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2012년 겨울 살림,살림

[ 길을 묻다 길을 가다 ]

“사람과 지역을 살리는 협동조합 운동을”

글 구현지\사진 류관희

- 캐나다 케이프브레턴 대학 그레그 맥레오드 교수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이제 5명만 뜻을 모으면 협동조합을 세운다. 청소년 교육, 문화 창작자, 서점, 커뮤니티카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협동조합이라는 조직형태는 마치 무엇이든 이뤄줄 것 같은 꿈처럼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시작이 쉽지는 않다.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이 길에는 어떤 고통과 실패가 숨어 있을까?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며 한 걸음 먼저 이 길을 걸었던 선배의 샘물 같은 조언을 고대하게 된다.

40년이 넘게 협동조합 운동의 현장에 있어온, 캐나다 케이프브레턴 지역 협동조합 운동 그 자체이자 여전히 정력적인 활동가인 그레그 맥레오드 교수가 지난 10월 내한했다. 그는 협동조합 사업체를 만들어 지역경제와 공동체 문화를 살리려는 사람들을 위해 간결하고 실천적인 매뉴얼 《지역을 살리는 협동조합 만들기 7단계》를 출간했다. 한국 협동조합의 역사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이때, 오랜 세월 성공과 실패를 겪어온 선배 활동가의 지혜를 들어보고 싶었다.

 

비록 한글을 읽지는 못하지만 번역 출간된 자신의 책 《지역을 살리는 협동조합 만들기 7단계》를 흥미롭게 들여다보는 맥레오드 교수.

 

나고 자란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 협동조합 사업을 시작하다

1961년에 사제 서품을 받은 가톨릭 신부, 벨기에 루뱅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학생들을 가르쳐온 대학교수, 250명 이상이 일하며 연매출 규모가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기업의 공동창립자. 그레그 맥레오드 교수의 직업은 이렇게 다양하다. 특히나 눈길을 끄는 것은 성직자이자 학자이면서도 세상에 뛰어들어 기업을 만들고, 또한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점이다. 물론 그 기업은 개인이나 소수집단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1970년대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케이프브레턴 지역에 설립된 ‘뉴돈 사’는 지역이 경제적으로 낙후하면서 지역주민의 생존이 위협받고 공동체마저 파괴될 위기에 처하자, 지역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기 위해 시작한 협동조합 사업체이다. 맥레오드 교수 자신도 케이프브레턴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맥레오드 교수 스스로 ‘작고 가난한 바닷가 어촌 마을’이었다고 표현한 그곳에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협동조합 사업체를 만들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만큼 성장시킨 협동조합 활동가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노동자 분향소에 제일 먼저 방문하다

맥레오드 교수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전라북도에서 개최한 ‘협동조합 국제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스페인 몬드라곤, 이탈리아 트렌토, 캐나다 퀘벡 등의 협동조합 활동가들이 모인 곳에서 맥레오드 교수는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을 맡았다. 맥레오드 교수는 일주일 동안 한국에 머무르면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전주와 성남, 서울 등지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강연을 했다. 또한 그의 방한에 맞추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지역을 살리는 협동조합 만들기 7단계》의 출판기념회에서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그런데 실은, 맥레오드 교수가 한국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푼 바로 다음날 아침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이었다. 마침 그날은 우리나라의 큰 명절 추석이었다.

세계적인 협동조합 활동가가 모처럼 한국을 방문했다고 하니 맥레오드 교수를 찾는 곳이 많았다. 컨퍼런스와 강연 등으로 일정이 빡빡하였지만,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가기 전 맥레오드 교수는 《살림이야기》의 인터뷰에 흔쾌히 시간을 내 주었다. 딱딱한 테이블 인터뷰 말고, “고궁 산책을 하면서 대화를 나눕시다”라며 덕수궁 앞에서 만나자고 했다.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잘 보여주는 고궁을 관광하는 건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데 맥레오드 교수가 덕수궁을 찾은 것은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분향소에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추석날 아침 맥레오드 교수를 만나러 대한문 앞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캐나다에서 함께 온 퀘백 연대협동조합연합회 제라드 페론 전 사무총장, 한국의 친구이자 번역자인 이인우 박사와 쌍용자동차 농성천막 아래에서 다른 이들과 어울려 추석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있었다. 가톨릭 신부를 나타내는 로만 칼라 없이, 수수한 점퍼에 작은 가방 하나를 둘러멘 맥레오드 교수는 친근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었다. 젓가락을 들고 산적과 호박전 등을 스스럼 없이 먹으며 해고자들과 가족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다.

맥레오드 교수는 노동자를 자살로까지 몰고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및 노동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가 삶의 중심에 두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사업체를 만들고 지역사회 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도 다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다. 사람은 일자리가 있어야 지역공동체에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다. 또한 지역공동체는 사람들이 있어야 더욱 풍성해지고 발전할 수 있다. 그러니 일자리 문제를 지역에서 공동체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케이프브레턴의 가난한 집안에서 아홉 형제 가운데 하나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광부였는데, 어려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집안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운이 좋아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고, 유학도 했지요. 그리고 고향에 돌아와 내가 배운 것을 가르치며 일하게 되었습니다.”

