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호 2011년 여름 살림,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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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야만 소금? 아니, 소금은 달다

글 김준

소금은 짜다. 짜야만 소금? 아니, 소금은 달다. 순한 짠맛이 가신 다음 단맛이 느껴져야 진짜 소금이고, 좋은 소금이다. 소금 맛은 오로지 지독히 짠맛뿐이라고 믿는 사람은 안타깝지만, 이제껏 소금다운 소금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다.



소금은 인간이 먹는 유일한 광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 곧 천일염은 먹어도 되는 식품이 아니라 공업용 광물에 속했다. 당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광물인 천일염은 식품으로 직접 판매할 수 없고, 가공처리단계를 거쳐야만 판매가 가능했다. 현재 가공식품 속 소금들이 대부분 정제염인 건 이런 엉뚱한 법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일찍이 천일염을 식품으로 인정한 유럽 등지에서는 명품소금, 귀족소금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행히 지난 2007년 11월 천일염을 식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천일염 대접이 조금 나아졌다.

중소 규모의 소금 생산업체 중심이던 소금 시장에 대형 식품회사들이 가세하면서 제품 가짓수도 부쩍 늘었다. 저마다 최고의 품질이라고 자랑하고 있는데, 먹는 입장에서 품질이 좋아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 건 반가운 일이나 갑자기 늘어난 소금 봉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심란한 것도 사실이다. 짜게 먹지 말라했는데, 안 먹을수록 좋다는 이들도 있는데…,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일단 소금의 본래 어떤 역할을 해왔으며 어떤 종류가 있는지 갈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금의 주성분인 염화나트륨은 염소 60%와 나트륨 40%로 이루어져있다. 나트륨은 우리 몸속에서 신경 신호를 전달하고 근육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소화된 영양소를 잘 흡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나트륨이다. 하지만 지나친 나트륨 섭취는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를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정제염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 천연의 소금이 아니라 염화나트륨은 그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염화나트륨과 미네랄이 고루 섞인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고 이를 닦던 옛 사람들과 달리 현대인들은 정제염을 통해 오직 나트륨만을 과다 섭취하면서 몸의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말이다. 갈수록 미네랄 결핍증을 앓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는 걸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주장만도 아니다. 채소, 과일, 고기에도 미네랄 성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곧 천일염은 음식의 간을 맞출 뿐 아니라 훌륭한 천연 미네랄 보충원이라 할 수 있다.

소금은 채취하는 장소에 따라 바다에서 난 천일염, 산에서 난 암염, 호수에서 난 호수염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바닷물에서 소금을 얻는데 자염과 천일염이 그것이다.

암염은 돌처럼 굳어진 소금 덩어리를 캐낸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가장 많다. 염화나트륨 함량이 98,99%나 되며 미네랄은 거의 없다. 호수염은 바다가 지각변동에 의해 호수로 변하면서 그 안에 갇힌 바닷물이 말라 생긴 소금이다. 오랜 세월 동안 미네랄이 씻겨 나간 탓에 대부분의 호수염은 암염과 마찬가지로 미네랄이 거의 없다.

자염은 일제 강점기 때 염전에서 소금을 내는 천일염 제조법이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행하던 소금 채취법으로 얻는 소금이다. 바닷물을 걸러 가마솥에서 8시간 이상 은근히 끓여 만든다. 입자가 곱고 염도가 80~85%정도로 낮아 맛이 순하고 끓이는 동안 불순물이 뜬 거품을 걷어내기 때문에 쓴맛과 떫은맛이 없다. 칼슘과 유리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맛도 좋지만 바닷물을 끓이는데 드는 연료비 등 천일염에 비해 생산성이 낮아 사라졌다가 1990년대 말 충남 태안 등 서해안 일대에서 다시 부활했다.

천일염은 염전에 바닷물을 가둬 햇볕과 바람에 수분을 증발시켜 얻은 소금이다. 염화나트륨 함량이 85% 안팎으로 짠맛이 순하고 천연 미네랄이 풍부해 풍미가 뛰어나다.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덜 짜게 느껴지는 건 낮은 염도와 그만큼 덜한 염화나트륨의 빈 자리를 마그네슘, 칼륨, 칼슘, 망간, 아연, 철 등의 풍부한 천연 미네랄이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많은 바다 생물과 미생물들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서 난 천일염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 세계 최고의 소금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보다 미네랄 함량이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가공방법에 따라서는 천일염, 재제염, 정제염, 태움(굽거나 볶은).용융(녹여서 섞은)염, 가공염으로 나눌 수 있다. 가공염은 천일염, 재제염, 정제염, 태움(굽거나 볶은).용융(녹여서 섞은)염에 식품첨가물을 넣어 가공한 소금이다.

재제염은 천일염을 비위생적이라고 오해하면서 만들기 시작한 소금이다. 멕시코, 호주 등지에서 트랙터를 이용해 대규모로 채취한 값싼 천일염을 수입해와 물에 씻은 다음 염화나트륨 함량이 95% 이상 되게 다시 만든다. 지나치게 위생적(!)이어서 불순물만이 아니라 미네랄도 거의 없다. 흔히 꽃소금으로도 불린다.

