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2012년 가을 [특집] 마을, 마을사람들

[ 도시마을 다시 만들기 : 서울 삼각산재미난마을 ]

아이와 함께 성장해온 마을

김세진 편집부

앎을 삶으로 가져오기. 어렵고 동시에 쉽다. 뿌리 깊이 박힌 습관과 본능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어떤 틀에서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삼각산재미난마을’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는 아이들을 잘 기르지 못한다는 깨달음을 삶으로 가져온 결과이다.

꿈꾸는어린이집·삼각산재미난학교·마을도서관

1998년 공동육아협동조합 ‘꿈꾸는어린이집’이 깨달음의 결과로 생겼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마음껏 뛰놀아야 ‘행복할 줄 알고 남과 자연을 아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산과 계곡이 있는 우이동에 자리를 잡았고, 하나둘 집도 옮겨왔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레 학교가 생겼다. 2004년 생긴 ‘삼각산재미난학교’는 함께 사는 법,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기 위한 학교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알고, 경계를 허물며 사는 법을 알게 되기를 원한다. 그 연장선에서 십여 명의 마을사람들이 힘을 모아 2010년 작은도서관 ‘함께 놀자’를 열었다. 대학입시를 이유로 소외되기 쉬운 청소년들이만 삼각산재미난마을에서는 기죽어서 지내지 않는다.

2011년 청소년 연극을 하는 극단 ‘진동’이 마을로 이사 왔다. 그리고 2012년 마을사람들이 설립한 예비사회적기업 ‘삼각산재미난마을사업단’은 ‘청소년문화공동체 품’과 함께 강북마을장터를 열었다. ‘품’은 이미 강북구에서 20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해왔고, 청소년 축제를 15년이나 진행했던 곳이다. 그런 이들과 같이 하니 탄력이 생겼다. 강북마을장터 이름은 ‘사람·문화·이야기가 있는 강북마을장터 탈탈탈’이다. ‘탈탈탈’은 탈지역, 탈세대, 탈문화’라는 뜻. 온 동네가 함께하는 장터에서 청소년들과 어른은 서로를 보고 배우며, 너나없이 신명나게 논다.

돌봄공동체·교육공동체·생활문화공동체

삼각산재미난마을이 어떤 모양새를 갖출지 처음엔 알지 못했다. 그냥 마을에 모여 살았는데 사는 동안 아이들이 자랐고, 자연스레 돌봄(보육)공동체에서 교육공동체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생활문화공동체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건강하고 즐겁게 살기 위한 것. 자칫 먹고사는 데만 매몰되기 쉬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르게 사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다. 사실, 처음에 공동육아를 시작한 학부모 중에는 시민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이 많았다. 사회를 바꾸고자 거대담론을 가지고 씨름했는데 정작 자기의 삶은 피폐해지는 괴로움을 겪었다. 삶을 이웃과 나누지 못해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를 세 가지 꼽았다. 하나는 도시에서 살면서 한곳에 계속 머무르지 못하고 자주 이사하게 되는 경제적인 현실, 둘은 일자리가 집과 멀어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동 시간이 길어 저녁에 이웃들과 보낼 시간이 없는 것, 셋은 고용이 불안정하고 저임금이어서 삶의 여유가 없는 점이 그것이다.

앎을 삶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바꿔야 한다는 고민에 직면했다. 자연스레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그 일자리는 일상생활에 대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식의주 중에 식, 즉 먹을거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삼각산재미난학교 학부모들이 공동출자해 친환경농산물식당 ‘재미난밥상’을 2009년에 열었다. 인근에 대규모 식당이 생기면서 문을 닫고 2011년 ‘재미난카페’로 바뀌었다. 재미난카페는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먹을 간식과 책이 있다. 마을사람들이 책꽂이 한 칸씩을 채웠다. 어른들은 저렴한 비용을 내고 소모임을 한다. 사진, 타로 등 마을배움터도 열리고 있다. 2011년 문을 연 유기농카페 521은 유기농으로 만든 음식을 판매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삼각산재미난마을에 후원한다. 프리랜서 사진작가인 카페 주인은, 마을배움터에서 사진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헌옷도 내놓아 판다. 마을사람들끼리 아기 옷을 물려주기도 하지만, 버려질 물건을 이런 공간에서 되살린다.

