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2011년 겨울 [특집] 명태, 밥상 위의 바다 / 핵 없는 사회를 위해

[ 명태와 밥상 살림 ]

그래도 믿고 먹으려면

김세진

2003년부터 2년 동안 한살림에서는 명태와 황태, 황태채, 북어찜, 명란젓, 창난젓과 명태살이 주원료인 어묵류 등을 모두 일시적으로 공급 중단했다.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명태가 잡히지 않았기에, 국내산만 취급한다는 원칙을 버리고 명태를 공급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긴 시간에 걸쳐 토론했다. 명태는 제사상에도 올릴 만큼 우리 민족과 가까운 물고기라 더욱 고민이 깊었다. 치열한 내부논의와 정책토론, 조합원 의향 조사 과정을 거친 후, 2004년 4월부터 공급을 재개했다.

"자랑 같지만 내가 먹어도 맛있어"
해농수산 공장에 들어가려면 위생복과 모자 마스크와 장갑까지 갈아입고 에어샤워, 손 세정까지 거쳐야 한다. 이렇게 세심한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생선들도 당연히, 더 깨끗해진다. 해농수산은 17가지 제품에 대해 대장균, 살모넬라, 황색포도상구균 장염비브리오균 등 여덟 가지 항목을 검사한다. 백화점에서 파는 것들도 잘 안한다는 중금속 검사까지 모든 생선에 하고 있다. 원재료 자체가 신선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수산물을 들일 때는 미리 수협에서 자료를 받아 샘플 검사를 한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난 3월 11일 이후 공급되는 수산물은 방사능 검사까지 거친다. 이 검사를 무사히 통과한 것들만 밥상에 오른다.

해농수산이 동태를 구입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가능한 12월과 3월 사이에 잡은 명태를 구입한다. 산란시기인 때라 명태 맛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이때 것을 구입하지 못한 경우에는 11월에 잡은 명태를 산다. 7월~8월에 잡은 명태는 맛이 없어서 취급하지 않는다. 또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잡히지만 러시아에서 잡은 것만 수입한다. 그곳에서 잡은 명태는 우리나라 해협을 거쳐 올라간 것으로, 수온이나 해류가 변하면 다시 우리나라로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같은 러시아 바다에서도 우리나라 배가 명태를 '원양산'으로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획 쿼터제가 적용된 이후 우리나라 배가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이 제한되었고, 그 양으로는 국내 명태 수요를 채울 수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러시아에서 잡은 것들을 수입하게 되었다. 해농수산 최광운 대표는 러시아산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사실 러시아 명태선단 중 많은 배가 우리나라에서 만든 배라고 했다. 우리나라 원양어선이 크기도 크고 기술도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그 배를 그대로 쓰지만, 법적으로 러시아에 속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배가 신라호에서 까랄리아호가 되는 등 한국 이름에서 러시아 이름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명태를 오랫동안 잡아왔던 이들이 여전한 방법으로 명태를 잡아 바로 얼리기도 하고, 내장을 분리해 따로 얼리기도 한다. 최 대표는 명태를 구입할 때, 러시아에서 우리나라 배가 잡은 것들을 구입한다고 한다.

잡자마자 배에서 바로 얼린 동태를 구입한다. 배 이동 시간이 있기 때문에 생태는 아무래도 선도와 맛이 떨어질 수 있어, 잡자마자 배에서 바로 얼린 동태를 구입한다. 구입할 때는 1년치 공급량을 한꺼번에 구입한다. 12월에 공급되는 동태는 같은 해 1월에 구입한 것이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해농수산으로 온 동태는 일차 선별 과정을 거친다. 색이 변했거나 기포가 생긴 것, 선도가 떨어지거나 잘려 나간 것은 폐기 처분된다. 이 과정을 통과한 동태의 배를 가르고 씻어서 다시 얼린다. 해농수산은 수산물 중 먹을 수 있는 부위만 공급한다. 내장이나 지느러미는 가정에서 버릴 땐 쓰레기가 되지만 해농수산에서 분리하면 사료를 만드는 부산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태는 내장까지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손질할 때 지느러미와 꼬리만 뗀다. 머리와 내장까지 떼고 잘라서 토막으로 공급하기도 하고 살만 떠서 동태포를 만들기도 한다. 60g으로 토막을 쳐서 생선가스용으로, 40g가량으로 얇게 저며 동태전용 물품을 만든다.

