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2011년 겨울 [특집] 명태, 밥상 위의 바다 / 핵 없는 사회를 위해

[ 명태와 체질 밥상 ]

간기능을 회복하고 술독을 풀어주는 명태

김수범

오랜만에 고교 동창들의 모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돼지고기, 삼겹살, 소고기 등의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먹은 것 같았다. 그러나 점점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등의 성인병이 생기면서 기름진 음식을 피하기 시작하였다. 건강을 생각해 모임 장소로 명태 전문점을 잡았다.

이곳의 메뉴판에는 명태의 모든 것이 있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생태찌개, 동태찌개, 황태찌개, 두부생태전골, 황태구이, 생태곤이, 명태식해, 북어국, 황태찜, 코다리찜, 명란젓, 창난젓 등 여러 음식들이 칼라사진과 함께 군침을 돌게 하였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 모두 맛보고 싶은 욕심이 발동하였다. 식사와 술안주용으로 전골과 찌개를 시키고 별미로 황태구이, 황태찜, 명태식해, 코다리찜, 명란젓, 창란젖도 하나씩 주문하였다. 모두 제 각각 독특한 맛이 있었다. 옛 친구들과 학창시절 추억을 나누며 별미의 명태 안주와 약주가 어우러져 오랜만에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흥에 겨워 2차로 근처의 생맥주집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노가리와 북어 안주였다. 모임 전체가 명태 요리로 시작해 명태로 끝난 셈이다.

우리 민족이 많이 먹는 명태는 가공 방법과 부위에 따라서 북어, 건태, 동태, 생태, 황태, 코다리, 노가리, 곤이, 창난젓, 명란젓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요리법도 다양하다. 명태구이, 명태조림, 명태회, 북어냉국, 북어무침, 북어적, 북어조림, 코다리찜, 명태식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명태라는 이름에는 눈을 밝게 해 준다는 뜻이 들어 있다. 눈을 잘 보이게 하고 눈과 관련 있는 장부인 간을 보해준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명태는 찬 바다에 사는 한류성 물고기로 우리나라의 동해와 북부에 많이 서식하는데, 찬 곳에 사는 어류들은 따뜻한 성질을 많이 갖고 있다.

《방약합편》에 보면 명태의 성질은 따뜻하면서 맛은 짠 맛이 있다고 했다. 과로하여 허약할 때에 체력을 보해주고, 중풍이나 풍(風)증을 막아준다고 하였다. 명태는 열을 가하면 쉽게 풀어지는 특성이 있어 소화 흡수가 잘 된다. 기름기가 적으며 담백하여 속이 편한 것이 특징이다. 소화가 안 되고 더부룩하고 배가 차고 설사가 잦은 경우에 먹으면 좋다. 생선에 있는 고밀도의 불포화지방성분은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간에도 좋아서 눈을 맑게 하고 간 기능을 도와주며 몸 안의 독소를 해독하는 기능도 있고 술독을 빨리 풀어준다. 뿐만 아니라 명태는 간 기능을 강화해 오염 물질 해독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많이 발표되고 있다. 공기 오염, 수질 오염, 토질 오염으로 손상된 신체를 정화시키는 기능이 탁월하다. 특히 체질적으로 몸이 차고 소화기능이 약하고 꼼꼼하고 내성적인 소음인에게 가장 좋다.

명태에는 보통 단백질 19.7g, 지질1.3g, 칼슘 38.0mg, 철분 0.5mg, 인 210mg, 당질 0.1mg 등과 비타민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흰살생선으로 단백질 함량이 많지만 지방은 적어서 성인병을 예방하고 다이어트식이나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명태를 말리면 단백질 비율은 더 높아진다.

명태의 간에서 뽑아낸 기름인 간유에는 대구보다 3배나 많은 비타민 A가 들어 있고 시력 강화와 피부, 점막, 야맹증, 호흡기 관련 각종 질환에도 효과적이다. 또 명태의 영양 성분 가운데는 인체 각 부분의 세포를 발육시키는 데 필요한 리신이라는 필수 아미노산과 뇌의 영양소가 되는 트립토판이 있어 뇌 건강에도 좋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명태는 다양하게 가공돼, 우리 입맛을 돋우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명태를 바로 잡아서 얼리지 않으면 생태인데, 신선한 맛을 그대로 유지할 뿐만 아니라, 감기기운으로 오싹오싹 추우면서 열이 나고 기침을 하거나 마른기침을 많이 하는 경우에 효과적이다. 생태에 생강,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먹으면 가벼운 감기는 거뜬히 떨어지고, 마른기침이나 천식에도 좋고, 폐와 기관지의 순환에도 도움을 준다. 보관을 오래하기 위해서 얼려서 보관하는 동태는 신선도에서는 생태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역시 감기와 기관지, 혈액순환에 좋다.

