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2012년 가을 살림,살림

[ 살림 오피니언 ]

88만 원 세대의 역습-청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 서는 청년유니온

김형근

 

계약직, 임시직, 파트타임... 비정규직을 일컫는 말들이 청년의 직업란을 채운 지도 꽤 되었다.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이력서를 다시 써야 하고, 언제 일을 못하게 될지 몰라 적금도 함부로 들지 못한다. 개인의 몫으로만 돌리기엔 이제 막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너무나 거대하고 가혹한 노동의 문제.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년, 꿈 대신 빚을 안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다
2007년 대두된 ‘88만원 세대’ 이후 이른바 세대 담론이 유행했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던 ‘청년’ 세대가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7년 IMF 이후 한국사회에 이식된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잠시나마 누렸던 사회·경제·정치적인 여유를 맛보지도 못하고 양극화의 늪에 떨어져 빈곤층으로 분류되었다. 대학을 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1,000만원 등록금 때문에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 등에 얽매여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빚쟁이가 되었고 대졸 초임 삭감, 비정규직 첫 취업 등 때문에 빚을 갚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1,000만원 등록금으로 인한 빚, 경제성장률이나 생활물가와 상관없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삭감되는 월급, 몸 하나 뉘일 곳을 찾기 힘들게끔 비싼 월세, 최저임금보다 높은 한 끼 식사비 등 사회에 이제 막 첫 발을 딛고 살아가려는 청년들 앞에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2012년 3~4월 청년유니온에서 실시한 ‘청년가계부 실태조사’ 결과는 지금 청년의 삶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팍팍한지를 보여준다. 평균 월 111만원 전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청년 8명을 표본조사한 결과 소득의 약 60%를 먹고 자는 ‘식’과 ‘주’에 쓰고 있고 남은 돈도 대부분 통신비, 교통비, 학자금 대출 상환 등에 고정적으로 지출하고 있었다. 저축은커녕 적자가 나지 않으면 다행인 소득 수준은 청년들을 미래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만 급급하게 몰아간다.

 

 

대학을 졸업해도, 토익 900점을 받아도 비정규직인 비정상 사회
문제의 핵심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불평등한 소득분배 구조이다. 청년들에게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노동’이 절실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청년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 노동문제의 상당 부분은 비정규직 문제로, 청년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하는 일은 똑같은데 소득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데다가 복지 혜택도 없고, 언제 일을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에 시달린다. 게다가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첫 일자리가 저임금인 경우 두 번째 일자리도 그러할 확률은 약 60%, 세 번째 일자리도 저임금일 확률은 70%에 육박한다. 사람들이 저임금 비정규직을 기피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이러한 비정규직뿐이다. 경쟁에서 이겨 대기업에 취직한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청년들은 불안정한 고용상태와 저임금의 늪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무수한 경쟁을 뚫고 빚까지 져가면서 대학을 졸업했는데 일자리라고는 미래가 보장되기는커녕 하루 살아가기도 빠듯한 비정규직. 그렇다면 청년들은 어디에서 미래를 그리고 희망을 찾아야 할까? 예전 한 시트콤에서 ‘청년실업 백만 시대’를 이야기하며 항상 책을 들고 다니던 고시생은 공부하고 투자한 만큼 ‘좋은 일자리’를 찾았을까? 100장의 이력서가 낙방하고 토익 900점의 스펙이 최저임금 일자리로 귀결된다면 그 어떤 청년이 희망을 가지고 이 사회를 살아갈 수 있을까?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로 불리는 청년들. 청년이 미래를 포기한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일까?

 

 

이제 청년 스스로 힘을 모아 노동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때
청년이 이런 어려움을 겪는 데에는 한국의 사회·경제적 변화도 큰 탓을 차지하지만, 함께 목소리를 낼 조직이 없었던 점도 큰 원인일 것이다. 개개인으로 흩어져 모두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며 자책하고 좌절하던 청년들의 문제를 당사자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청년유니온은 시작되었다.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구직자 등의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정규직 중심의 기존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청년 노동자의 문제를 청년의 손으로 해결해보고자 한 것이다.
청년유니온이 활동을 시작하고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문제부터 편의점 최저임금 실태조사,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 카페 주휴수당 미지급 고발 등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던 문제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현재는 서울청년유니온이 서울시와 사회적 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요구안을 들고 서울시와 교섭하는 것이다.
청년유니온뿐만 아니라 청년연대은행, 서울청년네트워크, 20’s party, 청년연합36.5 등 많은 단체에서 청년 스스로 힘을 모아 변화를 만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 11 총선에서 ‘청년’이 이슈가 되었지만 결국 이용만 당하고 정작 청년을 위한 변화는 만들지 못했다.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이 더 연대하고 힘을 모아 기성 정치와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비단 청년만이 아니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전면에 나설 때, 사회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의 사회를 책임지고 만들어 갈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세대 간 갈등이 아닌 세대 간 연대를 통해 비정규직과 실업 등의 문제, 나아가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문제의 해결이 곧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고 이는 사회적 양극화의 해결로 이어질 것이다.

 

청년유니온은?
만 15세부터 만 39세까지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현재 조합원 수는 약 650명이다. 2010년 3월 창립하여 편의점 최저임금 실태조사,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 카페 주휴수당 미지급 고발 등의 활동을 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최저임금 인상 및 법제도 개선 활동을 했고, 하반기에는 서울시 사회적 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다.
청년유니온 공식카페

cafe.daum.net/alabor

서울시 사회적 교섭이란?
서울청년유니온은 지난 3월 14일 서울시로부터 지역단위 노동조합 설립신고필증을 받고, 노동조합으로서 교섭을 진행한다. 다만 다른 노동조합과 달리 사용자가 특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므로 청년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서울시) 등과 교섭할 계획이다. 이 경우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서울시에 살고 있는 청년 모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에 ‘사회적 교섭’이라 이름 지었다. 지난 8월 21일 청년유니온은 서울시와 간담회를 가졌다.

 

↘ 김형근 님은 이른바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학원강사로 일하다가 청년문제의 해결이 절실하다고 느끼고 2010년 3월 청년유니온 창립 준비 때부터 활동해 왔습니다. 2010년 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기에는 서울지역모임지기로, 2012년 3월부터 시작된 2기 현재에는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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