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2011년 겨울 [특집] 명태, 밥상 위의 바다 / 핵 없는 사회를 위해

[ 이것도 문제다 ]

핵발전소보다 위험한 핵재처리시설을 짓겠다고?

김익중

2011년 12월까지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서 정부의 안으로 확정될 예정인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안은 원자력학회가 내용을 기획했다. 총 90여 명의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해 7개월간 연구한 내용을 가지고 그간 호남, 영남, 수도권 등에서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1,2차 공청회는 원자력계 내부인사들끼리만 했고, 10월 20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3차 공청회 역시 원자력계 내부인사들만 초청되었으나 지역주민들이 몰려가서 무산시킨 바 있다.

이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안을 들여다보면 한국의 원자력계가 추구하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후쿠시마 핵사고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전혀 없다고 판단된다. 오히려 기획안에 포함된 구호처럼 '후쿠시마 사고를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역사상 3번째로 발생한 핵발전소 안전사고이다. 이 사고로 일본은 국운이 기울 정도의 국가적 위기를 맞이하였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도 이 사고 때문에 방사능 오염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이 사고를 계기로 전 세계는 핵발전의 위험을 깨달아 가고 있으며, 이것이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온 세계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핵산업계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오히려 후쿠시마의 위기를 국내 핵산업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가 제4차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 드러나 있다.

후쿠시마를 국내 핵산업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
제4차 원자력진흥계획안에 담긴 내용은 이렇다.

첫째,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가동 원전의 수명 연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잘 알려진 바대로 후쿠시마1호기는 수명을 연장한 원전이며, 이 1호기가 가장 먼저 폭발했다. 또한 후쿠시마에 있는 10개의 핵발전소 중 나이순으로 1, 2, 3, 4호기가 폭발하였다. 30년이 지난 발전소들만 골라서 폭발한 것이다. 이는 오래된 발전소가 더 위험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 분명한 사실을 보면서도 망설임 없이 수명 연장을 추진하겠다니, 우리나라 핵산업계는 안전에는 관심이 없고 일본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를 보면서도 배우는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진흥계획안은 단지 한두 개의 핵발전소를 수명연장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2030년까지 수명을 다하는 12개의 원전 전체를 연명시키겠다는 것이다. 수명연장,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계속 운전하는 일이 핵사고의 확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국내 핵산업계는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새로운 원전 건설을 위해 2~3개 부지를 새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영덕, 울진, 삼척이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고 이중에서 가능하다 싶은 모든 곳이 새 원전 부지로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이 역시 후쿠시마 핵사고에 아랑곳없이 정부가 추구하는 소위 원자력 르네상스 정책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셋째, 이 계획안에는 고리, 울진 3, 4호기 출력 최적화 적용 및 가동원전 출력최적화 종합계획을 수립한다고 되어있다. 출력 최적화는 출력 증강을 의미한다. 이 6기의 핵발전소 이외에도 2030년까지 가동원전 20기에 대한 출력 증강으로 발전용량 500MWe 증대, 연간 40억 kWh 전력을 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거의 모든 국내 핵발전소를 출력 증강 하겠다는 것이다. 출력 증강은 배기량이 정해진 자동차를 더 빨리 운전하기 위해서 가속페달을 밟는 것과 마찬가지다.

넷째, 경수로 핵연료 생산 능력을 최대 700톤/년으로 증대시키기 위해서 350톤/년 규모의 새로운 성형 가공 시설을 증설한다고 한다. 핵연료 가공 시설 역시 환경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고 위험한 시설이다. 이런 시설을 확대하는 것도 핵사고 위험을 높이는 일이다.

