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2012년 가을 살림,살림

[ 살림이 눈여겨본 이 물건 ]

보이는 거품, 안 보이는 위험 - 합성세제와 비누

윤선주

올 가을에도 어김없이 옷장을 뒤집었다. 버릴 옷을 버리고 묵었던 옷을 꺼내고 내친 김에 가구 배치까지 새롭게 바꿨다. 이렇게 한바탕 정리를 하다 보니 다른 때보다 세제를 조금 더 쓰게 되었다. 문득, 거품 없는 세제를 처음 사용했을 때 기억이 났다. 거품 가득한 욕조에 이불을 넣고 두 발로 밟거나 거품 가득한 개수통에서 설거지하는 화면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내 마음도 깨끗하게 씻기는 것 같은 청량감이 들곤 해서, 거품 없는 세제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거품이 별로 나지 않거나 아예 없는 비누나 치약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선택했는데 말이다. 합성세제와 비누, 어떻게 다른걸까?

천연소재로 만든 비누, 화학물질을 합성한 합성세제

세제는 크게 두 가지, 천연소재로 만든 비누와 석유가스와 다른 화학물질을 합성해서 만든 합성세제로 나눈다. 시중에 있는 세제는 거의 합성세제다. 합성세제는 독일에서 제1차세계대전 중에 석유가스에서 원료를 합성해 처음으로 만들었다. 석유·석탄 등에서 추출한 파라핀, 프로필렌에 수질 변화와 성능 향상을 위해 인산염과 붕산 등을 첨가하고 빛을 내기 위한 표백제, 형광증백제를 더해 만든다. 세제에는 계면활성제가 들어간다. 서로 성질이 다른 두 물질의 경계면에 달라붙어 표면장력을 크게 감소시켜 때를 빼는 역할을 한다. 천연계 계면활성제는 비누, 설탕, 아미노산, 코코넛 팜류를 원료로 만든다. 반면 합성세제에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석유계 합성계면활성제가 들어간다. 합성세제의 성분과 영향을 살펴보니, 무릇 사람이 만든 물건들이 그렇듯 합성세제가 주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에 버려지는 오·폐수 중 합성세제로 인한 가정폐수가 60%다. 공장폐수 21%, 축산폐수 1%보다 큰 비율이다. 합성세제에 들어가는 계면활성제의 농도가 1% 이상이면 거품이 많이 생겨 헹구는 데 많은 물을 써야 한다. 하수구에 들어간 거품은 피막을 형성해서 햇빛과 산소를 차단하고 자정능력을 떨어뜨린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하천의 길이가 짧아 바다에 이를 때까지도 채 분해되지 않고, 2~3일 지나면 정수장을 거쳐 수도꼭지로 돌아온다. 아무리 좋은 정수기라도 완벽하게 거르지 못한다고 하니 그대로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또한 세척력을 향상시키는 인산염은 분해될 때 유기영양분을 늘려 식물성 플랑크톤이 급증하게 만든다. 이런 부영양화 때문에 물에서 적조가 발생해 수중생물을 죽인다. 그래서 부패와 악취가 대단해, 그걸 막으려 또 하수처리 과정에 더 많은 화학약품을 넣게 된다. 인산염의 불순물인 비소(60~70ppm)와 납성분, 오염 재부착 방지제인 제올라이트, 중량제로 쓰이는 무수황산나트륨는 2차 하수처리로도 제거되지 않는 독성 물질이다.


발암, 기형아 출산의 원인인 형광증백제

형광증백제로 쓰는 디아미노스틸벤계물질은 수중 생물계에 치명적이다. 물고기의 아가미를 파괴해, 질식사하게 한다. 전복, 성게, 어류, 양서류 등의 생식능력을 떨어뜨리고 기형아 비율을 높인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다른 성분과 결합해 발암물질이 되고, 기형아 출산 비율을 높인다. 상수 정화 과정에서 염소를 쓰는데, 이 성분이 합성세제의 잔류 성분과 결합해 ‘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든다. 합성세제 각종 성분과 자동차 배기가스의 상호작용도 발암물질을 만든다. 세제가 암 환자 급증에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합성세제는 아무리 여러 번 헹구어도 옷에 400~500ppm이 남아 있다. 특히 섬유유연제에 들어간 합성계면활성제의 독성이 강하다. 설거지한 식기, 특히 금속이나 플라스틱 그릇에도 세제 성분이 남아 있다가 음식과 함께 몸으로 들어온다. 몸에 들어오면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 설사, 구토를 일으키고 심하면 경련, 사지마비를 일으킨다. 유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몸에 들어온 합성세제는 카드뮴이나 유기수은 등 각종 중금속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고, 특히 농약이나 식품첨가물과 만나면 화학물질의 독성을 몇 배나 강하게 만든다. 이 복합오염물질이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돌며 뇌, 신장, 간장, 비장 등의 세포에 장애를 일으켜 아토피, 혈액장애, 간장 장애, 발암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합성세제의 강한 세척력은 꼭 필요한 지방 성분까지 벗겨내 피부를 손상시키고 심한 경우 주부습진, 발진, 가려움 등을 일으킨다. 게다가 상처 난 부위에는 정상피부의 13배 이상 빠르게 침투할 수 있어, 아토피 등으로 약해진 경우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많이 쓴다고 깨끗해지나

우리는 이렇게 문제가 많은 합성세제를 얼마나 쓰고 있을까? 1992년 YWCA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적정량의 4.5배에서 많게는 20배까지 쓰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많이 쓰면 그만큼 더 깨끗하리라는 막연한 믿음이 원인이겠지만, 광고 화면에서 계량컵은 놔두고 넉넉하게 따라 쓰는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소비자보호원은 세제에 들어있는 계량컵의 계량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밝혀냈다.