사는 곳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목공을 시작했다. ‘마을목수공작단’은 간단한 집수리를 하고, 생활가구를 제작한다. 전문기술이 없어도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든다. 주민들이 목공구 사용법을 익히고, 가구 형태를 배워 스스로 가구를 만들 수 있도록 목공교실을 열고 있다. 남이 만든 가구를 사용하다가 이제는 직접 만들어 쓴다. 이렇게 작은 걸 시작하면서 삶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그림책 모임 ‘요술항아리’, 마을배움터에서 강좌를 수강한 사람들이 모여 타로를 연구하는 모임 ‘샤크티’, 음악을 좋아하는 아줌마와 아저씨들의 모임인 ‘마을밴드 JB’,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는 ‘백세밴드’, 다양한 세대 연극 모임인 ‘동네극단 우이동’ 등이 활동한다. 전문음악스튜디오 ‘웨이브 컬렉션'도 2012년부터 마을에 터를 잡아 함께하고 있다.

삼각산재미난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며 살 때 중요한 것은 재미와 구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마을에서 무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만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다. 하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고 싶을 때에야 한다. 하고 싶은 것 없이 말하는 마을만들기는 관념적이다. 다른 마을에서 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따라하면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 마을살이, 더불어살이를 위해 필요한 자세는 무엇보다 이것이다. 하고 싶은 것, 구체적으로 하기. 이것부터 물어보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탈탈’ 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청소년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강북마을장터 탈탈탈’

매달 넷째 주 토요일에 강북구청 앞, 차 없는 거리에서 열리는 강북마을장터 ‘탈탈탈’. 여기에 참여하려면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 탈지역, 탈세대, 탈문화할 준비, 솜씨와 지갑이 '탈탈' 털릴 준비. 우선, 장터에서는 네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장터에서 만나면 누구라도 즐겁게 이야기하고 반갑게 인사하기, 경험과 창작물을 나누고 즐기기, 친환경 재활용품 사용하기, 뒷정리를 다함께 하고, 마무리 시간까지 함께하기.

장터는 크게 네 가지다. 한뼘장, 솜씨나눔장, 말장, 뽐장. 한뼘장은 종이접기나 리본공예 등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있는 장. 솜씨나눔장은 솜씨를 전해주는 장으로, 립밤 만들기, 스탬프 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말장은 3분 스피치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할 수 있다. 뽐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흥을 뽐내는 장이다. 단, 기계음을 사용하지 않는 언플러그드 공연만 할 수 있다. 목소리 큰 사람,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단연 유리하다. 음악을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들이 길거리 공연을 펼치고, 음악 하는 동네 청년이 ‘나만의 노래’ 만들어 주겠다고 나서기도 하니 정말 흥겹다. 그저 이렇게 흥겹게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탈탈탈’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삼각산재미난마을은?
서울 우이동 4·19탑을 중심으로 도보 15분 거리에 흩어져 있다. 삼각산이 시작하는 초입과 도시로 들어서는 경계에 있으면서 도시에서 도시답지 않은 마을공동체를 꾸리고 있다. 1998년 공동육아협동조합인 꿈꾸는어린이집에서 시작해 삼각산재미난학교, 마을목수공작단, 재미난카페, 재미난밴드, 백세밴드, 요술항아리, 샤크티 등으로 커져 재미난 일들을 벌이고 있다. 2011년 산발적인 마을활동을 안정적으로 깊이 있게 모아내고자 (사)삼각산재미난마을을 출범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던 단체들(청소년문화공동체 품, 스튜디오 느림보, 극단 진동, W.C 스튜디오, 작은도서관 함께놀자)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회원수는 150여 명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삼각산재미난마을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가구수는 약 600가구 정도다.

문의 cafe.naver.com/maeulro53, 070-7525-3868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