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호 2010년 가을 살림,살림

[ 몸살림 - 권복기 기자의 자연건강 이야기①면역이란? ]

기특하고 강력한 방어막 '면역' 얼마만큼 아세요?

글 권복기 편집위원


권복기 기자의 자연건강 이야기 ①
기특하고 강력한 방어막 ‘면역’
얼마만큼 아세요?

 


 

면역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수백만 년 동안 발전시켜온 방어시스템입니다. 인류는 수많은 위협에 시달렸습니다. 무더위나 추위,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 외에 사자, 호랑이, 악어, 백상아리와 같은 포식 동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했습니다. 독사, 전갈, 독거미 등 몸피는 작지만 맹독을 지닌 존재들도 조심해야 했지요. 독성이 있는 식물도 가려야 했습니다. 인류는 힘, 경험, 지혜 그리고 동료들과의 협력으로 몸집 큰 동물들을 이겨냈습니다. 유해한 동물이나 식물은 특성을 알아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위험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구촌에는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가 또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종류나 숫자 또한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체, 다름 아닌 미생물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세균과 바이러스지요. 이들은 인간이 사는 곳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아니 인간과 함께 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들은 물, 공기, 흙 등은 물론이고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도 들어 있습니다. 지하철 손잡이나 공중 화장실의 문고리, 컴퓨터 자판 위나 휴대전화, 메고 다니는 가방에도 살고 있습니다.


세균은 ‘혼자 힘으로 복제가 가능한 미생물’을 말합니다. 모양에 따라 둥근 모양을 구균, 막대기처럼 길쭉하게 생긴 것을 간균이라고 합니다. 생존 조건에 따라서 공기가 있는 곳에 사는 세균을 호기성, 공기가 없는 데 사는 세균을 혐기성 세균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세균의 종류는 많습니다. 식중독으로 유명한 황색포도상구균, 폐렴균,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균, 매독균, 탄저병을 일으키는 탄저균, 파상풍균, 살모넬라균, 대장균, 결핵균, 비브리오균 등. O-157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세균은 대장균의 종류입니다. 이들 모두 인간에게 큰 위협이 됩니다.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혼자 힘으로 복제가 불가능한 생물’입니다. 인간이나 동물의 살아있는 세포에 침투해 그 힘을 빌어야 복제가 가능하지요. 바이러스도 종류가 많습니다. 간염 바이러스, 에이즈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있습니다. 조류 독감, 사스, 스페인 독감, 수족구병 등도 모두 바이러스가 원인이 된 질병들입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의 침입자 외에 몸 안에도 적이 출현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암세포입니다. 암세포는 건강한 사람의 몸 안에서도 일정한 숫자가 늘 생겨납니다. 암세포는 통제 불능의 돌연변이입니다. 자신밖에 모릅니다. 혈관 재생이라는 과정, 곧 자기 주위에 많은 혈관을 만들어 양분을 혼자만 차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종국에는 자신의 삶터인 생명체를 죽여 종국에 자신까지 죽게 되는 미련한 존재입니다.


공룡이나 사자는 눈에 보이는 위협입니다.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세균과 바이러스는 우리가 인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몸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숫자를 늘려 갑니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늘어날수록 우리 몸은 기능을 잃게 되고 어느 순간 목숨을 잃게 됩니다. 암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정 숫자가 될 때까지 우리는 암세포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몸에는 내외부의 위협 요인을 물리치는 강력한 방어막이 쳐져 있습니다. 면역입니다.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이나 암세포처럼 우리 몸 안에서 생겨난 불필요한 생명체를 제거해 우리 몸을 지키는 시스템’이 바로 면역입니다. 면역 시스템은 생각보다 견고합니다. 인간이 현실 속에 만든 방어 시스템 가운데 이보다 더 뛰어난 것은 없습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은 이에 비하면 원시적입니다.

 

이제
면역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볼까요?

 

면역에 앞서 우리 몸을 지키는 게 있습니다. 바로 피부입니다. 두께 2㎜의 피부는 병원체의 침입을 막는 1차 방어선입니다. 우리 몸이 모두 피부로 덮여 있다면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병원체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훨씬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 몸에는 피부가 덮여 있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입 안, 코 안, 식도 등의 표면이 그런 곳입니다. 점막은 몸의 내부 표면을 덮고 있는 얇고 끈끈한 막을 말합니다. 위, 장, 생식기, 항문 등의 표면도 점막입니다. 점막은 피부와 달리 상처가 나기 쉬워 병원체가 침입하기 용이합니다. 그러나 걱정할 게 없습니다. 점막을 통해 들어온 병원체가 몸에서 살아남으려면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합니다.


우리가 오염된 음식, 곧 병원균이 든 음식물을 먹었다고 칩시다. 음식물이 입 안에 들어오면 우리 몸은 침으로 1차적으로 살균을 합니다. 균의 수가 많지 않으면 입에서 전멸합니다. 하지만 균이 수가 많거나 힘이 센 놈들일 경우 1차 방어선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무시무시한 2차 방어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위장의 산이지요. 위 속의 산은 어지간한 세균은 모두 녹여 없애버립니다. 예전에 작은 비행선을 만들어 우리 몸을 탐사하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이너스페이스>인데요. 이 영화에는 축소된 우주선을 타고 들어간 주인공이 용암 같은 곳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무엇이든지 다 녹여버리는 무시무시한 용암. 바로 위산입니다.


