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호 2010년 가을 살림,살림

[ 아이살림 - ④출산 전후 할일 ]

아이는 바깥세상과 만날 준비를 하고 태어난다

글 허지원


아이는 바깥세상과
만날 준비를 하고 태어난다

 

10개월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이제 아기의 탄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부모에게 있어 출산과 산후조리의 문제는 또 하나의 숙제이기도 하다.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한 선택과 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부모가 되는 일은 매순간 사소한 것 하나도 고민의 연속이다.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딜 내 아이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자연분만이냐, 제왕절개냐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자연분만이 가능하다면 가장 좋지만, 태아의 크기와 위치, 산모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경우도 어쩔 수 없이 있다.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출산율은 40%에 육박한다. 10명 중 4명이 제왕절개로 출산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꼭 필요하거나 위험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제왕절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분만은 가장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출산 방법이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10개월을 보내는 동안 모든 내장과 사지는 태어난 이후를 위한 연습과 훈련을 한다. 이때 단 두 가지는 연습이나 경험 없이 세상에 태어나는데 바로 폐와 피부다. 폐는 엄마 뱃속에서 외부 공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온전한 구조를 형성하는 대신 완전 차단된 상태로 유지된다. 피부 또한 양수 속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물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상태로 지낸다.


태아는 출산 과정을 통해 물속이 아닌 공기 속에서 숨을 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몸으로 바뀌게 된다. 엄마의 산도를 통해 세상으로 나오면서 산도의 압박을 통해 공기 속에서 호흡하고 살아갈 수 있는 전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렇듯 아기가 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자연분만이다. 제왕절개의 경우 모체에 남은 상처가 인체를 흐르는 12경락과 기경팔맥의 흐름을 차단시켜 원활한 기혈 순환을 막아 지속적인 문제점들을 유발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고 건강한 자연분만 출산이 더 이상적인 출산 방법으로 강조된다.  

 

자연분만
제왕절개
산부인과
조산원
또또…

 

요즘 들어 산부인과나 대형병원뿐 아니라 조산원이나 가정에서 분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산원에서 이루어지는 분만은 오래전부터 행해진 전통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현대 의료에서 출산 과정의 폭력성을 인식하고 유도분만, 무통분만, 제왕절개 등의 인위적인 처치 없이 자연스럽게 분만할 수 있도록 한다. 현대 의료체계에서는 생명이 기계적으로 감지되고 관리되는 시스템 아래 놓여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행해지는 출산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은 배제된 채 산모는 환자로, 출산은 마치 병을 치료하기 위한 기계적인 처치들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반해 조산원에서의 출산 또는 가정분만은 분만을 생리적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한다. 생명 자체를 존중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인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해 새내기 엄마아빠가 할일
현대 의료체계에서 신생아에게 행해지는 처치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서 보호막인 태지를 벗겨내고, 대처할 힘을 갖기도 전에 예방접종의 이름으로 중금속을 들이밀고, 출산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서 떨어뜨려 신생아실에 수용한다. 부모라면 출산 후 이루어지는 행위들에 대해 모두 알고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갓 태어난 아기가 이 세상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말이다.

 

첫째, 태지는 억지로 벗겨내지 않는다.
임신 27주경에 생기기 시작해서 출산 후 24시간 정도 아기의 피부에 머무르는 태지는 신생아의 피부에 있는 하얗게 미끈거리는 기름막과 세포성분을 뜻한다. 태지는 임신 중에는 피부보호막으로 작용하여 탈수를 막고, 출산 후에는 아기의 피부가 공기에 적응하는 동안 지나치게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 보습제 역할을 한다. 출산 시 엄마에게서 받은 면역물질들을 함유하고 있어 세균 감염을 막는 보호제 역할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태지를 아기가 예쁘고 깨끗해 보인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씻어내는 것은 애써 만든 천연 보호막을 억지로 벗겨내는 것과 같다. 신생아의 경우 출산 시 묻은 양수와 혈액 정도를 가볍게 닦아내는 정도로만 처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

 

둘째, 태변이 정상적으로 빨리, 충분히 배출될 수 있게 돕는다.
폐와 대장은 기능이 서로 연관된 장기다. 따라서 신생아의 폐와 피부가 환경에 적응해서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시작하면 대장도 정상적인 활동을 통해 엄마 뱃속에서 만들어진 태변을 충분히 배출해낸다. 태변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어야 태열이 몸 안에 병적으로 쌓이지 않는다. 태열 배출에는 황련시구법이 이용되기도 한다. 황련, 감초 달인 물로 신생아의 입안을 한 번 닦아주면 심장의 열도 내려가고 태변도 원활히 배설되어 태열이 쌓이는 것을 막는다.

