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2011년 겨울 [특집] 명태, 밥상 위의 바다 / 핵 없는 사회를 위해

[ 명태와 기후변화 ]

뜨거운 사막이 된 동해

남종영

명태는 사라졌다. 동해의 어민들이 명태를 포기한 지도 오래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은 사라진 명태를 기다리지 않는다. 혹여 기대도 없다. '명태가 잡혔다'는 목소리가 무전기 너머로 전해져도 심드렁하다. 어차피 몇 마리 잡히고 끝나고 말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강원도 고성군 아야진항에서 출발한 어선에 오른 어민들도 처음에는 기대를 품지 않았다. 일반 잡어를 잡는 자망 어선의 그물에 이틀 동안 3kg이 걸려 나왔을 때, 어민들은 그저 예전처럼 우연히 걸린 명태로 알았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그물에 걸리는 명태가 많아졌다. 그 뒤 사흘 동안 95kg이 잡혔고, 다시 이틀 동안 251kg이 걸려 나왔다. 명태가 돌아온 건가? 어민들은 조심스럽게 기대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최근 몇 년 사이 잡아 본 적이 없는 양이었기 때문이다.

명태가 돌아왔다?
'명태장'은 아쉽게도 불과 열흘을 가지 못했다. 명태는 다시 사라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10월이면 알을 낳으러 오호츠크해에서 내려온 명태가 동해를 한가득 메웠다. 어민들은 쉴 틈이 없었다. 하지만 11월이 되어도 명태 소식은 없다. 국립수산과학연구원 동해수산연구소의 박종화 자원환경과장이 말했다.

"가끔씩 10~20마리 걸리던 게 지난 5월에는 좀 많이 잡힌 것뿐입니다. 아마 심해에 살던 명태들이 바닷물의 용승작용(위로 솟구치는 현상) 때문에 올라왔다가 어망에 걸린 거 같아요. 요즈음 명태 한 마리에 1만 원 돈 하니까 판매금액이 많아 어민들이 흥분한 거예요. 그렇게 많이 잡힌 게 아닙니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현상이었죠."

명태는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단순히 어획량이 준 게 아니라 어종에서 사라졌다. 1970~80년대 한 해 수만 톤이 잡히던 명태는 90년대 들어 수천 톤대로 줄더니 2007년 35톤을 끝으로 통계에서 사라졌다. 통계에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양만 걸려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해의 명태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지금도 북한 원산만 앞바다에서는 명태 조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원래 한반도 동해 연안에는 두 개의 명태 개체군이 산다. 첫 번째는 일본 오호츠크 해와 홋카이도 앞바다 등 찬 바다에서 여름을 나고 남하하는 무리다. 명태들은 9월께 한반도 동해 연안에 도착해 대부분 원산만 앞바다에서 머문다. 일부 무리는 강원 고성군, 강릉시, 삼척시와 경북 울진군, 영덕군까지 내려간다. 그리고 이곳에서 알을 낳고 이듬해 봄 다시 찬 바다로 올라간다.

또 하나는 동해에서 정주하는 개체군이다. 이들은 한여름 동해 먼 바다의 차가운 심해에 머물다가 겨울이 되면 연안 가까이로 접근한다. 연중 가끔씩 그물에 걸리는 명태가 이 정주 개체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5월 아야진항의 배들에게 걸린 명태들도 이 무리들 중 몇 마리였을 것이다. 오호츠크 해에서 내려온 명태들이라면 이때 강원도에서 발견될 리 없기 때문이다.

명태는 왜 사라졌나?
명태는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생선'으로 대접받았다. 사람들은 명태를 지겹도록 먹었다. 산 명태를 무와 함께 끓인 명태국은 밥상머리에서 지정석을 차지했고, 대학가 술집에서는 명태의 새끼인 '노가리'가 기본안주로 나왔다. 갓 결혼한 신랑은 북어대가리로 발바닥을 맞았다. 설악산 주변의 황태덕장(명태를 말리는 나무 건조대)에서는 명태가 빨래처럼 걸려 말려져 북어로 가공돼 전국으로 유통됐다. 이렇게 명태가 흔했던 이유는 그만큼 명태가 많이 잡혔기 때문이다. 명태잡이 배가 출항하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북부의 항구는 '똥개도 명태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명태는 왜 사라졌을까? 첫 번째 원인으로는 무차별적인 남획이 꼽힌다. 1970~80년대 저인망 어선들은 명태를 싹쓸이했다. 심지어 '노가리는 명태가 아닌 다른 종이다'라는 소문까지 퍼지며 명태 치어인 노가리까지 잡아 댔다. 정부는 1974년 이례적으로 어린 명태의 어획을 허가했다. 원래 치어는 잡지 않는 게 어업의 기본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러시아가 벌이는 명태 어장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 선제적 대응을 했다.

명태는 동해에서 오호츠크해 그리고 베링해까지 북태평양 서부의 반달 모양으로 서식지가 퍼져 있다. 동해가 명태 서식지로는 최남단인 셈인데, 이 지역을 오르내리는 명태의 습성 상 어느 한 쪽이 많이 잡으면 다른 한 쪽이 잡을 게 없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명태의 양은 한정돼 있지만 북태평양 국가들은 명태를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현명한 지혜는 갖추지 못했다.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해 먼저 잡고 보자는 자세로 바다에 덤벼들었던 것이다.

