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호 2011년 여름 살림,살림

[ 살림이 들은 음악 ]

전쟁의 고통이 피어올린 두 장의 음반

글 박시우

헨릭 고레츠키 교향곡 제3번 <슬픔의 노래>
1991년 빌보드 클래식 차트에서 31주 연속 1위에 오르며 짧은 시일 동안 70만 장 이상 팔린 음반이 있다. 헨릭 고레츠키의 교향곡 제3번 일명 <슬픔의 노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악명 높았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학살당한 폴란드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한 음악이다. 이 음악은 한때 전 세계에 ‘고레츠키 신드롬’을 낳았을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음악이 이처럼 경이적인 판매량을 올린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이 이 음반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게 했을까.

고레츠키는 15세기부터 폴란드 수도원에 전해져오는 '성 십자가의 탄식'이라는 기도문, 2차 대전 중 자코파네 궁의 게슈타포 본부의 수용소에 감금되었던 열여덟 살 소녀가 벽에 새겨놓은 기도문, 그리고 오폴레 지역의 민요인 적에게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애통한 심정을 3악장으로 구성해서 교향곡에 담았다. 각 악장의 가사는 대략 이렇다.

'내 속에서 난 사랑하는 아들이여, 당신의 상처를 내게 나누어 주세요. 사랑하는 아들이여, 나의 가슴 속에 품고 진실로 보살펴 왔으니 신의 어미에게 기쁨이 준비되었다고 말해 주세요. 이제 비록 내게서 멀리 떠나갔지만 나의 간절한 소망이여.' - 1악장

'어머니, 안 돼요 제발 울지 마세요. 순결한 하늘의 여왕이시여. 언제나 나를 지켜 주시는 분. 아베 마리아.' - 2악장

'어디로 가버렸느냐 사랑하는 아들아, 반란이 일어났을 때 잔인한 적들이 죽였겠지. 아, 간악한 인간들아, 가장 성스러운 하나님의 이름으로 내게 말해다오. 내 아들은 어디 있느냐….' - 3악장

이중 2악장의 18세 소녀가 남긴 기도문은 이 교향곡을 상징하는 메시지다. 게슈타포 본부의 지하에서 발견된 무덤의 벽면에 새겨진 기도문에는 헬레나 반다 블라주시아코프나의 서명과 '1944년 9월 26일 이후 투옥된 18세 소녀'라고 적혀 있다. 짧은 기도문이지만 죽음을 앞둔 한 소녀의 공포와 슬픔이 짙게 배어 있다.

이 교향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느리고 애절하다. 모든 악장마다 '느리게' 연주하라는 렌토(lento)가 표기되어 있다. 1악장 약 26분, 2악장 약 9분, 3악장 약 17분 등 총 연주 시간이 50분이 넘는 대곡이다. 남서독 방송교향악단의 의뢰로 작곡된 이 교향곡은 1976년에 완성되어 이듬해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고레츠키는 전쟁과 학살의 비통한 심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프라노 독창과 단순한 선율을 도입했다. 한없이 느린 관현악 반주를 뚫고 나오는 소프라노의 독창에는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이 담겨 있다. 독창은 음산한 구음처럼 낮게 깔리다가 서서히 옥타브를 높여 때로는 절규를, 때로는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듯한 천상의 기도소리를 들려준다. 여기에 단조로운 음을 반복하면서 흐르는 현악기 선율은 마치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이 숨죽이며 흐느끼는 소리처럼 들려 더욱 애절하다.

2악장 하이라이트의 독창은 청아할 정도로 아름다워 간혹 이 음악이 ‘슬픔의 노래’가 맞나싶을 정도로 신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대목이 우리에게 슬픔과 고통을 뛰어넘어 평화와 위로를 안겨주는 이 음악의 미덕이기도 하다. 또한 인간이 저지른 야만과 폭력에 대해 깊이 성찰 하라는 작곡가의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현대음악이면서도 듣기에 거북하지 않은 선율과 심금을 울리는 음악적 메시지가 결합돼 이례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여기에는 데이비드 진만의 지휘와 소프라노 던 업쇼의 역할도 한몫했다.

폴란드 출신의 헨릭 고레츠키(1933~2010)는 실제 2차 대전 중 나치의 수용소에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런 개인적 체험과 조국 폴란드와 함께 참혹한 고통을 겪은 고레츠키의 음악에는 그래서 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는 게 아닐까.

펜데레츠키가 1960년에 작곡한 <히로시마의 희생자에게 바치는 애가>
고레츠키가 나치의 대학살을 음악으로 노래했다면, 같은 해에 태어난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1933~ )는 핵무기를 음악으로 다루었다. 펜데레츠키가 1960년에 작곡한 <히로시마의 희생자에게 바치는 애가>는 2차 대전 중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의 공포를 담은 작품이다.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등 52개의 현악기로 연주되는 이 음악은 원자폭탄이 폭발하는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톤 클러스터(좁은 음정 간격에서 여러 음이 나는 밀집음군)를 적용한 독특한 작품이다. 악보의 음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콩나물 대가리’가 아닌 검게 칠한 긴 막대기 형태로 표기되어 있다.

약 10분 정도 연주되는 이 음악은 고레츠키의 '슬픔의 노래'와 달리 기괴하고 소름 돋는 호러 뮤직에 가깝다. 원자폭탄의 폭발과 이를 피해 도망가는 사람들의 다급하고 공포에 질린 모습들이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번 들어보면 충격에 빠질 것이다. 작곡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이 음악은 여전히 전율과 공포를 준다. 체르노빌 사태에 이어 얼마 전 대지진과 쓰나미로 초토화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이 가져온 대재앙 때문이다.



박시우 님은 시인이며 월간 《아웃도어》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빠져 한때는 월급의 거의 대부분을 음반을 사들이는 일에 몰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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