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호 2012년 봄 [특집] 소, 牛여곡절

[ 소고기, 먹으려면 이렇게 ]

지구에 덜 미안한 소고기

기충연

우리나라의 소 사육 마릿수는 1950년 약 40만 마리에서 1960년 100만 마리를 넘어섰고, 1985년에는 250만 마리까지 늘었다가 '소 값 파동'이 일어난 뒤 감소 추세를 보여 1992년 200만 마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증가해 1996년 290만 마리로까지 늘자 소 값 파동이 일어났다. 2000년대 들어서는 160~200만 마리를 유지하다가 2009년 소 값이 올라가자 2011년에 3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소 사육이 느는 것은 농산물 수입 개방에 더해 쌀, 보리, 밀 등 주요 곡물 수매제도가 폐지되면서 농가소득이 준 데다 이상기후로 농업 생산량은 감소했지만 기계화 등으로 생산비는 증가한 탓에 축산으로 전환하는 농가가 는 탓도 있다고 여겨진다.

지난 2월 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농업전망 2012년〉에 따르면 한육우(한우와 육우 모두를 통칭) 사육 마리와 가격이 2021년까지 꾸준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소고기 수입량은 2010년 24만 5천 톤에서 2011년 28만 9천 톤으로 1년 새에 18% 증가했다. 나라별로는 호주산 50%, 미국산 37%, 뉴질랜드산이 12%이었다고 한다. 한미FTA 등 자유무역협정이 연달아 체결되면 앞으로의 증가 추이는 더 가팔라질 것이다.

전 세계에서 사육하고 있는 소는 약 12억 9천 마리라고 한다. 대부분 인구 비례 국가 면적이 넓은 중남미 지역과 호주 등 오세아니아 지역, 유럽, 인도 등에서 많이 사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은 데도 육류 소비량이 늘면서 소고기 수출국들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1970년에는 1인당 1.2kg정도 소고기를 먹었으나 1980년 2.6kg, 1990년 4.1kg, 2000년 8.5kg, 2010년 8.8kg, 2011년에는 10kg으로 지난 40년 동안 거의 열 배 가까이 소비가 늘었다.

예전에는 겨우 국으로나 끓여 먹었지만, 이제는 소위 마블링이라는, 육질에 지방층이 형성된 고기를 고급육으로 치면서 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고기를 불에 구워 소금만 찍어서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늘어난 고기 수요를 맞추려다보니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사육방식이 도입되었고 이것들이 광우병 파동이나 구제역 살처분 같은 재앙을 몰고 온 것은 이미 다들 알고 있다. 사람이 먹을 곡물을 동물 사료로 쓰면서 식량 위기는 더 심각해졌고, 우리나라 같이 국토가 좁거나 영세한 나라들은 선진 자본국에 소고기 시장을 내어주면서 거의 100% 곡물 사료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개의 생협들과 마찬가지로 한살림도 육류를 취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살림은 국내 농업 기반을 유지하는 일이나 생태 순환에 대해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한살림 부산 등 한살림의 일부 회원 생협들 가운데는 명절 때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예 육류를 취급하지 않는 곳도 있고, 대표적인 축산 생산자인 충북 괴산의 한축회 안상희 씨 같은 분은 “지금처럼 고기를 많이 먹는 한 답이 없다”며 고기 소비를 줄이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 고기를 취급하기는 하되 소똥이 퇴비가 되고 농사부산물로 사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공급하게 하는 순환적인 방식을 지향하면서, 농업이나 생태 환경에 좀 덜 해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한살림이 취하고 있는 축산에 대한 입장이다. 소도 예외가 아니다.

한살림은 1999년부터 소는 개방식 사육을 해야 하며 소 1마리당 2.5평 면적을 확보할 것,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사용금지, 분뇨처리시설 의무화, 축사 환경관리를 엄격하게 할 것과 축사주변까지도 제초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동물복지 차원에서 뿔 자르기를 금지하고 거세를 하지 않고 소를 키우게 했다. 이런 공통의 기준 아래 'NON-GMO 및 무항생제사료', '유기축산', '국산사료 한우' 등, 크게 세 가지 방식의 대안적인 축산이 진행되고 있다.

충북 괴산 한축회의 'NON-GMO 및 무항생제사료'
한축회는 1999년에 충북 괴산 '충민사'에서 첫 모임을 가지면서 결성되었다. 경기도 양평군 개군한우단지를 견학하고, 소와 돼지를 처음부터 무항생제 방식으로 사육해 한살림에 공급을 시작했다. 2002년 11월엔 흙살림에서 개발하여 기술을 지원하고, 천안에 소재한 (주)우성사료와 협력하여 NON-GMO 사료 '참여물'을 급여하기 시작하면서 NON-GMO 사료로 전환하게 된다. 2003년 12월에는 생산자회원으로 약 24명이 가입하여 활동을 하였고, 2012년 2월 현재 35명이 함께하고 있다.

