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호 2012년 봄 [특집] 소, 牛여곡절

[ 신문에 등장한 소 ]

축산 농가, 70년 전에도 '벌벌'

김준

'우가는 폭락이나 우육은 여전', 1939년 8월 12일 자 <동아일보> 기사다. 2012년 1월 4일 자 <연합뉴스> 기사 제목은 '산지 솟값은 폭락, 소비자 가격은 제자리'. 농가에게 돌아가는 솟값이 터무니없이 폭락하는 데도, 소비자는 여전히 비싼 가격으로 소고기를 사야 하는 사정은 70년 전에도 똑같았다. 반세기 넘게 솟값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경향신문>이 1976년 표현한 대로, '불안한 쇠고기값'이다. 1993년에 <한겨레>는 이를 '파동 공포'라고 표현했다.

수요일은 고기 없는 날, 소고기 팔면 엄벌
솟값 파동을 잡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도 보인다. '고기 없는 날'이 등장한다. 수요일을 무육일로 정해, 소고기 소비를 제한한 것. 1949년 9월 28일 자 <경향신문>에는 '추석 명절 전날 하루, 쇠고기로 진수성찬하여 명절을 맞이해도 무방'하다고 서울시가 발표한다. 하지만 '그 외 무육일에 만약 쇠고기를 사용하면 단호 엄벌에 처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무육일을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바로 뒤에 시행했던 무육일에 빗대,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70년대에도 무육일 이야기가 들린다. 1978년 <경향신문>은 무육일은 '흰쌀밥을 못 내놓게 한 분식일과 비슷한 착상'이라며 '하루 한 달 무육일이 의미가 있으려면 나머지 날은 내내 고기를 먹었어야 했다'고 비판한다.

소고기, 돼지고기를 식량으로 인정하겠다는 웃지 못할 정부 시책도 있었다.

"정부에선 앞으로 「축산진흥」을 「식량증산」과 같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매우 당연한 얘기를 겨우 이제야 듣게 된다. 쇠고기, 돼지고기가 식량임을 그동안에는 몰랐던 것일까, 혹은 소돼지를 치는 것을 지금까진 「애완용」으로 기르는 줄로 알았다는 말인가. 과거엔 어떻든 이제 정부는 쇠고기, 돼지고기를 「식량」으로 보아준다는 모양이다. 이건 좀 뒤늦은 감이 있다"(<경향신문> 1978년 1월 20일)

1982년 11월 9일 자 <경향신문>에 '일소 퇴장, 그 자리에 비육우'라는 기사가 실린다. 소고기 소비는 점차 늘고, 그에 따라 고기를 팔기 위해 살찌워 키우는 소가 등장한 것이다. 1930년대에 종종 미담으로 실렸던 일소에 대한 추억들은 더 이상 신문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이런 기사가 지면을 차지한다.

"낭만적인 상아탑이 잔인한 우골탑으로 패로디로 된 것은 지난 1월의 국회사학특감 때. 문공위 이성수 의원의 호통인 즉 '사대의 팽창은 농민의 소 판 돈으로 충당되었소. 삐죽삐죽한 대학 정문이나 건물들은 농우의 뿔로 세워진 우골탑이 아니고 뭐요.'" (<동아일보> 1969년 12월 20일)

'말'고기야? '물'고기야?
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고기에 장난을 치거나 속여 파는 사례들이 발생했다. 1968년 <동아일보>에는 '밀도살 쇠고기에 말고기 섞어' 판 사례가, 1972년에는 '물먹인 소'가 등장한다. 1970년 <경향신문>에는 '일본 동경에 하루에 수백 명이 몰려드는 대인기 정육점이 있는데 조사해 보니 인체에 해로운 붕소를 넣어 고기를 부풀려서 팔았다'는 기사가 실렸다. 덧붙이기를 '적발하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나라 시중에도 흔히 있으리라'고 한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1969년 7월 15일 자 <경향신문> 기사다. 제목은 '군화용가죽의 폐품쇠고기 식용으로 팔아', 미국에서 수입한 군화용 피혁에 붙어 있던 고기가 튀김이 되어 하나에 50원꼴로 술안주로 팔렸다는 것. 기자는 '이런 가죽은 황산유리 등으로 화학처리해 수출하기 때문에 개조차 먹지 않을 정도로 인체에 해로와 위장, 간장, 신경계통에 큰 장애를 준다'고 밝혔다.

라면업계 1·2위를 뒤바꿀 정도로 파장이 컸던 이른바 '공업용 우지라면' 사건은 5년 동안 이어진 법정공방 끝에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14일 미국에서 수입한 공업용 우지를 사용해 라면 등을 만들어 판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고 항소한 식품회사 간부 10명과 삼양식품 등 4개 업체에 무죄를 선고했다." (<동아일보> 1995년 7월 15일)

영양 만점 '신문지', 소화불량 방지 '플라스틱' 먹다
소를 먹이는 사료에도 못 먹을 것들이 들어갔다. 1973년 1월 13일 자 <경향신문>은 '물에 불린 신문지에 식용 곰팡이균을 파종하면 무독성에 영양가도 높다'는 영국 아스톤대학 과학자의 실험을 소개한다. 1976년에는 '소에게 먹이는 호르몬제는 발암물질이고 고기의 색이 검어질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사료는 플라스틱. <매일경제> 1982년 6월 21일 자에선 미국 캔자스주립대학 얼 버클리 교수의 실험을 소개한다. 실험 결과는 상상 이상. ‘사료에 건초 대신 원형판 플라스틱을 섞으면 소의 위나 장을 청소해 소화불량을 방지해 줄 뿐 아니라, 소가 건초를 먹을 때 콧물이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소 한 마리당 건초는 하루에 4파운드(약 1.8kg)가 필요하나 플라스틱은 그 10분의 1 정도만 먹이면 충분해 비용이 절감된단다. 소의 배설물에서 플라스틱을 회수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하면 믿어질까.한국군의 영양 보충을 위해 미국 소고기를 팔겠다고?

1953년 한국군의 영양 부족 문제로 미국이 미국 소고기를 한국군에 판매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기사가 <동아일보> 2월 24일 자에 나온다. 이후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고기 수입 논란은 머리기사로 적잖이 보도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미국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연거푸 이어지며 촛불소녀, 유모차부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데일리>는 2012년 1월 10일 자 인터넷신문에서 또 공급 과잉, 사료값 폭등, 수입 소고기의 안방 공략을 문제로 지적하며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3년간 급증했다고 했다. <연합신문>은 2012년 2월 10일 '포천·연천서 소 잇따라 폐사, 농민 시름 깊어'라고 보도했다. 소를 키우는 농민은 언제쯤 속 시원히 시름을 털어낼 수 있을까.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