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2011년 겨울 [특집] 명태, 밥상 위의 바다 / 핵 없는 사회를 위해

[ 명태와 바다 경제 ]

미국에서도 '국민생선'이지만

박여라

"생태 있어요?" "오늘 생태가 안 들어왔네요."

벌써 몇 달 째다. 생태찌개 좋아하시는 우리 아버지가 시내의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단골 음식점에 들어설 때마다 반복되는 대화다. 올 봄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이었다. 방사능 오염을 걱정해 홋카이도 근해산 명태 수입이 대부분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생태 가격이 확 올랐다. 그 이후 국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중국산, 러시아산 명태 수입량이 늘어났지만, 그 음식점에 그나마 간혹 등장하던 생태는 이내 끊어졌다. 그 집이 본래 생태찌개 전문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음식은 아예 차림표에서 내린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날, '이런 식이면 이제 우리 아버지 좋아하시는 생태찌개는 이 집에서 영영 못 먹게 되는 건가?' 싶었다.

그 흔하던 명태가 이제 씨가 말라 거의 잡히지도 않고, 인공적인 복원도 쉽지 않아 근해에 명태가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한다.(한겨레 2011년 11월 1일) 국내에서 명태는 한 해 40만 톤 정도 소비된다. 국내 수산물 중 소비량이 가장 큰 어류이지만, 90% 이상은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우리 어선이 러시아 해역에 가서 배정된 '쿼터'에 맞춰 잡아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을 수입한다. 국내 어획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동해안 수온 상승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치어(노가리)까지 무분별하게 남획한 탓도 있다고 한다.

명태의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급상승하게 된 것은, 1982년 유엔해양법조약에 따라 국가의 연안 200해리(370km) 내 자원에 대한 경제적인 주권을 인정하는 배타적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이 형성되면서 우리나라 원양어업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와 알래스카가 사이에 있는 베링해는 각종 자연자원이 풍부하고 미국 총 어획량의 절반 이상을 제공하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양국의 연안에 설정된 배타적경제수역뿐만 아니라 베링해 공해 상이라 해도 러시아와 미국은 회유성 어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조업을 못하게 막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와 지난 1991년 어업협정을 맺고 매년 쿼터를 할당받아 그 한도 내에서 조업을 한다. 또한, 러시아, 미국, 중국, 폴란드, 한국, 일본은 중부베링해 명태자원 보존 및 관리회의(CCBSP)를 결성해서 이 지역의 보호, 관리, 최적운용을 함께 도모하고 있는데, 1990년 초 베링해 유역에 명태의 양이 급속하게 줄어들자 1993년 이후 명태어획 모라토리움을 형성해서 잠정적으로 이곳에서는 명태를 잡지 않고 있다.



아직도 많이 잡는데?

싱아처럼, 그 많던 명태는 누가 다 먹었을까. 아직도 명태는 많다. 명태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단일어종 가운데 어획량이 가장 많다. 주로 북태평양에서 알래스카 베링해에 이르는 지역에서 매년 3백만 톤의 명태를 잡는다. 이 가운데 절반은 미국 어선이 잡아 올린다. 대개 어선에서 가공까지 하기 때문에 명태어선은 몇 백 명의 선원이 어획과 동시에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대규모 선박이며, 미국국적의 명태어선만 해도 200척 정도 된다.

지난 2006년 앵커리지 알래스카주립대학에서 15년간 미국 명태시장 조사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총 어획량의 1/3인 150만 톤의 명태를 매년 잡아 올린다. 특히 1980년대에 배타적경제수역을 선포한 뒤로 어획량이 급증했는데, 러시아와 다른 어장에서 명태잡이가 크게 준 반면 미국은 명태로 짭짤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수익구조는 맛살(26%), 포뜬 생선살 (34%), 명란(31%), 이 세 가지가 91%를 차지한다. 특히 명란의 경우 생산량이 총 명태어획량의 5%밖에 되지 않아 상대적 수익률이 상당히 높다. 명란은 거의 대부분 일본과 남한으로 수출된다. 미국이 생산하는 맛살도 일본과 한국이 가장 큰 수입국이다. 2004년 현재 미국은 명태만으로 11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미국의 입장에서 명태는 효자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몬트레이베이 수족관은 소비자를 위해 "해산물 감시(Seafood Watch)라는 명함크기로 접은 포켓가이드를 발행한다. 가까운 샌프란시스코 지역 어지간한 생선가게에서는 이 가이드를 비치하고 있다. 음식점이나 생선가게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생선들에 대해 어획 방법과 산지에 따라 피할 것, 좋은 대안, 최상의 선택으로 나누어 구별하기 쉽게 각각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으로 표기해 놓았다. 미국에서도 생선회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생선회 가이드도 있다. 웹사이트에서 미국 각 지역에 맞춘 가이드를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고, 모바일 어플도 있다. 이 가이드에 의하면 명태살로 만든 게맛살은 '좋은 대안' 급에 속한다. 불법 남획이 없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규약이 잘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 괜찮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베링해 명태잡이에 대한 그린피스의 입장은 완강하다. 아무리 예전보다 사정이 나아져 명태의 개체수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지속가능한' 수준에 이르려면 한참 멀었다는 것이다. 명태잡이의 규모가 명태 한 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풍부했던 명태를 먹이로 삼던 바다표범, 고래, 그리고 특히 멸종위기인 스텔러바다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는 베링해 생태계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진단이다.

