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호 2012년 봄 살림,살림

[ 살림의 현장① 골프장 난개발 ]

이제는 생명버스다

장지연



골프장 난개발로 홍천 유기농지 66만㎡ 사라져
나이스 샷! 탄성과 함께 날아온 골프공이 장독대 놓인 간장독을 박살낸다. 농가마당 바로 몇 미터 앞이 골프장이다. 앞으로 강원도 곳곳에서 이런 몸서리 칠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아예 골프장 부지로 집과 농토가 강제 수용당한 주민들은 마을을 등졌다. 이런 일들이 더 이상 확대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염원으로 지역의 농민들,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월 11일, 남춘천IC에 모였다. 평화의 비행기가 강정마을로 향하고,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으로 달려간 것처럼, 3차 생명버스는 춘천시 신동면 혈동리,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와 서면 두미리 등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현장을 돌며 마음을 모았다. 생명버스는 '강원도 골프장 문제해결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공동대표 한살림원주 최정환 이사장)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 한살림을 비롯하여 녹색연합과 생명의숲 등의 시민단체와 농민, 지역주민 등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주민들은 지자체에 항의하고 국회 국정감사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문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강원도 홍천, 원주, 강릉 등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골프장이 건설되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골프장 난립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생명파괴의 낭떠러지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국토면적의 0.2%, 전체 묘지면적의 1/5, 여의도면적의 26배에 달하는 골프장이 있다고 한다. 좁은 국토에 골프장은 이미 과밀 상태다. 강원도에도 이미 42개의 골프장이 들어서 있고 또다시 41개의 골프장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골프장들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첫째, 골프장 건설업자들은 골프장 예정지에 보호동식물이 없다고 하지만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제328호), 까막딱따구리(천연기념물 242호), 삵(살쾡이,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등의 멸종위기 보호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곳이 곳곳에 있다.

둘째 벌목하게 될 나무들의 나이와 부피를 줄여서 개발 가능지역으로 둔갑시켰다. 41년생 이상의 나무가 있는 곳은 개발지역으로 허가를 받을 수 없다. 현재 41년생 이상 5령급 나무가 서식하는 곳이 주변에 있다.

셋째 골프장 잔디를 보호하겠다고 뿌리는 농약이 주변 농지로 가고 지하수를 오염시켜 주변지역 유기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저독성 농약을 뿌리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그것을 감사하려면 사전에 미리 골프장측과 협의를 하고 감시일정을 정한 뒤에나 농약검출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넷째 원주지방환경청 환경평가과장도 골프장 인허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허가승인이 되었다. 강원도의 총면적은 20,569㎢이며 이 가운데 휴전선 이남이 82%인 16,873.61㎢이고 이는 남한 전체면적의 16.8%에 해당된다. 강원도 면적의 81%인 13,665.66㎢가 임야이고 농경지는 9.9%인 1,668.69㎢이다. 강원도의 산과 하천은 지역주민의 식수가 되고, 유기농지의 농업용수가 된다. 임야를 밀어버리고 골프장이 들어서면 홍수피해, 유기농업이 입을 손실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세대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터전을 지키는 일보다는 개발업자들을 이익을 위해 손을 들어준 셈이다.

다섯째, 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땅을 계속 강제수용을 하고 있어 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있고 제주도의 강정마을처럼 주민의견이 찬반의 갈려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깡패 용역과 공권력을 동원하여 골프장을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3차 생명버스가 처음 도착한 곳은 춘천시 신동면 혈동리 신도CC예정지였다. 이미 산을 많이 깎아 평지를 만들고 있었다. 골프장에 필요한 평지를 만들기 위해 산을 전부 깎아내고 있었다. 거의 산 전체를 들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골프는 스코틀랜드의 평야지대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강원도지역 산비탈에 인공적으로 평지를 조성한 다시 조경수를 심고 잔디를 깔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들른 홍천군 서면 두미리에는 120여 가구 주민들이 살고 있다. 마을에는 작은 가게 하나가 있을 뿐이며, 이들 대부분은 유기농업을 하고 있다. 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181만여㎡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의 삶의 터전은 송두리째 위협받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도청 앞에서 벌어지는 집회에 참석하느라 농사도 제대로 짓기 어렵다. 60억 원이 투입된 홍천군의 친환경사업이 순식간에 의미가 퇴색되고 유기농지 66만㎡가 사라지게 생겼다. 북방면 구만리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구만리 대책위원장은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에 990만㎡에 달하는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3차 생명버스는 공사현장들을 돌아본 뒤, 춘천에 있는 강원도청 앞에서 마지막으로 생명기도를 올리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강원도청 앞에는 이미 100일도 넘게 노숙을 하며 골프장 난개발 반대농성을 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

도청 앞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강릉지역의 문제는 이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하다고 한다. 지역언론에도 잘 나오지 않고 강릉시도 안하무인으로 개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것은 언제 다시 시작될지는 모르지만, 홍천과 원주에서 골프장 개발 허가가 당분간 보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천군 동막리 세안CC와 원주시 구학리 여산CC는 지자체와 반대주민대책위가 각각 추천한 산림기술자등이 참여한 가운데 전체 표준지의 10%에 대한 공동 샘플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개발 사업자의 입목축적 조사서가 매우 부실하게 작성된 것을 확인했다. 또한, 환경부는 2009년 국정감사 등 골프장 환경성평가서 부실작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자 2011년 환경부 환경정책과에서 환경영향평가법 평가서의 부실작성 근거규정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명시하는 개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정환 공동대표는 강원도 골프장 난개발이 지역의 문제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한반도의 허파와 같은 강원도를 난도질하는 골프장 공사가 그치지 않는 한 4차 생명버스는 강릉에서 진행될 예정이고 5차, 6차 생명버스도 꾸준히 이어질 예정이다.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장지연 님은 한살림성남용인 기획홍보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홍천 두미리마을 유기농 생산자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생명버스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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