 안으로 들여보내진 공기량만큼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들어간다.

이러한 순환과정을 반복하면서 집 안을 점차 따뜻하게 만든다. 자연순환형 햇빛온풍기의 경우 송풍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 즉 전기가 없어도 스스로 작동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집열판이 벽면이 아닌 지붕 위로 올라가면 어떨까? 이때는 자연순환형을 사용할 수가 없다. 따뜻해진 공기가 집 안으로 내려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강제순환형을 사용하게 된다. 강제순환형은 전기로 작동하는 송풍기를 사용하는데, 장점은 열기를 보내고 싶은 곳 어디든지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지하공간이라도 얼마든지 열풍을 보낼 수 있다. 단점은, 많지는 않더라도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만 마이크로급 태양전지를 이용해서 송풍기에 들어가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강제순환형 햇빛온풍기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조차 태양에서 100% 얻을 수 있다.

햇빛온풍기는 기존의 난로와 유사하다. 다만 연탄이나 나무 또는 석유가 아닌 햇빛을 열원으로 이용할 뿐이다. 2.5세대형으로 진화하면서 이전 버전까지의 수동식에서 전자동으로 바뀌었다. 즉 햇빛온풍기가 작동하는 데 사람의 손이 필요하지 않다. 한 번 틀어놓기만 하면 스스로 알아서 작동한다.

아침에 햇살이 비쳐 집열판 온도가 오르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집열판에 들어 있는 열감지 센서가 눈을 뜬다. 주인이 명령해 놓은 온도에 다다르면 센서는 시로코팬(송풍기)에 전기를 공급한다. 시로코팬은 집열판에 모인 열기를 열기통로를 이용해 있는 힘껏 집 안으로 들여보낸다. 바로 그와 동시에 집 안과 집열판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전동댐퍼(공기의 흐름을 차단하거나 열어주는 것)가 열린다. 저녁이 되거나 낮이라 할지라도 구름이 끼면 이번에는 반대로 시로코팬이 멈추고 전동댐퍼가 닫히면서 집 안에 모인 열기가 외부로 유실되는 것을 막는다. 한겨울에 며칠씩 집을 비워도 햇빛온풍기가 설치된 집이라면 일정 정도의 온기가 유지된다. 동파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석유나 가스와 같은 에너지를 별도로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15~30평 단층 주택에 100~200만 원

만드는 데 수천만 원씩 든다면 나조차도 햇빛온풍기를 사용하지 않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공간의 크기나 단열 혹은 축열(흙집)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49.58~99.17㎡(15~30평) 정도의 단층(천장이 높지 않은) 주택 기준 100~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물론 어떤 자재나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고비용은 아니다. 방 한 칸 정도는 수십만 원 내에서 햇빛온풍기 제작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마음먹고 재활용 자재들을 구한다면 깜짝 놀랄 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고물상은 보물창고가 된다. 나는 고물상에 가는 것이 늘 즐겁다.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 전시장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 정도다.

가장 큰 장점은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센터’에 모든 정보를 공개했다. 필요하다면 참조해도 좋겠다. 경기도 시흥 산어린이학교 6학년 학생들과 함께 만든 적도 있다. 여성들도 두세 명이면 거뜬히 만들 수 있다. 남성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다만 집안에서 사용하는 조명용 전구를 갈아 끼울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된다.

1월 실내로 들어오는 열풍 온도 60°C

햇빛온풍기가 정말 쓸 만한 공간난방기구일까? 집에 설치해서 2년째 쓰고 있는 나로서는 쓸모 있는 정도가 아니라, 현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기구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집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작업실에 설치했는데 지금도 잘 작동한다. 1세대형 초기 버전이라 쓰기에 좀 불편한 점은 있지만 아직도 아무 이상 없다.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센터’ 웹사이트에서 우리 집에 설치된 햇빛온풍기의 한겨울 작동 모습을 볼 수 있다. 1월에 실내로 유입되는 열풍 온도는 60°C를 넘어선다.초창기 태양열온수기를 판매하던 회사들이 마치 그거 하나만 설치하면 난방까지 될 것처럼 선전해댔다. 결과는? 당연히 안 된다. 지금도 가끔 그런 일이 벌어진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태양에너지 기구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도 한다.

햇빛온풍기가 주난방기구가 될 수 있을까? 집열판의 크기를 적정 수준으로 늘려주면 가능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햇빛이 없는 날,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거나 눈이 오는 날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햇빛온풍기는 만능이 아니다. 다른 난방기구와 서로 보완해서 써야 현실적이다. 햇빛온풍기가 작동 못하는 날이나 햇빛온풍기를 주난방기구로 쓸 만큼 집열판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모자라는 열량만큼 효율 좋은 난로나 기존의 보일러를 가동해야 한다.


도시는 작은 태양전지판으로 시작

농촌에 비해 도시에서는 대안 에너지 사용을 실용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 어려움이 더 많다. 당장 나무를 태우기 거의 불가능하니 화목난로나 보일러를 사용하기 힘들다. 햇빛을 이용한 기구들도 높다란 빌딩이나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차 태양에너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 포기해야 할까? 그럴 수가 없다. 엄청난 에너지를 도시에서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이렇게 해 보면 좋겠다. 나 역시 도시에 있을 때 아주 조그마한 태양전지판으로 시작했다. 그걸 이용해 전등을 켜는 것 정도는 아주 쉽다. 남향 아파트라면 베란다에 작은 온풍기를 구상해 볼 수도 있다. 마당이 있다면,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는 정원등을 써 본다. 나중이 아니라 당장 시작하라. 정보가 더 필요하다면 찾으면 된다.(인터넷에서 ‘솔라센타’를 검색해도 좋다) 교육을 받고 싶으면 교육 일정을 체크해 보자. 에너지 자급자족은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패시브하우스를 넘어 플러스하우스가 필요한 시대다.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것을 넘어,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생산하는 에너지가 많은 집이 필요하다. 플러스하우스를 내 손으로 만들어보자.


↘ 이재열 님은 경북 봉화에서 농사짓고 살면서, 90% 이상 에너지 자립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자립하는 삶을 위한 적정기술(cafe.naver.com/selfmadecenter)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모아 《태양이 만든 난로, 햇빛온풍기》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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