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호 2012년 봄 살림,살림

[ 이 사람의 살림살이 ]

집에 발효단지 하나쯤 키워 보세요

우미숙

아침 4시 30분. 매일 이 시간이면 이주화 씨(51)는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싸야 한다. 그것도 두 끼 분을. 1년 전만 해도 이 시간에 일어나 음식을 만드는 일에 꾀도 났지만 이제는 한 달에 겨우 하루 정도만 빼고 매일 하는 일이 되었다.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는 게 쉽진 않지만 이젠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다. 한 끼는 주먹밥이나 김밥, 유부밥, 가끔 찐만두를 한다. 또 한 끼는 샌드위치를 하거나 특별한 메뉴가 떠오르지 않으면 비빔밥이나 간단한 반찬과 밥을 준비하기도 한다. 밥은 물론 현미잡곡밥이다. 오랫동안 현미잡곡밥을 먹어온 터라 온 식구들이 밥만은 이것으로 고집한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 자연식 건강요리를 배우고 식구들 밥을 챙기는 그는, 사실 빵 만드는 사람이다.



속이 더부룩한 수입밀빵 대신 찾은 우리밀
이주화 씨는 분당에 있는 한살림 빵가게인 '한살림이 전하는 빵이야기'의 제빵장이다. 이곳에서 빵을 만든 지는 햇수로 4년이다. 이곳이 처음은 아니다. 13년 전, 집 근처 복지관에서 빵 만드는 법을 배우고 나서 아이들을 위해 빵을 굽기 시작했다. 빵을 무척 좋아하지만 빵을 먹으면 늘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해 밀가루가 본인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버터와 설탕을 빼 보기도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밀가루에 있었다.

"점성이 강한 수입 밀에 글루텐이 많이 들었는데, 그게 소화불량의 원인이었어요. 우리밀로 빵을 만들어 먹은 후로 속이 아주 편해졌어요."

우리밀을 구하러 한살림 가락매장에 자주 들렀고, 빵을 만들어 매장 사람들에게 갖다 주기도 하면서 빵 굽는 사람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소문이 나면서 한살림서울 서초 매장에 작은 빵 코너를 마련해 빵을 만들어 판매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렇게 우리밀빵 제빵장의 인생이 시작됐다.

버터, 설탕 없이도 맛내는 법
10여 년 동안 빵을 만들면서 그는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빵을 빨리 부풀게 해, 많은 빵을 만들어 내는 인스턴트 효모 대신 자연의 상태에서 얻은 효모로 자연 발효한 빵을 만들어 보는 일이다. '빵이야기'에 오기 전부터 천연효모발효빵을 만들기 위해 계속 시험을 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천연효모로 발효한 발효종을 개발해 인스턴트 효모와 함께 사용해 왔고, 최근에는 천연효모로만 빵을 만드는 법을 소개한 책 《천연발효빵》을 냈다.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함이 배어 나오는 신기한 빵맛, 이가 튼튼해야 거뜬히 씹을 수 있을 만큼 거친 식감, 밥맛을 연상케 하는 빵 특유의 풍미. 천연발효빵은 버터도 설탕도 어떤 첨가물도 없이 물과 천연효모 우리밀로만 만든다. 빵 안에 달콤한 크림이나 잼도 없고 팥앙금도 없는 것이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에 그득하게 퍼지는 구수한 맛에 사람들은 1분 정도 빵을 씹다가 저도 모르게 “우와 맛있다” 하는 말을 터뜨린다.

그의 작업대에는 오븐에서 막 꺼낸 큼직한 빵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4~5일 숙성한 반죽으로 막 구워낸 것이고, 또 하나는 냉동에 보관했던 것을 해동한 것이었다. 이 빵은 캄파뉴라는 이름의 천연효모발효빵이다. 금방 구워 내놓은 빵은 뜨거운 김이 남아 있어서인지 거친 느낌이 덜했다. 손으로 떼어내 한입 물고 씹어 보았다. 달고 부드러운 보통 빵과는 달랐다. 구수한 맛도 덜했다. "밥맛 같아요. 오히려 밥맛보다 못 하네요"하는 평가에 이주화 씨는 "천연효모발효빵은, 특히 우리밀로 만든 빵은 갓 구웠을 때보다 2~3일 지난 게 훨씬 풍미가 강하다"고 답을 주었다. 그 답은 옆에 놓인 구운 지 오래된 빵에서 얻을 수 있었다. 조금 딱딱해서 손으로 떼어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입에 넣고 씹는 맛은 막 구운 빵과는 아주 달랐다. 구수한 맛이 확연히 느껴졌다. 자연발효라는 의미뿐 아니라 우리밀이냐 수입밀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풍미, 어떻게 먹는가 하는 식습관까지, 천연효모발효빵은 단순한 빵의 의미를 넘어선 듯했다.

만두엔 염장 발효채소, 주먹밥엔 가루 발효채소
천연효모발효빵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또 하나의 흥미가 생겼다. 발효음식이다. 처음 했던 것은 염장채소다.

"물과 소금과 밀가루에 무슨 맛이 있겠어요. 발효종의 유산균이 빵에 자연 풍미를 주는 것이에요. 자연 조미료죠. 빵에 접목하면 구수함을 더해 주고, 그것을 채소에 접목하면 발효채소가 되는 거죠."