"정말 내가 먹어도 제맛"이라고 최광운 대표가 자랑한 동태전에는 해농수산만의 특징이 있다. 동태전에 다른 것이 섞이지 않아 '살 자체'다. 시중에서는 살에 물을 입히기도 한다. 수산물은 중량으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식염수를 넣어 얼리기도 한다. 물만 입혀서 얼릴 경우, 우리나라에 들어올 시점에 중량이 줄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식염수를 넣은 경우는 맛이 변질될 수도 있다. 녹으면 물이 흐르고 튀겼을 때 씹히는 맛이 덜하다. 해농수산은 '살 자체'인 동태전을 진공포장해서 영하 18°C 이하에서 얼린다. 비닐을 한 겹 씌운 것과 두 겹 씌운 것은 보존력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진공포장을 선택했다. 동결 보관할 때는 영하 35°C의 온도를 유지한다. 해농수산은 그날 손질한 동태는 그날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덕장에서, 농사짓는 농부의 심정으로
황태는 제작 과정이 훨씬 복잡하다. 전화했을 때, 할복장에서 얼린 명태의 배를 가른 후 씻고, 두 마리씩 묶어 급속 동결시킨 뒤에 냉동 저장을 한다. 저장한 명태를 12월~3월 중에 덕장에서 말리고, 3월~4월 두 달 정도 망을 씌워 자연 바람에 말리면 황태가 된다. 이 황태를 5월 중순부터 공급한다. 모든 과정이 손이 많이 가지만 특히 덕장에서 말리는 과정은 여간하지 않다.

황태가 되기 위해 명태는 덕장에서 눈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과정을 두세 달 동안 반복한다. 아침바다에서는 대관령 횡계에 밭을 빌려 덕을 세워 덕장을 만든다. 밤에는 영하 10°C까지 온도가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주문진에서는 말릴 수가 없다. 밤에는 얼고 낮에는 햇볕을 받아 녹느라 명태도 바쁜데 사람도 덩달아 분주하다. 주문진항에서는 새벽 2시부터 명태 다듬기 작업을 시작해 화물차에 새벽 5시경에 실리고 횡계에 새벽 6시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오전 내내 상덕(덕장에 명태를 매다는 것)을 한다. 그때부터 신경을 써야 하는 게 한둘이 아니다. 눈이 들지 않고 비가 맞지 않게 해야 한다. 명태가 황태가 되기 가장 좋은 날씨는 삼한사온이다. 명태가 얼고 그게 녹아 물이 빠지고 바람이 들어 마르고, 다시 얼고 물이 빠지고 마르고 하는 작업이 반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날씨가 추워 얼음이 녹아 물이 빠지는 과정이 없으면 살이 쪼그라들면서 딱딱해진다. 눈을 털지 않은 상태로 오래 두면 눈이 녹아 명태에 물이 스며든다. 물이 스며들면 명태가 곯아 황태가 되었을 때 '콤콤한' 냄새가 난다. 봄이 다가오는 2월 말에서 3월에는 비를 맞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때는 명태 위에 풍을 덮어 비를 맞지 못하게 한다. 황태를 덕장에 말릴 때는 관리자가 상근하면서 수시로 날씨도 살피고 눈도 털어 주고 풍도 덮어 주고 해야 한다. 한살림 가공 생산지인 아침바다 전항주 부장은 이때 날씨에 굉장히 민감해진다. 덕장 관리자가 따로 있어도 전 부장까지 어디, 멀리 나가지도 못한다. 그는 "황태 말리는 일은 농부가 농사짓는 것과 똑같다"고 말한다.

