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2012년 가을 살림,살림

[ 몸살림 ]

자연과 하나되기

정현숙

눈을 들면 창밖으로 서있는 산과 나무. 이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우리의 어리석음과 오만이 그대로 가슴으로 날아온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자연을 좀 더 생생하게 느끼고, 자연 속의 한 존재로서 내 위치를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자연 안에서 몸과 마음의 불을 켜자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마땅히 거부해야만 하는 반자연적인 삶의 모습이 있다. 기계의 노예로 사는 삶, 감성과 감각의 문을 닫고 살아가는 삶이다. 기계를 이용하다 못해 아예 머릿속 회로 자체를 기계화하여 살아가는 우리. 본래 인간이 지닌 건강한 감수성과 생명으로서의 자연스러움을 조금이라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자연에 다가가고 하나 되기를 절박한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숲 속에 사는 부족을 만난 한 서양 사람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부족 샤먼의 안내를 받아 매일 다른 길로 숲을 걸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걸었고, 얼마큼 걸은 뒤에는 다시 돌아왔다. 아무런 느낌도, 깨달음도, 재미도 없었고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는 지루한 걷기가 몇 번이고 되풀이됐다. 그러다 마침내 그는 하나의 나뭇잎 속에 있는 ‘물’을 보게 됐다. 자신의 갈증이 찾아낸 것이었다. 물은 땅에서부터 나무의 뿌리를 통해 줄기와 잎으로 전해져 온 숲의 잎들 중에서 빛나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 있는 물이 온 세상과 하나로 통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 것이다. 마음에 불이 켜진 것처럼 그는 주변의 모든 것과 새롭게 교감하며 풍요롭고도 다양한 세계의 충만한 사랑을 경험하게 됐다. 이전과 전혀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있는 내용들도 인디언들이 자연을 대하는 전통적인 방법과 기존의 자연에 다가가는 다양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이 과정들을 잘 음미한다면, 몸과 마음이 살아나고 감각과 감수성이 생명력 있게 깨어나는 각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하나 되는 7가지 방법


➊ 동의 구하기
산이나 공원에 갔을 때, 우리는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돌을 치우고 나무를 베거나 풀을 뽑은 뒤 자리를 잡는다. 산딸기가 익으면 당연하게 따 먹고, 큰 나무가 있으면 당연하게 그 아래에서 쉬며, 땔나무가 필요하면 당연히 잘라온다. 이제, 그 당연한 것을 조금 바꿔보자. 여기 인디언들이 자연에서 뭔가를 취할 때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 있다.
- 모든 것의 주인 또는 당사자인 자연에 허락을 구했는가?
- 꼭 필요한 만큼만 얻었는가?
- 얻고 나서 감사기도를 올렸는가?
- 취한 만큼 돌려주었는가?
숙연해지지 않는가? 이러한 마음이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룬다면, 적어도 자연의 한 존재로서 자리할 자격이 갖춰지는 거겠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거나 눈이 반짝 뜨이게 하는 느낌을 주는 공간 또는 자연물에 다가갔을 때 어떤 느낌이 오는지 집중해본다. 즐겨도 좋은지 또는 의지해도 좋은지 물어보고 동의를 구한다. 그로부터 배우도록 도와줄지 물어보고 약 30초 정도 기다린다. 가시나 벌, 급경사같이 나의 접근에 저항하는 신호가 없는지 찾아본다. 그래도 여전히 끌리거나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면 동의를 얻은 것이다. 반면 더 이상 끌리지 않는다면, 안전하고 마음이 끌리는 느낌이 10초 정도 유지되는 장소를 찾을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하면서 그곳이 나를 어떻게 느끼는지 주의 깊게 음미해본다. 그 장소가 나를 편안히 받아들이고 허용한다는 느낌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그 표현을 존중한다. 그렇게 한 장소의 동의를 얻었다면, 처음 그 장소에 갔을 때와 동의를 얻은 후의 느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본다.



➋ 감각을 사용하여 느끼기
시각, 언어, 이성의 감각을 사용하여 자연을 느껴본다. 신발을 벗어도 좋다. 말없이 눈을 감고 나는 지금 다른 행성에서 미지의 땅에 갓 도착했다고, 또는 갓 태어났다고 상상한다.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고, 듣고, 쓰다듬고, 구르고, 기어보고, 껴안아본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새로운 자연을 경험해본다.



➌ 나무 찾기·느끼기·이름 짓기
인도를 여행할 때면 24시간이 넘는 동안 기차를 타는 일이 많았다. 뭄바이에서 델리, 델리에서 콜카타, 콜카타에서 방갈로르... 어디를 가든 하루는 너끈하게 걸리는 여행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는 큰 위안이었다. 저 나무는 인자한 할아버지, 저 어린 나무는 발랄한 아가씨, 저 나무들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개구쟁이 친구들 등 여러 모습을 하고 있는 나무들에게 인사를 하고 친구처럼 말을 건넸다. 숲에 가면 한 그루 나무에 다가가 그 나무를 알고 친숙해질 때까지 충분히 시간을 보낸다. 고추 200그루를 심어 키우면서 고추마다 다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름을 짓는 이의 마음도 지극하거니와, 이름을 가진 고추와 이름 없는 고추는 전혀 다를 것이다. 나무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기억해서 불러주자.



➍ 묘사하기·느끼기·얘기 나누기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들을 고요히 바라보고 여러 특징들을 잘 살펴 충분히 묘사한다. 바위나 산 같은 다른 대상으로도 할 수 있다. 한 가지 자연물을 충분히 묘사했다면 다른 대상을 선택해서 계속한다. 돌, 바위, 나무, 물, 풀, 열매, 동물 등과 산, 들판, 계곡, 숲, 하늘 등의 자연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충분히 느껴보도록 한다. 가능하면 그 자연물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함께 느껴본다. 에너지의 느낌은 돌이나 큰 나무에서 보다 잘 느껴진다.



➎ 걷기
주위풍경과 자신의 몸에 해를 입히지 않게 조용히, 그리고 마치 물 흐르듯이 편안하게 걷는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보통 걷는 속도의 1/4 정도로 느리게 걷는다. 허리는 바로 세운 채 무릎만 약간 구부린 인디언 걸음걸이도 좋다. 가시나 위험한 것이 없는 길이라면 신발을 벗고 걷는다.



➏ 감각훈련하기
우리가 가진 모든 감각을 최대한 동원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생생하게 느껴보자.

 



➐ 비박(biwak,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하룻밤을 지새우는 일)하기
지붕 없이 얇은 모포만 한 장 달랑 덮고 누우면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조금 지나고 나면 이내 하늘 아래 자유로운 나의 존재를 아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낮과는 또 다른 밤의 세계가 주는 느낌, 움직이고 활동할 때와는 또 다른 고요한 느낌 속에 잠겨 보자. 새벽 여명에 아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산과 나무들, 그리고 차가운 이슬의 신선한 느낌 속에서 아침이 오는 것을 보게 된다.




↘ 정현숙 님은 1998년 귀농해 한밝음공동체에서 농사짓고 있습니다. 지리산생태영성학교 명상지도사로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농촌유학전국협의회 대표이기도 합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