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호 2012년 봄 [특집] 소, 牛여곡절

[ 솟값 파동 진단 ]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게 대안이다

김성훈

솟값 폭락이 겨우내 언론을 달궜다. 정부 당국은 사육 마릿수가 증가한 데 그 원인이 있다며 대책으로 젊은 암소를 도태시키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소비자와 농민을 위한 바른 선택인지는 의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에 발표한 12월 <축산관측>을 살펴보면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2010년 9월 295만 마리로 1996년 솟값 파동 이래 처음으로 290만 마리를 넘어섰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심각한 솟값 폭락은 없었다. 산지 솟값 하락은 한육우 마릿수가 305만 마리에 달한 지난해 6월부터 본격화했다. 한우와 젖소 수소(육우)의 큰 소, 송아지를 통틀어 1년 사이 10만 마리, 불과 3%가량 늘었는데 젖소 수송아지 값이 1만 원까지 추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해 겨울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은 이상하리만큼 젖소에 집중됐다. 젖소 마릿수는 2010년 12월 43만 마리에서 지난해 3월 39만 마리로 9%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우는 277만 마리에서 273만 마리로 1% 줄었다. 그러나 구제역 발병으로 도축장 폐쇄와 이동금지 조치를 피해 적잖은 한우가 밀도살됐다는 지역 농가들의 얘기를 미뤄볼 때에 과연 1%만 줄었을까하는 의구심이 있다.

또 우유 생산량이 급감했다. 젖소가 많이 사라진 탓이다. 우리가 마시는 살균우유는 치즈, 분유와는 달리 수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젖소 사육 마릿수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사육 규모 복구가 급하다 보니 도태시켜야 할 나이든 젖소를 계속 키울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최근 젖소 사육 규모가 회복하면서 우유 수급 사정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우와 젖소는 모두 인공수정으로 태어난다. 때문에 정액 사용량은 정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육 마릿수보다 신뢰도가 높다. 지난해 젖소 정액혈통증명 실적은 전년보다 무려 31%가 늘었다. 임신하는 젖소 암소 마릿수가 그만큼 늘어날 거라는 얘기다. 사육 마릿수 회복은 젖소 암소도태 지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송아지가 늘어야 한다. 문제는 암송아지가 느는 만큼 수송아지 또한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해 초 구제역과 맞물려 솟값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한우 마릿수 격감, 설 특수, 홍수피해에 따른 호주의 쇠고기 수출 감소 등을 노리고 숨죽이던 미국산 쇠고기가 봇물 터지듯 들어왔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에만 한국에 수출한 미국산 쇠고기는 1억3천286만 파운드(6만264톤)로 전년보다 3배가량 늘어났다. 때맞춰 미국의회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면 추가 시장 개방을 요구할 수 있다 고 했다.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가를 근거로 한미FTA 발효 6개월 내에 30개월이 넘은 쇠고기 수출도 관철시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반면 구제역은 한우에게는 그다지 피해를 주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 또한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의 쇠고기 공급부족 현상을 노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기록적으로 늘었는데 이것들은 고스란히 재고로 남았다. 미국산 쇠고기의 지나친 수입증가는 고급육인 한우보다는 값과 질, 면에서 대체 관계에 있는 육우(젖소 수소)에 타격을 가했다. 특히 우유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해 젖소 송아지 생산을 늘렸기 때문에 젖소 수송아지도 늘어났는데, 이 때문에 젖소 수송아지 값 폭락은 막을 길이 없었다.

한우 처녀 브랜드 출시? 한우 생산 줄이려는 것
정부와 농협은 솟값 대책으로 한우 처녀소를 포함한 젊은 암소에 대한 도태장려금을 지급하는 것과 함께 한우 처녀소 브랜드 고기 출시 계획을 밝혔다. 한우의 미래인 젊은 암소까지 장려금을 지급해 가면서 도태시켜야 할 만큼 사육 마릿수가 정말 넘쳐나는 것일까?