농사가 잘 된 황태는 속살이 노란빛을 띄고 연하게 부풀어 올라 고소하다. 이걸 다시 말렸다가 수분을 줘 말랑말랑하게 한 뒤, 납작하게 두들기면 황태포가 된다. 예전에는 일일이 방망이로 두들겼지만 요즘은 주로 유압프레스를 쓴다. 일부 지역에서는 황태 껍질을 벗긴 것만 제수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 황태포를 찢어 황태채를 만드는데, 아침바다에서는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직접 껍질을 벗기고 뼈와 지느러미를 벗겨 내고 황태를 찢는다. 시중에는 중국에서 말린 황태가 들어오는데 말리는 과정은 다를 게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운 대관령으로 가야 황태를 만들 수 있지만, 중국은 다르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집 앞에서 말려도 될 만큼 충분히 추운 덕에 많은 황태가 만들어져 우리나라에 들어온다고 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말리는 과정이 비슷한데도 중국 것이 맛이 없단다. 물이 안 좋기 때문인데, 배를 가르고 씻고, 얼리고 녹이는 과정에서도 수질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육안으로 중국산을 구별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황태를 두 마리씩 묶어 말릴 때 머리에 꿴 자국이 나고, 중국은 거꾸로 매단 자국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외양으로는 구분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끓이면 알 수 있다. 대관령에서 말린 황태에서는 끓일 때 뽀얀 물이 나오고, 중국에서 말린 것에는 그렇지 않다고.

한살림에선 북어를 취급하지 않는다. 황태와 작업 과정이 비슷하지만 북어는 얼리지 않고 실온에서 바람으로 딱딱하게 말린다. 황태는 말리면 노란빛을 띄지만 북어는 까맣다. 북어는 실온에서 말리기 때문에 손이 더 많이 간다. 절대 비를 맞아서도 안 되고, 냄새에 꼬이는 파리가 알을 까지 못하도록 수시로 내쫓아야 한다.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보관하는데도 삭기 쉽다. 제사상에는 북어를 내는 이유가 아마 그것이 워낙 손이 많이 가는 귀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코다리는 명태를 이삼 일쯤 자연 건조한 후에 냉동으로 얼린 것이다. 코다리는 황태용 명태보다 약간 작은 것을 사용한다. 은성수산에서는 열 시간 동안 기계로 열건조시킨 코다리를 냉동으로 얼려 공급한다. 시중에서 파는 것 중에는 덜 말려서 파는 것이 있다. 그런 경우 구이나 조림을 할 때 고기가 줄어들고, 고기가 쫀득하기보다 푸석하다. 노가리는 명태의 치어로, 내장째 자연 바람에 일주일 쯤 말린 후 얼린 것이다. 씹히는 맛이 있다. 노가리를 잡으면 명태의 씨가 마를 수도 있다니 한살림에서 공급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할 건 없다.

명란젓과 창난젓은 아침바다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작업한다. 냉동으로 들여온 명란과 창난을 녹여서 염장을 한 후, 하루 동안 소금이 스며들도록 기다리고 양념을 버무린다. 양념에 쓰는 소금, 설탕, 고춧가루는 모두 유기농이다. 설탕도 백설탕은 전혀 안 들어간다. 조청과 약간의 황설탕이 들어간다. 여기에 다시마 육수와 참기름과 참깨도 들어가는데 아침바다 최보규 대표는 맛있는 양념을 개발하려고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쳤단다. 그러고 나서야 한살림에 납품할 수 있었다. 시중에서 파는 명란젓은 맛을 내려고 화학첨가물을 넣고 알이 터지지 말라고 응고제를, 먹음직스러워 보이라고 색소를 첨가한다. 색소를 넣으면 알을 잘랐을 때 안쪽에도 붉은 빛깔이 돈다. 아침바다 명란젓은 잘랐을 때 속이 하얗다. 고춧가루로만 양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명란젓 중에 색이 거무튀튀한 것이 있는데 그건 명란의 원 색깔이라고 한다. 시중에 파는 명란젓 중에 색깔이 거무튀튀한 것이 없는 이유는 색소 때문이라고 했다. 명란젓과 창난젓을 담그는 작업을 하는 팀장은 오랫동안 주문진에서 살면서 이전에 다른 젓갈공장에도 다녔다. 그는 한살림에서 작업하는 게 제일 편하다고 했다.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아 제작 공정이 제일 간단해서다. 그리고 이들 생산자들은 가끔 소비자들이 생산지를 방문하는 것이 늘 긴장되지만 그래도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일이 격려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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