특히 불과 몇 년 전까지 싼값에 맥줏집 안주로 올랐던 노가리 어업은 동해 명태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명태는 성체가 되기까지 3~4년이 걸려 다른 바닷물고기에 비해 성장이 느린 편이다. 이럴수록 재생산 주기도 오래 걸리고 자원이 남획했을 때 회복도 느리다.

뜨거운 사막이 된 동해
명태가 사라진 두 번째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꼽힌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동해 바다의 수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명태는 차가운 물에서 사는 ‘한류성 어종’이다. 적당히 차가운 바다를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여름에는 오호츠크 해 주변에서 그리고 겨울에는 동해 바다에서 머무는 것이다. 그리고 명태는 뜨거운 온도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약하다. 다른 물고기도 그렇지만 명태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항온동물인 사람은 열대 휴양지에서 수영을 하다가도 이튿날 강원도 산간의 스키장에 가서 스키를 타도 아무 문제가 없다. 주위의 온도 변화에 관계없이 체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명태는 그러지 못하다. 내륙의 온도 변화 1°C는 바다에서 10도에 가까운 효과를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물고기들은 자기들에게 불편한 수온이면 재빨리 짐을 싸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간다. 그럴 만한 체력이 없는 명태들은 낙오되기도 할 것이다. 이사 갈만한 곳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여러모로 명태가 살기에 안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세기 들어 동해 바닷물의 수온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동해 표층수의 수온은 1968년에서 2007년까지 약 1.3°C 올랐다. 최근 100년 동안 지구 평균 수온이 0.5°C, 북태평양이 0.46°C 오른 데 비해 정말 빠른 상승 속도다. 2000년대 들어선 수온 상승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보통 동해 바다의 연간 평균 수온은 12~14°C 선에서 유지되는데, 14°C를 넘는 해도 나타나는 중이다.


(자료제공 <한겨레>)


수온에 민감한 명태에게 이런 변화는 극복할 수 없는 고통을 가져다줬을지 모른다. 아마 명태는 동해가 '뜨거운 사막'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명태 현상금'을 내걸다
명태를 돌아오게 할 순 없을까? 정부는 동해 명태를 ‘복원’하기 위해 인공수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동해수산연구소는 살아있는 명태 암컷과 수컷을 잡아오는 어민에게 현상금을 내걸었다. 명태 한 마리 시가의 20배를 쳐주겠다고 했으니, 대충 한 마리를 가져가면 2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동해수산연구소의 계획은 간단했다. 살아있는 명태 암수를 확보한 뒤 정자와 알을 확보해 수정시킨다. 그리고 산란을 유도해 치어들을 확보고 이들을 대량으로 키워서 동해에 풀어 놓는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계획은 쉽게 실현되지 않고 있다. 명태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워낙 명태가 적어 보기가 힘들고, 봤다고 하더라도 물에서 나오면 금세 죽어버렸다. 지난 5월 잠깐 동안의 ‘명태 풍어기’ 때에도 이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명태를 싣고 들어오는 배를 샅샅이 뒤졌지만 살아 있는 명태는 단 한 마리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동해수산연구소는 고육지책을 강구중이다. 일본 홋카이도 앞바다의 명태를 들여오기로 한 것이다. 내년부터 홋카이도 대학과 공동연구를 통해 명태를 확보한 뒤 인공 수정시켜 치어들을 동해에 풀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명태의 인공 증식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과거처럼 명태가 동해에서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해의 바닷물 온도는 지금 이 시간에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후변화의 영향은 명백하기 때문에 명태 어획량을 다시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제 명태 산업의 쇠퇴는 불가피하니, 한류성 어류보다는 난류성 어류에 초점을 맞춰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수산업의 대세는 한류성 어종에서 난류성 어종으로 바뀌었다. 바다 생태계도 바뀌고 있다. 명태와 도루묵은 소멸했고 오징어와 멸치의 어획량은 늘어나고 있다. 경북 연안에서 잡히며 '울릉도 오징어'의 별칭을 갖고 있던 오징어는 이제 강원도 앞바다에서도 잡힌다. 난류성 어류의 북방한계선이 북진한 것이다. 자리돔과 가오리, 갯장어, 고래상어 등 아열대성 어종이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발견되는 회수가 잦아지고 있다. 아열대성 바다에서 보이는 해파리는 동해 독도에서도 출몰하고 있다.

바다의 사막화라고 불리는 갯녹음(백화) 현상은 제주도 연안에 퍼지고 있다. 바다 암반을 우윳빛 석회 조류로 덮어버리는 갯녹음은 1998년 제주도 남부 앞바다에서 시작해 지금은 제주도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해초류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힘들어진다. 이에 따라 톳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바다는 날로 변하는데 이제 우리에겐 어찌할 도리가 없는지 모른다. 명태는 살 곳을 찾아 삶터를 옮겼을 뿐이다. 우리가 명태 같은 바다의 생물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최근 들어선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어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영국 런던의 한 일식집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참치를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보고 살짝 흥분한 일이 기억난다. 유럽연합은 남획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대서양·지중해 참다랑어’에 대해서 어획 금지 조처를 내렸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거래 금지에 관한 협약(CITES)에서는 참다랑어를 멸종위기종으로 등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자연은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그러웠다. 명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 겸손하길, 명태가 돌아오길 빈다.

남종영 님은 <한겨레> 환경 담당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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