정제염은 기계를 이용해 바닷물에서 염화나트륨만 분리해 만든 소금으로 염화나트륨 함량이 99%나 된다. 제조 과정에서 사탕수수 속에 들었던 영양분이며 미네랄은 쏙 빠진 채 단맛만 남은 정제설탕처럼 정제염도 미네랄은 거의 없고 지독히 짠맛만 있다. 시중에서 맛소금으로 불리는 제품들은 이 정제염 알갱이를 MSG로 코팅한 소금이다.

약한 알칼리성을 띠는 천일염은 일정 온도 이상의 열을 가해 볶거나 구우면 알칼리성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천일염 속 미네랄 함량은 더욱 풍부해지고 중금속 같이 몸에 해로운 불순물들은 사라진다.

구운 소금 중 대표적인 것은 대나무통 안에 천일염을 넣어 구운 죽염이다. 구우면 대나무는 재가 되고 천일염은 굳어서 하얀 막대기처럼 되는데 이를 곱게 빻아 다시 대통에 넣고 굽는다. 구죽염은 이렇게 9번 구운 소금이다. 주로 소나무를 이용해 굽기 때문에 천일염에 대나무의 유황 성분과 소나무 특유의 유용 성분이 더해져 효능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함초소금은 볶은 천일염에 함초 분말을 넣어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함초는 염전 주변에서 자생하는 풀로 항암, 면역력에 좋은 성분이 든 것으로 밝혀지면서 인기가 부쩍 높아졌다. 해조소금은 다시마나 톳 같은 해조류를 넣어 요오드 함량을 높인 소금이다. 이 밖에도 황토에서 구운 황토소금, 염도를 낮춘 저염소금, 마늘소금, 허브소금, 요오드소금, 미네랄소금, 알칼리소금, 해양심층수소금 등 제조방법과 첨가한 원료, 강조한 성분에 따라 다양한 소금들이 나와 있다.

소금을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소금 본연의 역할인 간 맞추기와 미네랄 보충에 얼마나 충실한가 하는 점이다. 어떤 좋은 것이 얼마나 많이 더해졌든 기본은 깨끗한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에 말려 자연스럽게 얻어진 적당한 염도에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이다.

천일염은 함수(농축된 바닷물), 갯벌, 염전의 상태에 따라 질이 제각각이다. 아직 농산물처럼 인증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만큼 생산지 및 생산자의 기술이며 신뢰를 바탕으로 잘 따져봐야 한다. 불순물이 든 천일염보다 정제염이 더 안전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공소금도 마찬가지다. 업체마다 제조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각자가 꼼꼼히 잘 살펴 사는 것이 최선이다. 소금 속 간수를 빼는 기간도 소금 값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10년 이상 간수를 뺀 소금이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3년 이상 간수를 뺀 소금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20년 넘게 한살림에 소금을 대온 마하탑은 천일염 생산에 오랜 노하우와 각별한 신뢰를 지닌 곳이다. 세계 3대 갯벌 중 하나인 서해안 신안군 임자도 갯벌 위에서 소금에 쓴맛이 도는 봄 가을이 아닌, 일교차가 적은 여름에만 소금을 낸다. 바닷물을 보관하는 함수창고의 바닥과 벽은 송판으로 마무리해 녹물이 흐르지 않도록 스테인리스 못을 박았고 지붕도 슬레이트가 아닌 강판 코팅한 철제지붕으로 씌울 만큼 염전 환경도 남다르다. 소금의 염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거나 이것저것 다른 원료들을 넣어 소금값을 높이는 대신 딱 기본이 되는 천일염, 볶은소금, 함초소금들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것도 믿음직스럽다. 이곳 볶은소금은 천일염을 씻어 불순물을 없앤 다음 300℃쯤 되는 온도에서 볶아내기 때문에 미네랄과 무기물의 함량이 높아 다른 제품에 비해 맛이 뛰어나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나트륨 1일 섭취 권고량은 2천mg. 소금 1작은술, 간장 2작은술, 된장 및 고추장 1큰술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정제염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이 같은 천일염이라면 나트륨 스트레스가 조금 줄어들 것이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유출은 우리나라 서해안 일대 소금창고를 텅텅 비게 만들었다. 방사능을 정화한다는 요오드가 천일염 속에 아주 조금 들었다는 뉴스에도 불구하고 방사능에 오염되기 전 바닷물로 거둔 천일염을 사려는 민첩한 이들 덕분에 이즈음 '소금 사재기'라는 단어가 인터넷 포탈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오른데 이어, 유사시 비상식량인 라면을 제치고 사재기 품목 1위에 등극했다. 주부들이 자주 가는 사이트 게시판에는 소금 사재기 후의 기쁨과 사재기에 동참할까 말까하는 망설임과 고민, 사재기를 나무라는 글들이 뒤엉켜 격론이 일어났다. "나 혼자라면 모르지만 아이에게 오염된 소금을 먹일 순 없잖아요"란 애끓는 모정과 "그냥 이렇게 살다가 하늘이 부르면 가겠어요(?!)"라는 결연한 의지의 대립.

그동안 미네랄이 쏙 빠진 지독한 짠맛만 남은 정제염을 너무 오랫동안 먹어서일까. 방사능이 아니라 방사능 '공포' 때문에 삶이 팍팍해진 요즘, 소금 먹는 사람들의 마음에 나만 생각하는 독한 짠 기운만 남을까 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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