북어구이, 황태구이 등은 북어나 황태를 두들겨서 부드럽게 한 뒤에 얼큰하게 양념을 하여 구운 것으로 얼큰한 맛이 있고, 소화기능을 강하게 해줘 소화흡수를 돕고 식욕을 돋워 준다.

명태식해도 별미다. 명태식해는 발효 과정에서 생선의 살과 뼈가 물러져 토막 친 생선 전체를 먹을 수 있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으며 뼈를 튼튼하게 하고 성장을 도우며 골다공증도 예방해준다.

명태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명태의 여러 부위를 염장하여 발효시키면 젓갈이 된다. 아가미를 염장하여 발효시키면 아가미젓, 위와 창자를 발효시키면 창란젓, 알을 발효시키면 명란젓이 된다. 명란젓만 있으면 밥 한 공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지는 것은 명란이 비위의 기능을 강하게 하며 소화 기능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명태의 변신 중에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역시 술안주와 해장국이다. 가장 오래된 보관법은 따뜻한 바닷바람을 받으며 한 달 정도 건조한 북어다. 황태보다 딱딱하나 술안주나 해장국으로 인기다. 간 기능을 도와주고 해독을 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생맥주집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이 노가리와 북어다. 작은 명태를 말린 것이 노가리며 큰 명태를 말린 것은 북어다.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데 노가리나 북어는 가장 씹기 만만한 안주다. 술도 마시고 술독도 풀어주니 이보다 좋은 안주는 없다. 더군다나 가격도 저렴하여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을 때에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다.

또 술을 많이 먹는 주당의 부인들은 아침마다 북어를 원수 같은 남편이라고 화풀이 하듯 두들겨서 부드럽게 하여 북엇국을 끓인다. 숙취로 머리가 멍하다가도 맑은 북엇국을 먹으면 속도 편해지고 머리도 맑아지고 온몸이 나른해지며 순환이 잘 되는 것이 느껴진다. 다른 해장국은 칼로리가 높아 비만한 사람에게 좋지 않지만 북어는 고단백의 저지방음식으로 맑고 담백하며 간 기능의 회복을 돕고 위와 장을 맑게 해 주고 살도 찌지 않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명태와 북어의 효과를 더욱 높여주는 사상체질약선 요리가 있다. 몸이 차고 소화 기능이 약하고 맥주와 와인에 약하고 독한 술이 잘 맞는 소음인에게 좋은 것이 귤 북엇국이다. 귤껍질은 진피라고도 하며 한방에서는 술을 해독하는 처방에 많이 쓰는 약재다. 귤껍질을 깨끗하게 씻어서 같이 끓이면 북어의 해독하는 작용에 귤껍질의 소화를 돕고 기 순환을 도우는 기능이 합쳐져 간의 해독작용을 더욱 높여 준다. 귤껍질을 깨끗이 씻어서 말렷다가 쓰면 좋고 귤을 통째로 넣거나 귤만을 넣어도 좋다.

몸이 뚱뚱하고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콩나물 북엇국이 좋다. 콩나물은 시원한 성질이 있으며 몸 안의 습과 담, 열을 없애주는 효능이 있으며 간을 해독하는 작용이 있는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다. 열이 많고 얼굴이 붉고 비만하며 무엇이든 잘 먹고 소주가 잘 맞는 태음인들이 먹으면 열을 없애 주고 수분의 대사를 도와주며 습 담을 없애 주고 살도 빠지게 하는 효능이 있다. 아스파라긴산에는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주독을 제거하는 작용이 뛰어나 술독을 풀어 주는 데 효과가 있다.

성격이 급하고 열이 많고 직선적이고 독한 술을 싫어하고 맥주나 와인이 잘 맞는 소양인에게는 콩나물 대신 녹두나물인 숙주나물 북엇국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머리와 가슴, 상체의 열을 내리고 이뇨작용을 도와서 술독을 푸는데 효과적이다.

저돌적이고 화가 많아 독한 술은 잘 안 맞고 포도주나 와인이 맞는 태양인에게는 시원하고 기를 내려주고 화를 풀어주는 솔잎을 같이 넣은 솔잎 북엇국을 먹으면 기를 내려주고 술독을 풀어준다.

그 외에도《다산방(茶山方)》,《경험량방(經驗良方》등에는 여러 민간요법이 나와 있다. 혈변(血便)을 볼 때 북어를 매일 3마리씩 3일 동안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밤에 잘 안 보이는 '작목(雀目) 증세'에 북어기름을 먹으면 눈이 맑아진다고 하였고 콧속에 부스럼이 생기면 참기름과 복어기름을 섞어서 바르면 낫는다고 하였다. 생인손(편집자 주: 손가락 끝에 종기가 나서 곪는 병. 생안손이라고도 한다) 의 통증에는 명태 껍질을 붙이면 통증이 가라앉는다고 하였다.

글을 쓴 김수범 씨는 우리들한의원 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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