쌍용자동차 분향소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마치고나서 덕수궁을 천천히 한 바퀴 산책하고, 커다란 나무 아래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난하고 복작복작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맥레오드 교수는 싱긋 웃는다. 정말 오래 전의 이야기다. 형제가 아홉이나 되니 어머니는 먹이고 입히는 것만도 큰일이다. 형제들끼리 서로 도우며 생활할 수밖에 없다. 가족만으로 이미 작지 않은 공동체를 이루며,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이치라는 것을 몸에 익히며 자라났다. 영민했던 청년 맥레오드는 대학에 들어가서 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가톨릭 신부가 되었다. 그때부터 이미 고향에 일자리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면 먼저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계속하여 박사학위를 땄다. 당시 흑인인권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류를 살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학업을 마치고 맥레오드 교수는 계획했던 대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협동조합 운동을 시작한 지 벌써 40년이 훌쩍 지났으니 꽤 아득한 일이다. ‘왜 협동조합을 시작했는가?’라는 질문은 그에게 오히려 새삼스럽다. 맥레오드 교수에게는 나고 자란 고향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가난한 고향의 지역사회가 점점 더 쇠락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뜻있는 사람들과 대안을 모색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스스로 모인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일을 시작한 게 협동조합이었던 것이다.

‘뉴돈’이라는 이름은 새로운 새벽이라는 뜻이다. 1970년대 뉴돈 사의 초기 사업 가운데 하나는 일종의 부동산 사업이었다. 경기가 침체되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니 집세를 내지 못하여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반면 임대가 안 되어 사용하지 않는 건물들도 있었다. 맥레오드 교수는 지역의 협동조합, 신용조합, 노동단체와 노인복지단체 등 여러 단체와 협력하여 폐건물을 사들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사업을 벌였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각자 비용을 내서 기금을 마련하고, 건물에 상점과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주택, 노인보호시설과 치과병원 등을 만들었다. 노인보호시설과 서비스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이어 1990년대에는 밧줄제조회사, 배관·난방 회사, 라디오방송국 등 경영난으로 외부 지역에 매각될 위기에 처한 지역사업체들을 인수하여 정상화시켜 일자리를 보존하였다.


두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시작하라

“사회의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면, 뜻을 같이하는 가까운 친구 두세 사람과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조직을 처음 만들 때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은 나와 같은 생각과 태도를 갖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을 한 명 찾는 것입니다.”

협동조합 사업체를 만들 때 맥레오드 교수는 소수의 사람들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처음에 어떤 사회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해결하고 싶다고 뜻을 같이하는 데만도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또한 정치단체가 아니라 사업활동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직이라면, 함께할 사람을 고를 때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로 ‘고결한 정신과 헌신성’이 필요하고, 두 번째로는 ‘사업체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맥레오드 교수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해 나가는 데 이처럼 도덕성과 현실성의 균형을 늘 강조한다. 그리고 그 자신이 성직자이지만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말처럼 외부로부터 받은 의무나 희생정신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의미 있고 보람있는 일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스스로 선택하여 활동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영리를 추구하고 개인이나 주주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여느 기업과 달리 협동조합 사업체는 사람을 위해서,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협력을 구해야만 한다. 맥레오드 교수는 40년 동안 스스로도 여러 가지 실패를 경험했고, 신념과 실력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걸림돌에 넘어지는 모습도 많이 지켜봤다. 그렇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개방적이고 실리적인 관점을 갖게 되었다. 어떤 정치적인 태도에 따라 ‘자본주의자’나 ‘사회주의자’ 등으로 이름 붙이는 것은 별로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사업가들을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가 없다. 얼마나 고결한 사람이든, 실제로 이 지역에서 정말 실업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정하고 실업자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는 별로 적합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도 없다. 그러니 자신이 공감하는 다른 주제의 일을 하는 게 좋겠다. 세속적인 사업가들과 잘 이야기해보면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가 처해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자원을 의외로 어렵지 않게 내놓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름표를 붙이기 전에,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이 맥레오드 교수가 오랜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다.

 

왼쪽부터 그레그 맥레오드 교수, 제라드 페론 전 사무총장, 번역자 이인우 박사

 

학교와 노동운동이 지역을 살리는 중요한 토대

맥레오드 교수는 협동조합의 아주 기본적이고 세속적인 성격에 대해서도 환기한다. 협동조합은 모두가 출자금을 내고, 그 출자금을 낸 조합원이 중심이 되어 사업을 시작하고 이끌어간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돈’을 내고 참여한다는 것은 조직에 대해서 더 큰 책임감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계획을 세우는 데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리면 안 된다. 맥레오드 교수도 일 년이 넘도록 사람들과 회의를 하며 계획만 세우다가 끝내 사업을 시작도 못한 채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 일단은 돈을 모으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동이 생각을 바꿉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예상만 하고 계획만 세워서는 현실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맥레오드 교수는 지금도 케이프브레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대학과 지역사회의 관계에 대해서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연구하고 있다.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학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특히 농촌지역이 그렇습니다. 오늘의 농업은 과학적인 연구와 기술개발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농업이 발전한 지역들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멕시코 유카탄 지역에서 과학자들과 농가의 협력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농업은 전통적인 산업인 한편 아주 과학적인 분야이다. 또한 지역에 뿌리내린 대학은 젊은 연구자들과 대학졸업생들이 지역에 남아 이바지할 기회를 준다.