다섯째, 일반인들에게는 이름도 낯선 '파이로 건식처리 기술' 개발과 '소듐냉각고속로' 등 핵재처리 시설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핵재처리는 한미원자력협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사항이다. 북한의 핵재처리도 국제사회의 비난과 우려는 낳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핵재처리 역시 핵확산 금지를 위해 미국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외교적 마찰을 무릅쓰면서까지 핵재처리를 위해 제4차 원자력진흥계획 안은 나름대로 몇 가지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우선, 파이로건식처리는 핵확산 저항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방식으로 핵을 재처리하면 순수하게 플루토늄을 추출하지 않고 다른 방사능 물질들이 섞여있기 때문에 이렇게 오염물질들이 섞인 상태로는 핵무기를 그대로 생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로 미국과 국제 여론을 설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한·미 원자력 협력 선진화를 위한 대미 협력 활동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는 두 번째 전략은 이름도 낯선 소듐냉각고속로이다. 이 시설의 원래 이름은 소듐고속증식로이다. 그러나 플루토늄이 많이 생산되는 '증식'을 하지 않는다며 이름을 이렇게 고친 것이다. 소듐냉각로는 원자로의 냉각에 물(경수, 혹은 중수)을 사용하지 않고 액체 소듐을 사용한다. 냉각제 역할과 감속재 역할을 하는 물대신 감속재 역할이 없는 액체소듐을 사용함으로써 핵반응의 속도를 고속으로 높일 수 있다. 이런 고속로를 사용하면 플루토늄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 원자력계는 이 소듐냉각고속로를 통해 플루토늄이 아니라 전기를 생산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전기 생산이 목적이라면 이런 소듐고속로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우선 핵연료만 해도 재처리된 핵연료는 천연연료보다 5배나 비싸고, 재처리의 위험뿐 아니라 지구상에 있는 어떤 핵시설보다 더 위험하다고 알려진 소듐고속증식로의 위험까지 감수해야한다. 소듐고속증식로가 전기 생산 목적이 아니라는 다른 증거는 이 계획서 자체에 기술되어있다. 계획서에는 소듐냉각고속로를 이용하여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시 최종 처분 폐기물의 방사성 독성 감소 기간을 30만 년에서 300년으로 줄이고, 우라늄자원 이용률을 기존 경수로 대비 100배 향상시킬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이론적으로 플루토늄의 증식 없이 우라늄 이용률을 100배 향상시킬 수 없다.

파이로건식처리와 소듐냉각고속로는 그 이름을 아무리 바꾸고 전기생산이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해도 핵재처리시설, 즉,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시설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외교적 마찰뿐 아니라 핵재처리가 안고 있는 위험성도 감수하겠다는 것이 이 계획안의 주장이다.

지구상 어떤 핵시설보다 더 위험한 소듐고속증식로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핵폐기물)에는 약 1% 정도의 플루토늄이 섞여 있다. 이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을 핵재처리라고 한다. 핵재처리를 하면 사용 후 핵연료의 양이 줄어드는 것처럼 정부와 원자력학회는 선전하고 있으나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에도 약 98%의 사용 후 핵연료는 남게 된다. 제4차원자력진흥계획안에 포함된 파이로건식처리는 핵재처리 방식 중 건식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파이로건식처리는 플루토늄 추출방식의 하나인 핵재처리 시설이고, 소듐고속증식로는 플루토늄 생산을 최대화하기 위한 시설이다. 또한 이 두 가지 핵시설들은 서로 연관성이 있는데, 파이로건식처리 과정에서 생산된 금속 성질의 플루토늄이 소듐고속증식로에 사용되는 이상적인 핵연료가 된다. 이런 핵재처리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 외교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클 뿐 아니라 그 위험성도 크다. 1957년 구소련에서 일어난 키시팀 사고는 핵재처리시설 사고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사고는 1957년 9월 29일 구소련의 마야크 재처리 공장에서 일어난 방사능 오염 사고로 미국의 스리마일섬 사고보다 등급이 높은 6등급사고로 기록이 되어있다. 일본의 도카이 핵재처리시설에서도 여러 번의 사고가 있었다. 핵재처리시설의 위험성은 이렇게 핵발전소의 위험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핵재처리 시설도 위험하지만 소듐고속증식로는 이보다 더 위험한 핵시설이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소듐고속증식로는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핵시설이다. 냉각재로 사용되는 액체소듐은 공기와 닿으면 화재를 일으키고 물과 닿으면 폭발을 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소듐이라는 냉각재가 누출되면 곧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국내 원전에서 냉각수 누출사고는 수십 번 일어났다. 만약 냉각재가 누출될 때마다 이런 화재나 폭발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 유럽과 미국이 소듐고속증식로를 포기한 것도 모두 이러한 위험성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이 고속로를 시도하였으나 사고가 워낙 많이 일어나서 거의 포기상태가 되었다. 이렇게 위험한 핵재처리를 하겠다는 것은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결정이다. 정부는 핵재처리를 포기하는 것이 옳다. 재처리 뿐 아니라 핵발전을 포기하라고 후쿠시마에서 지금도 뿜어져 나오는 방사성물질들이 경고하고 있잖은가.

글을 쓴 김익중님은 동국대 의대 교수이며 경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입니다. 경주에 들어서는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등을 계기로 핵발전과 핵시설이 안고 있는 위험을 알리는 글을 활발하게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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