그린피스는 미국 북태평양수산관리위원회(North Pacific Fishery Management Council) 구성원들이 주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의 목소리가 자신의 이득과 상반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12월, 그린피스는 위원회가 2009년 명태 수확 제한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산란기 어획을 당분간 정지시키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위험에 처한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해양 생태가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낸 자료에 따르면, 알래스카의 4개 어장 중 보고슬로프와 알루시안 열도 등 두 군데는 이미 폐장되었고, 남은 어장 중 하나인 알래스카만은 어획량이 20년 전과 비교할 때 10% 수준이라고 한다. 하나 남은 동부 베링해 어장에서도 2003년에서 2008년 사이에 어획량이 무려 65% 감소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북태평양 수산관리 위원회는 작년 12월에 올해 어획량 기준을 세울 때 동부 베링해에서 125만 톤, 알래스카 만에서 6만6천 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동부 베링해의 허용량은 2010년의 81만 톤보다 무려 54%가 늘었는데, 이렇게 늘린 이유를 개체수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명태를 본 적이 없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두 시간 배를 타고 나가 연어 낚시를 한 적이 있다. 눈을 감고도 잡을 수 있다는 게 연어다. 정말 낚시 실력과는 무관한 것인지 나는 내 팔 길이정도 되는 커다란 연어를 한 마리 낚았다. 무슨 전통인지 미신인지 그 연유는 알 수 없지만, 뱃사공들과 낚시꾼들은 나에게 생애 처음 잡은 연어의 심장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먹지는 않았지만, 자연과 교감하는 뱃사람들에게 전해오는 오래된 전통으로 이해했다. 그 연어를 집으로 가져다 한참을 두고 이렇게 저렇게 먹었다. 채마밭에서 내가 키운 작물로 반찬 해 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상점에서 사다 먹는 것과는 기분이 달랐다. 옛날 사람들은 다들 이런 기분을 느꼈겠지.

참으로 흔해서 당연한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사라져 그저 추억 속에만 있는 풍경들이 있다. 함박눈 내린 날 나뭇가지에 쌓인 눈송이를 간식처럼 핥아먹는 아이들, 재래시장의 조그만 국수공장 마당에서 흰 빨래처럼 바람에 하늘거리는 국수발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밥상에 흔히 오르던 것인데 이제 너무 비싸진 것들이 있다. 명태가 특히 그렇다. 사람의 힘으로 단시간에 변화시키기 어려운 기후변화 같은 원인도 있고, 사람들이 나서서 법 제도를 바꾸면 효과가 있을 것 같은 무단어획 규제 같은 일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둘 다 사람이 저지른 잘못에서 비롯된 것은 마찬가지다. 인류, 그 가운데도 지금 현생하고 있는 우리 세대가 지구에 저지른 잘못이 너무도 크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미국에서도 명태 먹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미국의 생선가게 모습을 떠올렸고 바로, "안 먹어요"라고 대답했다. 명태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인시장이나 한국가게에선 찾을 순 있어도, 동태든 생태든 일반 생선가게에서 명태를 본 적이 없다. 전화를 끊고 나서 가만히 생각했다. '가만, 명태가 뭐지…? Pollock? 어, 진짜 많이 먹는데!!' 게맛살, 아이들 간식이나 술안주로 인기 좋은 흰 생선살 조각튀김, 그리고 맥도널드를 비롯해 수도 없이 많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피쉬버거 주요 내용물인 생선튀김, 모두 명태살로 만든다. 물론 여기엔 우리가 먹는 명태의 친척인 대서양명태도 포함되어 있다. 따지고 보면 명태는 사실상 미국사람들에게도 국민생선이다. 다만 이름이 숨겨져 있을 뿐이다. 어디서 온 무엇인지도 모르고 가공된 형태로만 먹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가공된 형태의 명태를 많이 먹고 있다. 미국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명태를 많이 먹는다는 것을 안다는 점이다. 하지만, 얼마나 자주 떠올리고 있을까? 내 밥상 이 음식이 한때는 두 눈과 심장을 갖고 찬 바다 속을 가르며 헤엄치던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을.

박여라 님은 서로 다른 것들이 소통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고 머리를 쓰는 것보다 몸 쓰는 일을 좋아해 부엌이나 산과 들에 있을 때 행복하다고 합니다. 미국에 살다 돌아와 서울 창덕궁 옆 원서동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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