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호 2011년 여름 [특집] 원자력, 쉼표가 필요해

[ 원자력③ ]

방사능 물질, 무해한 노출 기준은 없다

글 임종한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뒤로 방사선 피해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방사선의 위험에 대해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기에 기술선진국이라는 일본에서 터진 원전사고는 그만큼 사람들의 불안감을 봇물처럼 터져 나오게 했다. 병원으로 걸려오는 문의 전화도 폭증 했다. 방사선 노출 정도를 측정 할 수 있는지, 또 방사선에 노출된 후 몸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지, 요오드화칼륨이라는 약품이 방사선 피해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데 사실인지, 또 사실이라면 구입할 수 있는지, 대개 이런 내용들이다.

일본 원전 사고와 연관짓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방사선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이 때문에 방사선에 노출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시민들이 방사선에 대한 기본 지식을 이해하고, 또 만약에 있을 수도 있는 피해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다. 과연 방사선이란 무엇인가. 건강에 어떤 피해를 주는가. 대처 방안은 무엇인가 알아보자.


방사선은 원자내부의 변화로 생기는 파동 또는 에너지를 말한다. 물리학에서는 이를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라고도 한다. 방사선은 에너지를 방출하므로 여기에 노출되면 세포가 손상되고 심하면 세포가 죽게되고, 암이나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활성산소를 대량으로 만들어내 세포의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도 우리는 이미 소량의 자연방사능에 노출되어있고, X선과 전산화 단층 촬용(CT) 등 의료기기를 통해서도 노출되기 때문에 대개 연간 1밀리시버트(mSv)까지를 노출 한도를 정해놓고 있다.

방사능 관련 뉴스가 쏟아지면서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자주 들려올 것이다. 하나씩 정리해보자. 단위면적당 축적되는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단위가 그레이(Gy)인데, 여기에다 노출된 전리방사선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생물학적 유효성지수를 곱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가 바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시버트(Sv)이다. 밀리시버트는 시버트의 1/1000을 말한다. 이와 함께 자주 쓰이는 베크럴(Becquerel, Bq)은 방사능 물질이 붕괴될 때 일초당 방출되는 방사능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다.

우리들은 자연 상태에서도 방사능에 노출돼 있다. 흙이나 건물, 드물게는 우주선 등으로부 나오는 감마선, 심지어는 음식물 및 공기를 통해서도, 일 년에 1밀리시버트 정도는 노출된다. 병원에서 엑스선이나 CT 촬영을 할 때도 방사선에 노출된다. 그밖에도 방사선을 취급하는 산업현장이나 드물게는 핵실험 때문에 생기는 핵낙진이나, 구 소련의 체르노빌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같은 일 때문에도 그런 위험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허용치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수준인 1밀리시버트를 상당히 넘어서 있다는 것이다.

생체 조직을 파괴하고 돌연변이 만든다
방사선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우선 방사선에 노출되면 생체 조직이 파괴된다. 이는 전리방사선의 물리적 에너지가 생체 안에서 전리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전리방사선의 투과력, 전리작용, 피폭방법, 피폭선량, 조직의 감수성, 연령, 개인의 감수성, 화학적 인자 등에 따라 미치는 영향의 정도는 다르지만 세포 장애, 염색체 수와 구조를 변화시키고 유전자를 변이시켜 암과 돌연변이를 불러오기도 한다. 암을 발생시키는 것은 성별, 연령, 건강과 영양상태와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지만 방사능은 전반적으로 암 발생을 늘리며 그 가운데서 특히 백혈병과 같은 조혈기계 암, 갑상선암 등이 많이 발생한다.

방사성 물질은 또한 암과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활성산소를 대량으로 만들어내 세포의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특히 임신중에 방사선에 노출되면 태아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기형아가 생길 수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방사선에 노출되더라도 세포 분열속도와 분화도 등에 따라 반응하는 정도는 차이가 있는데, 골수세포, 임파구 및 임파조직, 생식기 등이 가장 민감하게 손상되고 간장, 신장, 췌장, 갑상선, 뇌 등은 상대적으로 손상 정도가 적다.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안심할 수 없다
체르노빌 사고는 1986년 4월 26일 운전조작원의 어이없는 실수에서 시작되었다. 최악의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25년이 흘렀지만 그 상흔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 사고 초기에 237명의 구조 대원들이 급성 방사선 질환으로 진단되고 134명이 치료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1986년에만 28명이 죽었고 1987년과 2004년 사이에 19명이 더 죽었다. 하지만 체르노빌사고가 미친 영향은 전모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2005년 UN이 사고 20주년을 맞아 밝힌 자료에 따르면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 4천 명이 갑상선암에 걸렸고 이 가운데 9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피해의 전모는 아니다. 전리방사선에 노출되면 우리 몸의 어느 부위에서나 암이 발생할 수 있지만 발암물질에 노출되더라도 발병되기까지는 수년 혹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최근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방사선에 노출되면 백내장, 심혈관질환, 선천성기형 등 이제까지 알려진 것들보다 훨씬 더 많은 질병을 불러올 수 있으며, 체르노빌 사고 이후 유럽에서만 13만 명이 암에 걸렸고 무려 8만9천 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도 있다. 전문가들의 조사에 의하면 체르노빌 사고로 방사선 1밀리시버트에 노출되면서 갑상선암이 10만 명 당 38명, 심혈관질환이 10만 명 당 54명씩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원폭 피해자들의 경우보다 암 발생이 더 많다는 것을 말한다.

일본 원전사고로 우리 국민들은 추가로 0.1밀리시버트가 채 안 되는 정도의 방사성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미미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루 이틀 미량의 방사능물질이 섞여 있는 비를 맞는다고 해서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지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만약 앞으로 사태가 계속 더 악화 돼 우리 국민 5천만 명이 모두 추가로 방사선 1밀리시버트에 더 노출된다면, 갑상선암은 1만9천 명, 심혈관질환은 2만7천 명 더 늘 수도 있으니 이 경우 예상되는 피해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 원전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제라도 정부는 서둘러 방사선 피해로부터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부 원전 공학 전문가들은 원전 사고 때문에 추가로 누출되는 방사선량이 자연방사선량에 비해 적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이야기 한다. 위험천만한 이야기이다. 방사성 유해물질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원자력공학자가 아니라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을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이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국제방사선방호협회(ICRP)의 2007년 보고서나 미국연구위원회(NRC)에서 펴낸 <저방사선의 건강영항 보고서(BEIR-VII)> 등을 보면, 학계에서는 방사선이 건강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양(역치)은 없으며, 노출량이 증가될수록 암 발생 증가 등 건강에 끼치는 나쁜 영향도 증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원전사고와 방사선 누출에 대해 아직은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겠지만 진행되는 상황을 주시할 필요는 있다는 말이다. 또한 정부 당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완벽하고 실행 가능한 응급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방사능에 오염된 비를 하루 이틀 맞는다고 해서,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사능에오염된 비를 지속적으로 맞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 비를 맞은 후에는 젖은 옷을 빨리 갈아입고, 사워를 하면,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개개인 스스로가 최대한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 해야겠지만 정부에서도 방사선 노출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수준에 따라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사전에 방사선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일본 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가 우리 국민들에게 미칠 위험이 그다지 크지 않으니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에 원자력발전소가 계속 건설될 계획이라 2020년대에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대규모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가 일어나면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주민도 3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핵위험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자녀와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풍력과 태양광등 안전한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쪽으로 에너지 정책이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그럴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글을 쓴 임종한 님은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이며 한국의료생협연대 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핵과 방사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면서 사회적 발언을 활발하게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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