어지간한 균은 위에서 분비되는 산성 물질에 의해 죽습니다. 장의 활성화를 위해 유산균을 먹어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게 바로 위산 때문입니다. 캡슐에 싼 유산균 제품은 위산으로부터 세균을 보호하기 위한 고민 끝에 나온 것입니다. ‘네버다이칸’이라는 제품 이름도 있지요. 제국을 다스렸던 칸처럼 힘이 강해 장에 도달할 때까지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뜻을 담은 것입니다. 어떤 의사는 유산균이 장에 도달하도록 하려면 지금 시중에 판매되는 유산균 음료보다 수십만, 수백만 배 많은 이른바 ‘유산균 폭탄’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실제 외국에는 ‘유산균 폭탄’을 제품화한 회사도 있습니다. 위산은 이처럼 강력한 방어진지입니다. 외부 침입균에게는 ‘유황지옥’이지요.


그러나 균 가운데 산에 강한 균이 있습니다. 이런 균은 ‘용암’이 들끓는 ‘지옥불’을 통과해 장에 이릅니다. 장에 도착한 세균은 마치 천국에 온 기분이 듭니다. 장은 세균이 번식하는데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따뜻하고 물도 많고 각종 음식물이 먹기 좋게 아미노산 상태로 잘 분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세균을 기다리는 더 무시무시한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장내 세균입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60조 개 정도 되는데 장내 세균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100조 개 가량 됩니다. 물론 장에는 좋은 세균뿐 아니라 나쁜 세균도 삽니다. 그렇다고 좋은 세균만 있어서는 우리 몸이 건강하지 않습니다. 좋은 세균과 나쁜 세균의 수가 적정한 비율을 유지해야 합니다.


아무튼 장내 세균에게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은 침입자입니다.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존재이지요. 그러나 어디에나 ‘모진 놈’은 있습니다. 살아남는 병원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들 세포는 장벽을 뚫고 세포 안으로 침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들을 기다리는 무시무시한 세포가 있습니다. 탐식세포입니다. 세포계의 ‘식인종’이지요. 호중구나 매크로파지 등의 ‘탐식세포’는 침입자를 꿀꺽 삼킨 뒤 분해합니다. 바이러스는 ‘자연살해세포(NK세포)’가 출동해 처리합니다. 이러한 면역 반응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이를 자연 면역 또는 선천 면역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닥에 떨어뜨린 음식을 주워서 흙만 툭툭 털고 먹거나 약간 상한 음식을 먹어도 크게 탈이 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모든 방어체계가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부대가 대규모로 밀고 들어오면 여러 겹의 방어망이라 하더라도 막아내기 어렵습니다. 이때 우리 몸에서는 적을 소탕할 수 있는 맞춤형 군대를 양성합니다. 침입자인 항원을 퇴치하는데 적합한 훈련을 받은 세포를 항체라고 부릅니다. 우리 몸은 똑똑해서 한 번 들어온 침입자를 기억합니다. 똑같은 침입자가 들어오면 그에 적합한 군대를 출동시킵니다. 이처럼 항원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에 맞는 항체를 만들어 대항하는 것을 획득 면역이라고 합니다. 후천 면역이라고도 하지요.


예방 주사는 이런 획득 면역 시스템을 적용한 것입니다. 볼거리, 천연두, 간염 등의 예방 주사는 특정한 항원에 맞서는 항체를 몸 안에 미리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감기는 왜 자꾸 되풀이해서 걸릴까요? 예방주사를 맞아도 감기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감기 바이러스가 변신의 천재이기 때문입니다. 감기 바이러스는 아주 빠른 속도로 변신을 거듭합니다. 이전의 바이러스와 싸우며 양성해 둔 군대인 항체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신종플루는 ‘말이 안 되는 말’입니다. 모든 인플루엔자는 신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은 새로운 인플루엔자에 감염됐다는 뜻입니다. 돼지콜레라나 북미독감이라는 이름을 피하기 위한 억지스런 작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어쨌든 우리 몸은 면역이라는 이중 삼중의 방어시스템과 면역세포라고 하는 강력한 군대가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면역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면역 관용이라고 합니다. 면역 관용은 아주 중요한, 꼭 필요한 기능입니다. 음식물 때문에 그렇습니다. 음식은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입니다. 면역 관용이 없다면 우리 몸은 이를 거부할 것이고 우리는 영양실조로 죽게 될 것입니다. 어떤 이유로 우리 몸이 음식이라는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호에서는 우리 몸을 지키는 ‘울트라 파워 마이크로 솔저’, 면역세포를 소개하겠습니다.

 

 

 

↘ 글을 쓴 권복기 님은 한겨레신문 기자로 대안적인 삶과 생태공동체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습니다. 생활명상집 《하루에 단 한번》을 펴냈고, 최근에는 자연의 원리에 맞는 대안건강프로그램인 한겨레자연건강학교를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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