더 많이 쓰도록 해서 소비량을 늘리려는 기업의 얄팍한 상술이었다. 그러나 많이 쓴다고, 혹은 거품이 많이 생긴다고 더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다. 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수돗물에서는 비누가 세제보다 더 잘 씻긴다고 한다. 수돗물에서는 비누 63%, 세제 60%로 오히려 비누의 세척력이 더 높고, 우물이나 빗물 등 경수의 경우에는 비누 17%, 세제 25~33%의 세척력을 보인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수돗물을 쓰기 때문에 비누가 더 합리적이다.

게다가 비누는 약산성인 사람의 피부에 닿으면 쉽게 분해되니까 몸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강으로 흘러들어가도 24시간 이내에 분해되어 환경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6C경 페니키아에서 발견된다. 희생 제물로 바쳤던 동물의 지방 성분과 나무를 태운 재가 흘러들어간 강물에서 빨래가 잘 되는 것을 보고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그 뒤 동물성 기름이 식물성 기름인 올리브유로 바뀌면서 특정 계층이 주로 사용하는 사치품이 되었다. 유지에 수산화나트륨을 넣고 끓이면 비누가 되는데 수산화나트륨은 부식성이 강해 가성소다라고도 하고 서양에서 온 잿물이라 양잿물이라고도 불렀다.


세제를 바꿔 몸도 살리고 물도 살리고

1990년부터 한살림에서 ‘물살림운동’의 하나로 한국소유지가 만든 주방용 물비누를 공급하기 시작소비자들이 즐겨 찾지 않았다. 그래도 땅 살리기 만큼 중요한 물 살리기 운동을 위해 자료를 만들고 마을모임 등에서 꾸준하게 합성세제와 비누의 차이를 공부하며 알려 나가기 시작했다.

1992년 5명의 해고 노동자가 모여서 만든 ‘협성생산공동체’에서 세탁용 재생 가루비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또 한살림과 한국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들이 폐식용유를 공급실무자를 통해 보내면, 비누로 만들어져 되돌아왔다. 물질 선순환 구조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조합원들은 이사를 하면 친지들이 집들이 선물로 합성세제를 사올까 봐 미리 안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비누 운동을 하기도 했다. 어떤 조합원들은 이사 떡 대신 비누를 돌리며 이웃과 말문을 트기도 했다. 또 1993년부터 마을모임마다 폐식용유를 이용해 비누를 만들어 이웃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고, 1000배로 희석한 합성세제 액에서 금붕어가 1시간 반 만에 죽어 떠오르는 실험을 통해 비누의 장점을 알려나가기도 했다.

2002년 ‘물살림’으로 이름을 바꾸고 수돗물 불소화 반대 운동의 결과물로 불소, 합성계면활성제, 합성방부제, 사카린을 뺀 치약을 기술제휴 및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비누 종류가 다양해져서 용도와 나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다용도 세척제, 온몸용 물비누, 세탁용 가루비누, 고체비누, 액상세제, 아기용 비누, 수제 비누, 주방용 물비누 등이다. 물론 한 가지로도 쓰임새가 다양하다.

여행갈 때 온몸용 물비누 하나로 머리도 감고 씻기도 하고 세수를 하며 설거지를 해도 되어 간편하다.나도 공부를 한 다음부터 모든 세제를 비누로 바꿨는데 처음엔 식구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비듬이 생기거나 두피가 간지럽다는 게 이유인데, 쓰다 보니 자연스레 해결되기도 하고 끝내 적응을 못한 식구도 있다.

개인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이런 시도를 해 보면 도움이 된다. 점성이 낮은 문제는 스펀지에 묻혀 쓰면 된다. 머리카락이 뻣뻣한 느낌은 ‘실리콘 에멀전’이라는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아서인데 식초나 레몬즙으로 한 번 헹궈주면 된다. 가루비누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은 분산제 류의 합성원료를 넣지 않아서인데, 미리 병에 넣어 물과 섞었다 쓰면 해결된다. 최근에 나이에 비해 여전히 머리가 까맣고 숱도 많고 차르르 윤기가 흐르는 조합원을 만나 비결을 물으니 비누로 머리를 감는단다. 나도 비누를 쓴 뒤에는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트는 일이 없어, 겨울에도 목욕 후에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괜찮다. 하루에도 몇 번씩 씻어야 하는 여름에도 세숫대야 2개 분량의 물만 사용할 때도 많다. 그래도 피부 때문에 고생한 일이 없다. 수질 오염에 대한 부담이 없어 더 좋은 일이다.

참고자료 : <한살림 물품이야기>, 《20년 햇살과 바람 땀의 정직한 기록》

↘ 윤선주 님은 농촌과 도시가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있다는 믿음으로 초창기부터 한살림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지금은 한살림연합 이사로 일하며, 살림의 지혜를 이웃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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