 

셋째, 너무 이른 예방접종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예방접종은 여러 가지 위험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백신 성분에 수은을 포함한 중금속이나 독성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직 면역체계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의 신생아에게 태어난 지 일주일째부터 수시로 백신 접종이 이루진다. 아기가 배출해내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양을 한꺼번에 쏟아 붓는 것이다. 예방접종은 가급적이면 생후 6개월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

 

넷째, 아기와 엄마는 같은 방에 함께 있는 것이 좋다.
아기와 엄마가 깊은 유대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아기는 엄마와 한방에 함께 있음으로써 출생 후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적극적인 모유수유로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이런 조치들을 통해 갓 태어난 아기의 면역체계가 안정되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알레르기 질환이나 아토피, 천식 등의 발병률 또한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

 

출산 후 100일, 엄마와 아기 모두 조심해야 할 시간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산후조리 기간은 100일쯤으로 본다. 아기는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나면 목도 가누고, 먹는 것, 자는 것의 주기가 일정해지고 안정된다. 임신, 출산으로 달라진 엄마의 몸도 100일이 지나야 원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출산을 위해 늘어난 모든 관절이며, 산욕기를 거친 자궁이나 생식기도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출산 후에는 자궁과 생식기의 회복이 큰 관건이다. 대략 산후 6주 후에는 부풀었던 자궁도 제자리를 찾고, 자궁내막도 정상을 회복하며 회음부의 상처도 아문다. 이때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자궁내막의 회복이 늦어 출혈이 계속되면 진료를 통해 처치를 받아야 한다. 이 시기에는 임신과 출산을 통해 생기고 정체된 어혈(병리적인 혈액상태)을 개선하기 위해 어혈을 푸는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산후에는 임신 중에 쌓였던 수분을 배출하기 위해 땀도 많이 나고 소변양도 많아진다. 이때 몸을 너무 차게 하거나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찬바람을 쐬면 산후풍 증상이 생길 수 있으니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젖은 옷은 빨리 갈아입는다. 한여름에도 난방을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이도 있는데 지나치게 높은 온도가 아닌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찬바람에 노출되기 쉬운 겨울에는 실내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되 되도록 찬바람을 맞지 않도록 한다.


임신, 출산으로 인해 틀어진 골반으로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틀어진 골반을 바로잡는 추나치료는 최소 산후 6개월이 지난 후에 받는 것이 좋다. 관절도 조심해야 한다. 회음부 통증이나 제왕절개로 인한 상처 때문에 앉은 자세가 불편해 바닥을 손으로 짚고 일어나면서 손목 관절, 무릎, 발목 관절 등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아기를 안는 행위는 손목에 무리를 주어 관절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출산 후 3일간은 활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안정을 취하도록 한다.


음식 섭취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모체를 회복하고 모유수유를 통해 아기에게 고른 영양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이때 매운 음식은 되도록 피하고 육류 섭취와 찬 음식도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약해진 치아의 손상을 막기 위해 딱딱하고 질긴 음식도 피하도록 한다. 모유수유 시 매운 음식을 자주 먹으면 아기에게 태열이라고 하는 피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육류는 피를 탁하게 만들어 어혈을 모이게 할 수 있으니 피를 맑게 해주는 해산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산후 6주 무렵이면 원칙적으로 부부관계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부부관계 또한 100일이 지난 후에 하는 것이 모체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힘겹지만 행복한 출산을 통해 부모가 된다. 산후조리 기간 동안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하여, 육아라는 멋진 항해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기운을 흠뻑 얻기를 바래본다.

 

 

↘글을 쓴 허지원 님은 한방부인과 전문의입니다. 현재 경희동의보감한의원(www.khbogam.kr) 원장으로 여성의 건강과 난임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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