2009년 3월에는 괴산군 지원과 자체 기금으로 지역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완전혼합사료(TMR) 생산공장(괴산 검승리 소재 부지 5,527㎡에 시설면적 1,045㎡ 규모) 준공식을 가졌다. 사료원료 중에 절반은 ㈜우성사료에서 수입한 NON-GMO를, 나머지는 괴산지역에서 자체 생산한 볏짚과 콩 부산물, 옥수숫대 등 지역에서 생산한 친환경조사료와 부산물을 이용해 지역자급률을 높였다. 한살림 소에게 먹일 전용 사료공장에서는 월 600톤, 연간 7천300톤의 조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연간 약 1천 두(월 80여두)를 한살림에 공급하고 있다.

충남·아산연합회의 지역순환농업의 결실, '유기축산'
충남·아산연합회는 1996년부터 벼, 과채류, 버섯, 두부, 콩나물, 두유, 유기한우 등을 생산하는 시군연합공동체이다. 2000년에는 아산친환경지역농업 선포식을 열었고, 2005년에는 아산친환경지역농업클러스터 사업으로 경종농업, 가공사업과 결합된 완결형 유기축산으로 지역순환농업을 이루고자 하였다. 유기한우 사육은 아산 송악지역에서 20마리를 2008년 1월부터 시작했고, 2009년 11월에 한살림에 처음 공급됐다.

지역순환농업을 위해 2003년 두부공장을 설립하여 비지가 확보 되었고, 2007년에는 친환경 도정공장(RPC)을 운영하면서 청치와 미강이 확보되었다. 같은 해에 부도위기에 처한 TMF사료공장을 회원들이 출자금을 모아 인수해 '(유)푸른들축산'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유기사료를 생산하게 되었다. 또한 2009년 9월에는 육가공공장 '한들식품'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 2008년에는 총 697두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370두로 줄었다. 축산이 자금회전이 늦고, 유기인증 사료를 사용해야 하는 실정이 사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일부 포기하는 농가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생산비가 높은 것이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연결되어 소비부진으로 연결되고 있다. 현재 한살림 소비량은 월 25두 정도이다. 아산은 유기축산으로 지역자급률을 59%로 높였고, 퇴비는 10% 경종농업에 활용하고 있다.

경북 의성 '쌍호공동체', 제주 '한울공동체' 국산사료 한우
의성 '쌍호공동체'는 한살림에 양파와 쌀을 생산하는 공동체이며, 76년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월 정기적인 회의를 하고 있는 오래된 생산 공동체이다. 천주교 서울 목동교구 등에서 도시에서 송아지 1마리를 사주면, 그 소를 키워서 송아지 2마리까지 낳으면 송아지는 생산자 수입으로 하고, 소비자에게는 어미 소를 비육시켜 도시 소비자에게 고기로 돌려주는 시스템으로 도농교류를 하고 있다.

제주 '한울공동체'는 1994년부터 조천지역에서 환경농업을 시작해 온 생산 공동체이다. 2007년부터 6농가가 모여 한우를 2~3마리씩 사육하기 시작했다. 국산사료 한우는 한살림의 기존 생산방식을 준수하면서, 100% 국내산 사료만으로 소를 키우는 방식을 말한다. 수입곡물에 의존하는 사료를 공동체에서 친환경으로 생산한 콩나물콩 부산물과 찰보리, 사료용 옥수수를 재배하여 곡물사료를 대체하고, 콩대, 보릿대, 옥수숫대를 분쇄하여 조사료로 급여하고 있다.

국산사료 한우는 2010년 12월부터 한살림에서 본격적으로 사육을 시작하여 2012년 설날 총 4두를 일부 매장에만 유기한우 가격으로 시범 공급했다. 그간 생산자 회의를 열어 2014년 1월부터는 병행사육(일반축산과 국산사료를 사용해 한우를 사육하는 방식)을 일제히 금지하기로 하였고, 생산자 1인당 사육두수는 5마리까지 한정하되, 경축순환형(1차 농산물과 축산퇴비가 결합된 형태) 지역자급퇴비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10두까지 허용하기로 협의하여 진행하고 있다.

이런 원칙을 고수하다보니 한살림 소고기는 '마블링'된 부드러운 고기를 고급육으로 선호하는 일반적인 소비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정부도 앞장서서 등급제를 도입하고 이를 부추기는 통에 사람들은 불포화지방산 잔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 년 전 한 방송국의 기획특집 프로그램에서 2~3등급 소고기를 1등급이상처럼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0~-1℃ 김치냉장고에 2~3주간 숙성을 시켰다가 먹으면 숙성된 고기의 육질이 1등급처럼 부드러워 진다는 것이다. 소를 학대하지도 농토를 수탈하지도 않은 정직한 소고기를 구입해 이 방법을 이용하면 불포화지방도 덜 섭취하게 돼 건강에도 좋을 텐데, 물품을 구입해 다소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건강에도 좋고 지구에도 덜 미안한 소고기를 먹는 방법을 소개한 기충연님은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일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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