2012년 2월 9일, 충남지역 우시장에서 4~5월령 수송아지 값은 한 달 전에 비해 17% 오른 140만 원대로 거래되었다. 6~7개월 암송아지는 120만 원대로 40% 넘게 올랐다. 350㎏암소는 560만 원대로 47%나 올랐다. 젊은 암소와 암송아지 값이 빠르게 회복되는 추이를 보면 오히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젊은 한우암소를 도태시키겠다며 그 근거로 삼은 <축산관측> 통계를 보면, 올해 송아지 생산잠재력은 지난해보다도 오히려 낮다. 지난해 정액사용량도 전년보다 줄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송아지 생산잠재력은 5.5%나 감소했다. 정액 공급이 늘고 사육 마릿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젖소와는 달리 한우정액 공급이 줄었다는 것은 새끼를 낳을 수 있는 한우 암소 마릿수가 줄었다는 것을 말한다. 정부의 한우 배합사료 생산통계를 살펴봐도 한우 암소 사육 마릿수를 줄여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는 설득력이 없다.

정부와 농협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젊은 한우암소 도태는 한우생산기반 규모 자체를 줄이려는 시도다. 축산업이 발달한 유럽의 나라들에서는 '친환경축산직불제'를 도입해 나이든 암소를 도태시키면 보상금을 지급하고 송아지고기 생산을 늘려 사육 마릿수를 사전에 조절하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우리정부가 하는 일은 이것과 사뭇 달라 보인다. 머잖아 한우 공급부족이 예측되는데도 젊은 한우암소를 도태시키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수소 거세를 근간으로 한 축산물등급제를 흔들고, 한우생산기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와 농협이 이것을 모를 리 없다. 이런 위험한 정책은 결국 미국과 캐나다, 호주산 소고기 수입이 늘 것을 고려한 정책으로 보인다. 미국산에 이어 캐다나산 쇠고기도 수입 재개되고, 한미FTA 발효, 호주·중국과의 FTA가 추진되면 소고기 수입은 앞으로 더 늘 것이다. 쌀과 한우는 그나마 우리 농업과 농촌을 떠받치고 있던 기둥이었다. 이제 이들마저 붕괴될 위험이 커진 것이다.

정부와 농협이 소고기와 관련해 추진하는 또 하나의 정책은 육우 송아지고기 공급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수입이 어려운 살균 우유 공급이 줄어들면 소비자물가가 불안해진다. 때문에 젖소를 늘려 키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암송아지만 골라 낳게 할 재주가 없다는 것이다. 암송아지가 늘면, 수송아지도 덩달아 늘어난다. 낙농가 입장에선 우유를 생산치 못하는 수송아지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서 정부는 이런 낙농가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육우 송아지 고기 판매를 장려하고 나선 것이다.

대형마트가 솟값 왜곡 주도
생산지 솟값이 폭락해도 소비자들은 질 좋은 한우고기의 소비자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점을 불만스러워한다. 정부는 FTA를 추진하면 국내외 축산물의 가격이 낮아져 질 좋은 축산물을 싸게 사먹을 수 있다고 홍보해왔다. FTA의 여러 폐해를 백번 외면하더라도, 설령 고기값이라도 싸졌을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산지 솟값은 크게 떨어졌지만 여전히 한우고기의 소비자가격은 비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형마트 등 유통자본이 규모화를 통해서 유통비용을 낮추고 보다 싼 값에 질 좋은 농축산물을 공급해 물가안정에 보탬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빗나갔다. 오히려 대형마트는 한우고기 가격 왜곡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의 국내 농축산물 유통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이들이 농축산물 유통시장을 독과점한 탓에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은 연동되기 어렵다. 일회성 '통 큰 한우'가 빚은 촌극에서 보듯, 대형마트에선 우수한 국산 농축산물이 마진 높은 수입 농축산물의 판촉을 위한 미끼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권익 보장이 아닌 이윤추구가 목적인 유통자본은 국내 농업기반 확보 보다는 마진 확보와 물량 조달이 쉬운 외국산 농축산물로 이윤을 얻는 데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유통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형유통자본들 때문에 산지 농협과 농민들의 소득은 줄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한우고기를 비싼 값을 주고 사먹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1월 20일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 11개 지역 511개 육류 유통점과 130개 쇠고기 취급 음식점에서 소비자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우고기 도매가격은 떨어진 반면, 소비자 값은 낮아지지 않았다. 반면 유통업체들이 차지하는 한우고기 유통 수익은 산지 솟값이 폭락한 것과는 무관하게 2009년 37.5%에서 2011년 42.3%로 오히려 늘어났다