그의 말을 들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듯하다. 채소에 소금을 뿌려 재놓는 것이다. 항아리 하나 장만해서 채소를 담아 소금을 넣고 꾹꾹 눌러 주며 썩히는 것이다. 재료가 생길 때마다 그 위에 얹고 다시 소금을 뿌려 꾹꾹 눌러 준다. 이렇게 재놓은 발효채소는 아주 요긴하게 쓴다. 만두 속에 넣거나 크로켓 빵에 넣는다. 고기 볶을 때 꼭 짜서 넣기도 한다. 자체 짠맛이 있어서 어떤 요리에 넣어도 별도의 간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염장 발효채소를 건조해 가루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발효채소를 그냥 두면 그리 오래 저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을 말려 가루를 내면 오래 보관해 사용할 수 있고, 특유의 구리구리한 맛도 사라진다. 그가 만든 가루 발효채소는 아주 다양하다. 색깔도 재료만큼 여러 가지다. 노란색의 콩나물과 울금·단호박 가루, 흰색의 배추·양배추 가루, 보라색의 적양배추와 적색 고구마 가루, 붉은색의 당근 가루, 그 외에 민들레 비트 가루까지. 마침 가루 발효채소를 넣어 만든 주먹밥을 맛볼 수 있었다. 간이 간간하게 배어 있고 채소 특유의 냄새가 맛을 더해주었다.

오후 도시락으로 준비했던 샌드위치에는 배추로 만든 발효채소가 들어 있었다. 치즈와 토마토, 상추와 함께 들어간 발효 배추는 다른 재료와 잘 어울려 새로운 맛을 냈다. 빵을 싫어했던 그의 남편도 발효 채소가 들어간 샌드위치는 아주 좋아한단다. 가족 모두가 그의 요리 시험 대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발효채소를 만들면서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게 되고, 장을 많이 보지 않아도 되고, 버리는 재료도 줄었단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집에 발효 단지 하나쯤은 키워 보세요."

발효, 음식을 만드는 시작이자 기본
발효채소가 있으니 매일 도시락 싸는 일도 쉬워졌다고 한다.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도시락에는 그의 정성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평소에 자연식에 가까운 음식을 먹다 보니 그의 가족들에게는 일반 음식점의 요리들이 심하게 짜고 맵고 기름지고 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1년 이상 도시락을 먹은 남편은 이제 도시락 없이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도시락에 빠져버렸다.

그는 이제 빵만이 아니라 모든 요리에 자연을 접목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작한 게 발효채소, 그리고 그것을 이용한 빵과 요리다. 그에게 빵과 음식이란 "가공되지 않은 것, 입안에서 텁텁하거나 속에서 거북하지 않고 오장육부가 편안하며 소화가 잘 되는 것"이다. 그에게 발효는 "모든 음식을 만드는 시작이고 기본"이다. 그래서 자연의 미생물을 이해하려고 한다. 효모를 이해하고 활용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다. 그 미생물과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해 가고 있다.

 


발효액종·발효종·약초물
발효액종은 그야말로 액체다. 천연효모빵을 만드는 기본이다. 산성의 과일이나 채소에 약간의 당분을 넣으면 공기 중의 미생물이 들어가 자연 증식을 하면서 유산균이나 효모균을 배양한다. 액을 걸러서 냉장고에 7일 보관한다.

발효종은 빵을 부풀게 하는 효모의 역할을 한다. 7일간 냉장 보관한 발효액종에 균의 먹이로 곡물가루를 넣어 균을 증식한다. 활동력과 번식력을 강하게 해 숫자를 늘리는 과정이다. 3회에 걸쳐 배양해야 빵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을 밀가루와 함께 반죽해 빵을 만드는 것이다.

발효액종 만들기
기본재료 : (약 280ml)건포도 100g, 유기농설탕 1작은술, 물 한 컵 반.
만들기
① 건포도는 물에 가볍게 씻은 다음, 깨끗한 투명 밀폐용기에 담고 분량의 원당과 물을 넣는다.
② 뚜껑을 덮어 병을 위아래로 뒤집어 가며 재료를 섞고 기포가 생기는지 관찰하면서 효모를 활성화한다.
③ 23~28℃ 실온에서 겨울에는 1주일 이상, 여름에는 3~4일 정도 둔다. 작은 기포가 생기고, 용기 표면에 작은 기포 띠가 둘러지면서 처음보다 탁한 빛을 띠면 발효가 된 것이다.
④ 발효된 액종은 체에 걸러 처음 배양했던 용기에 다시 담아 냉장고에서 보관한다. 7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발효종 만들기
기본재료 : 발효액종 50ml, 우리밀 450g, 물 400ml.
만들기
① 배양한 발효액종에 분량의 우리밀을 넣고 가볍게 섞어 투명한 밀폐용기에 담아 실온에서 3시간가량 발효한 다음 냉장고에 넣는다. 다음날까지 24시간 숙성해 1차 배양한다.
② 1차 배양된 반죽 100g, 우리밀 100g, 물 100ml를 넣고 반죽한 후 용기에 담아 실온에서 3시간가량 발효한 다음, 냉장고에 넣고 24시간 숙성해 2차 배양한다. 겨울에는 냉장고 대신 실온에서 24시간 숙성한다.
③ 2차 배양한 발효 반죽 300g, 우리밀 300g, 물 300ml를 넣고 반죽한 후 실온에서 3시간가량 발효한 다음, 냉장고에 넣어 24시간 숙성한다. 역시 겨울에는 실온에서 24시간 숙성한다.

약초물 만들기
약초물은 빵 구울 때, 요리할 때 사용한다.
기본 재료와 만들기 : 표고버섯, 다시마, 황기, 오갈피, 구기자, 연근 말린 것, 오미자 등 집에 있는 안 먹는 약재를 넣어 물을 많이 넣어 끓인다.

우미숙 님은 한살림에서 조합원 소식지 <좁쌀 세 알>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을 해왔습니다. 현재 한살림성남용인 이사장이며 《살림이야기》 편집위원입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