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2012년 가을 [특집] 마을, 마을사람들

[ 35살 노후 핵발전소 고리1호기 재가동의 위험성 ]

전체 전력량 1%에 목숨을 거나?

안재훈

8월 6일, 멈춰 있던 고리1호기를 재가동했다. 지난 3월 전원상실 때문에 가동 중단한 지 5개월만이다. 지식경제부 장관은 계속되는 폭염과 전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는 고리1호기의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가동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전력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정부가 핑계 대고 있는 전력 예비율은 더 이상 고리1호기 재가동 이유가 될 수 없다. 고리1호기는 전체 전력량에서 불과 1%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전력 최저사용과 최대사용이 시간대에 따라 40%로 큰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잠깐을 위해 핵발전과 같은 기저부하를 늘리는 것은 상식적인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피크 시간대의 전력 수요를 조정하고, 가스 발전과 같은 첨두부하를 활용하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전원뿐 아니라 비상발전기도 중지

핵발전에서 전원상실 사고는 안전과 직결된다.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핵발전소 전원상실은 냉각기능의 상실로 인한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핵발전소는 상시 공급되는 전원은 물론, 비상발전기를 여러 대 운용해 전원이 계속 공급되도록 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상시적인 전원뿐 아니라, 비상디젤발전기도 제대로 안 돌아가 냉각기능을 상실했다. 다행히 12분만에 전원이 다시 공급되어, 방사능 유출 등의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고 사실조차 은폐하며, 핵연료까지 반출했던 것은 단순한 안전불감증을 넘어서 결코 용인하면 안 되는 문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안전 심사를 맡았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롯해, IAEA(국제원자력기구)를 불러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부산과 울산의 시민과 탈핵운동 진영에서는 이번에 문제된 비상디젤발전기뿐 아니라, 그동안 계속해서 문제로 제기했던 압력용기 부실을 이유로 고리1호기 폐쇄를 요구했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원전산업계 인사들과 친원자력 전문가들이 진행한 안전점검은 예상대로 문제가 없다는 결과만 내놓았다. 비상디젤발전기에 이상이 없다는 것 말고, 압력용기 부실에 대해서는 5년 전 수명연장 당시 진행했던 점검 결과를 되풀이하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불량한 재질, 원자로가 위험하다

고리1호기는 1978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이다. 그만큼 사고·고장 건수도 가장 많다. 현재까지 국내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고장 657건 중 20%에 달하는 129건이 고리1호기에서 발생했다. 고리1호기에서만 매년 평균 3~4번씩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일본의 원자로 전문가인 동경대 이노 명예교수는 “고리1호기 원자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상태다. 재료 자체가 나쁘기 때문에 재가동이 아니라 폐쇄해야 한다”고 했다.

원자로 압력용기가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파괴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취성천이온도(파손 임계온도)가 1999년에 107.2℃까지 높아져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일본은 신형원자로의 취성천이 기준온도를 93℃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고리1호기의 취성천이온도는 일본에서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겐카이 원전1호기의 98℃보다 높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다.

1979년 미국 쓰리마일 핵사고가 나면서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강화되었는데, 고리1호기는 그 이전에 건설된 핵발전소다. 당시 기술 수준이 미흡해 원자로 압력용기를 하나의 주물로 만들지 않고, 세 조각을 용접하여 이어 붙였다. 전문가들은 용접 부위에 열이나 중성자선에 약한 구리가 함유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압력용기만 문제가 아니다. 수명 30년을 넘겨 35년 동안 가동하고 있는 고리1호기의 배관 170km, 전기선 1,700km, 3만 개의 밸브, 6만5,000여 곳의 용접 부위, 그중 어디가 취약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도 수명을 넘긴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보장하기는 힘들다.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폐쇄한 핵발전소는 모두 129기이고, 그 핵발전소들의 평균 가동 연수는 23년이다. 34년 동안이나 가동한 고리1호기를 폐쇄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밀실조사·주먹구구식 대응

전력정책을 책임지는 지식경제부는 지역 주민과 충분히 소통했고, 안전성을 주민들이 함께 확인했다고 했다. 고리핵발전소 인근의 부산과 울산, 원전 바로 인근의 지역 주민까지 반발하자 고리 주민과 함께 조사단을 구성해 점검 결과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고리 주민과 한수원이 추천한 전문가들은 불과 6일만에 밀실에서 고리1호기 원자로 점검을 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조사단에는 핵발전소 주변의 일부 주민들을 제외하고, 고리1호기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직접 입는 부산과 울산의 시민들, 시민환경단체 등이 완전히 배제되었으며, 내용조차 알 수 없었다.

그 결과 원자로 압력용기의 문제점에 대해 한수원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 장안읍 근방에 수명연장기술분야와 플랜트 해체 기업을 유치해 지역 주민 고용을 창출하는 것과 맞바꾸는 결론을 내렸다. 지경부 장관도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은 돈으로 지역 주민의 반대를 무마시킨 것이다.


국민 전체와 직결된 문제

고리1호기는 더 이상 고리 주변 일부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리1호기의 피해를 직접 입게 될 부산과 울산 시민들, 나아가 전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후쿠시마 핵사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핵사고의 피해는 인근 주민들만이 아니라, 최소 30km, 넓게는 국가 전체에 미친다.

최근 환경운동연합과 일본 관서학원대학 박승준 교수는 무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리에서 사고가 나면 급성 사망이 최대 4만8000여 명, 암사망은 85만 명이 발생하고, 경제 피해액은 최고 628조 원까지 증가한다는 시뮬레이션 발표였다. 이처럼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고리1호기 30km 반경 안에 340만 명의 사람들이 밀집해 살기 때문이다. 고리1호기는 울산시청과 부산시청에서 약 25km 거리이고,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밀집한 해운대가 20km 반경 위험지대에 속한다.

이제 국민들도 핵문제를 지역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의 여론조사에도 부산시민의 66.9%가 고리1호기 재가동에 반대하고, 전 국민의 79%가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더 이상 과거처럼 지역 주민들을 돈으로 지원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10월, 대규모 탈핵집회

지난 4월부터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단체와 시민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1시간 행동을 하고 있다. 고리1호기를 재가동하기 전까지 50여 일간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고닥폐(고리1호기닥치고폐쇄) 카페회원들이 함께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공동행동) 소속 단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캠페인, 집회, 공연을 열고 선전전, 서명운동, 탈핵파티를 했다. 특히 생협과 종교계가 고닥폐에 많이 참여했다.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해 고리1호기의 폐쇄 목소리를 높여 나갔다.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고리1호기는 재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공동행동은 광화문광장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며 고리1호기 문제를 알려가고 있다. 공동행동은 10월에 고리1호기, 월성1호기 등 수명 다한 핵발전소 폐쇄와 신규 핵발전소 반대를 요구하는 대규모 탈핵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제 고리1호기 폐쇄 운동은 2라운드에 돌입한다. 수명이 다한 노후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다가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으려면 다시 한번 힘을 모아야 한다. 불과 1%의 전기를 만드는 것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맞바꾼 정부와 원전산업계의 시한폭탄을 멈추기 위해서.


↘ 안재훈 님은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간사로, 고리1호기 가동 중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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