생산자 직영 정육점형 식당과 송아지고기 생산
지난 2001년 소고기 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한우 농가들은 대안을 모색했다. 생산자가 직영하는 정육점형 한우고기 식당을 통해 직거래 채널을 모색한 것이다. 전북 정읍을 시작으로 강원 영월 다하누촌, 경북 예천 지보한우에 이르기까지 생산자 직영 정육점형 한우고기 식당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실례로 지난 2007년 12월29일 경북 의성군 봉양면 봉양한우마실작목회는 120평 규모의 생산자 직영 정육점형 한우고기 식당을 개업했다. 성황을 이뤄 3개월간 700kg짜리 한우를 매일 한 마리씩 팔다시피 해 마리당 100만원가량의 순이익을 얻었다. '농민 - 수집상인 - 우시장 - 소상인 - 운송업자 - 도축장 - 정육(발골)업자 - 소매유통업체 - 음식점 - 소비자'에 이르는 멀고 복잡한 유통과정을 대폭 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하나의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는 일이 송아지고기 생산이다. 송아지는 사육기간이 짧아 사료비를 줄일 수 있다. 소는 몸집이 커질수록 사료를 먹어도 살이 덜 붙는다. 소를 오래 키우면 키울수록 사료효율이 떨어지고, 생산비 부담은 늘어난다. 지금처럼 27개월에 이르는 장기사육방식은 출하와 자금의 회전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경영 위험도 커진다. 정부가 지난 1997년부터 2년 동안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송아지고기를 생산 공급할 경우 송아지수요가 1.5배가량 늘어나고 농가의 투자자본 회전율은 일반 비육의 경우 연 1회가 어려운 반면 송아지고기의 경우 1.7~2.2회까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촌 고기용 소 도축 마릿수의 7.2%가 송아지다. 전 세계 송아지고기 생산량 가운데 유럽이 차지하는 양은 적을 땐 10%, 많을 땐 30%에 달한다. 수급 조절 성격을 띠고 있어 생산량이 그만큼 탄력적이다. 우리나라에선 호텔이나 기내식 등으로만 연간 200톤가량 외국산 송아지고기를 쓰고 있다. 그러나 송아지고기를 생산하고 먹는 일이 동물학대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이렇게 따진다면 수송아지의 생식기를 거세하고 수소를 암소 마냥 오랜 기간 기르는 현행 사육방식도 동물학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축산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사료비 절감, 수급 안정 등 다양한 장점이 있는 송아지고기 생산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국 의회는 한미FTA 비준을 계기로 우유 생산 촉진 성장호르몬, 유방염 항생제를 남용하고, 광우병 발생도 집중되고 있는 젖소, 암소, 노폐우까지 포함하는 30개월 이상의 저질 쇠고기의 수입 요구도 노골화하고 있다. 이에 반해 호주측은 최근 품질과 안전성이 돋보이는 자국산 송아지고기 시식회를 열어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어떻게든 대응이필요한 상황이다. 송아지고기 생산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성훈 님은 <내일신문> 농식품 전문기자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뉴스킹(newsking.kr)을 통해 ‘한우’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현재 (주)이지팜 기술연구소 기술경영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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