“대학이 지역에 중심을 두지 않으면, 학생들은 학문과 기술을 배워서 대도시로 떠나버립니다. 물론 케이프브레턴 대학에서도 그런 일은 많이 있습니다. 다만 지역에 남아서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학문을 할 사람들을 더 많이 길러내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지역과 함께 아주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대학에서 지역연구기금으로 송아지를 사서 농가에 맡기면, 농가에서는 이 송아지를 길러 농사를 짓고 새끼를 대학에 다시 갚아 보낸다. 이 프로젝트는 온두라스에서 ‘희망 송아지’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한살림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도시의 소비자 조합원들이 돈을 모아 송아지를 사서 제주도 농가에 보내어 기르고 나중에 식품으로 돌려받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하니 맥레오드 교수는 흥미로워했다. 한살림이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어우러진 생활협동조합이란 말에는 다시금 놀라워한다. 의외로 그러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많지 않다고 한다. 맥레오드 교수는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10번 넘게 오가면서 연구하여 《협동조합으로 지역개발하라》라는 책을 펴냈는데,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하는 체계라는 점에서 한살림과 몬드라곤이 같은 철학을 가졌다고 짚어냈다.

지역사회 공동체 사업에서 대학과 함께 또 하나 중요한 토대가 되는 것은 노동운동이다. 맥레오드 교수는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일자리를 잃고 집이나 차를 차압당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협력하여 ‘케이프브레턴 노동자개발회사법인’이라는 비영리 회사를 세웠다. 노동자들이 일자리가 있을 때 시간당 25센트씩 투자금을 내는 방식으로 자본금을 모아서 집을 짓고, 그 집을 무이자 조건의 모기지대출로 노동자들에게 제공한다. 노동자 개인의 투자금은 사소해 보이지만, 700명의 노동자들이 연간 35만 달러를 모았다. 물론 노동자들은 나중에 다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회사에서는 건축사업을 통해 일자리도 만들었다. 노동자들은 이미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매우 어려운 문제라도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기에 좋다.

“때때로 ‘전통’이라는 것은 문제해결에 걸림돌이 됩니다. 새로운 방법을 써보려고 할 때 ‘우리는 항상 이런 방식으로 해왔어’라는 저항에 부딪치기 쉽습니다. 그동안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를 저버린 배신자 취급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실패한 공동체 사업도 많이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계속 살아나가려면 ‘혁신’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쌍용자동차 분향소에서 노동자 가족들과 추석음식을 먹으며 노동문제를 공동체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대화했다.

 

‘지역’을 중심으로 제3의 길을 가는 한국을 기대한다

“한국 사람들은 아주 친절하고 열정적입니다. 특히 한국의 협동조합을 하는 사람들.” 예의를 갖춘 말로도 들리지만, 맥레오드 교수는 정말 한국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거듭 되풀이했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일본과 공산주의에 뿌리를 둔 중국, 이 두 개의 강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같은 처지이면서도 독자적인 협동조합 체계를 만들어내고 둘과 다른 길을 걸으려 한다는 점에서 정말 놀랐다고.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여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더욱 흥미로운 나라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맥레오드 교수는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모두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는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한국이 둘 중에 어느 한쪽으로 휩쓸리지 않고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과 같은 대안을 가지고 다른 길, 제3의 길을 성공적으로 찾아내기를 희망한다. 맥레오드 교수는 각각의 목적을 가진 협동조합들이 ‘지역’을 중심으로 연대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협동조합의 연대와 협력이라고 하면 전국적인 조직을 떠올리기 쉬운데, 그보다는 ‘지역’을 중심으로 연합하여 ‘사업’을 같이 해나가는 연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저력에 대해서도 매우 후하게 평가하고 있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기술과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게다가 서구사회가 ‘개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과 달리, 전통적으로 공동체와 협력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것이 협동조합 사업체를 만들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맥레오드 교수는 한국에서 협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고 또 앞으로 하려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캐나다로 돌아갔다. 또한 그 자신도 한국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믿고 있다. 얼마 전 맥레오드 교수는 캐나다 사회적경제 학술지원기구인 SSHRC에 ‘Cooperative Job Creation in Nonmetropolitan Area’라는 컨퍼런스 계획을 제출했다. 여기에서 ‘한국의 한살림운동과 한살림의 협동조합’에 대해 국제적인 토론을 진행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한국의 협동조합, 특히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독특한 체계를 가진 한살림운동이 세계 여러 활동가들과 만나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길을 발견해 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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