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호 2010년 가을 [특집] 집. 사다, 살다, 짓다

[ 에너지 아끼는 집짓기 ]

집의 기본은 빈틈없이 꼼꼼한 단열이다

글 이대철

집의 기본은 빈틈없이
꼼꼼한 단열이다


강원도 홍천 살둔마을의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는
석유 고갈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전하는
메아리 역할을 하고 있는 살림집이다.
집을 짓고 살림을 시작한 첫 해인 지난 2009년
3천 명 넘는 방문객들이 다녀갔을 정도로
에너지를 적게 쓰는 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스스로 집을 지은 이대철 씨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절약 주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에 쓰인 235mm 두께의 스티로폼(Neopol)


석유 자원이 앞으로 얼마동안 유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 사이에 많은 의견 차이가 있지만, 재생에너지가 아닌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에는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그 제한된 성격이 가격 폭등을 불러일으키고, 대한민국과 같이 힘없는 나라에 사는 서민들이 어려워지는 시점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미래 에너지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예측을 하는 이들은 석유 자원의 한계점이 오기 전에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해 낼 것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비관론자들은 인류가 에너지 문제로 대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며,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은 강대국들과 석유에 의존하지 않던 마을과 부족 중심으로 새로운 인간의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한다.


두 가지 예측 중 하나가 실현되거나 아니면 그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한 미래, 우리는 그 과도기에 살고 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국가나 단체, 민간 차원에서 우리 자신의 안녕과 미래 후손을 위한 다양한 고민과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화석에너지로부터 탈피하려는 이러한 노력 중 하나는 건물, 특히 주거용 화석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려는 것이다. 다양한 기후 조건과 산업시설 여건에 따라 나라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한 국가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주택에 쓰이는 에너지는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공장에서 쓰는 양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용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늘고 있다. 한 해 동안 전국의 수많은 자동차들이 소모하는 화석에너지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쓰는 양이 더 많다.


따라서 전 세계 거의 모든 선진국 또는 상대적으로 산업화된 나라에서는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주택의 에너지 사용량 감소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주택에서 화석에너지 이용량을 줄이는 것, 즉 많은 거주자가 이런 주택(에너지 절약 주택같은)에서 산다는 것은 직접적인 에너지 감량 외에 화석에너지에 대한 거주자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화석연료를 적게 쓰는 집에 사는 사람은 전체적인 에너지 절약에 훨씬 더 적극적이고 실천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주택에서 화석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첫 번째 단계는 어떤 용도로 에너지가 쓰이는가를 인식하는 일이고, 다음은 그것이 왜 필요한지 이유를 밝혀 가장 효율적인 대처 방안을 찾는 일이다. 다른 나라도 그렇지만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냉난방을 위해 소모하는 에너지가 주택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외에 샤워를 위한 온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그리고 집을 밝히기 위한 전기에너지가 있다. 요즘 언론에서 연일 강조하는 신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이 전기 생산과 연관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과연 주택에서 전기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더라도 그 효력이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이 든다.

 

 

균일하게 고단열 시공을 하고 있는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의 공사 현장

 

냉난방을 위해 쓰는 열을 붙잡아야 한다
가장 먼저 집중해서 절약해야 하는 부분은 냉난방을 위한 화석에너지다. 주택에서 냉난방에 왜 이토록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가를 이해하는 것은 주택에서의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주택 내부가 여름에 너무 덥고 겨울에 너무 추운 이유는 집이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거주자를 지켜주는 기본적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집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한 필수 요소를 제대로 된 ‘냉방 또는 난방 설비’라고 꼽는, 매우 흔하고도 치명적인 오해를 하고 있다. 집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는 제대로 된 ‘단열’이다.
 

단열이 제대로 안 된 주택은 추운 겨울날 아무리 난방을 많이 해도 실내 전체를 쾌적한 온도로 유지할 수 없다. 단열이 잘 된 집의 실내는 여름 햇볕으로 벽면과 지붕들이 뜨거워져도 찜질방같이 덥지 않고, 추운 겨울에는 실내의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아 최소한의 난방으로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준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주택에서 쓰는 에너지를 가장 경제적으로 절약하려면 마치 보온병처럼 집을 지으면 된다. 그러려면 반드시 단열재를 사용해야 한다. 흔히 목재나 흙이 단열성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단열재가 아닌 재료로 원하는 만큼의 단열 효과를 내기는 무척 어렵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하다.


적절한 크기의 창을 내고 바깥 쪽에 덧창을 달아 열 손실을 최소화한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

 

단열을 하기 위한 단열재의 두께는 스티로폼일 경우 30cm 정도가 적당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단열이 부분이 아니라 모든 면에 고르게 분포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벽면 단열재로 두께 30cm의 스티로폼이 쓰였다면 적어도 바닥이나 지붕에도 이와 같은 양이 쓰여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주로 쓰이고 있는 방식인, 벽면 단열재 사이에 구조 체를 넣으면 일정한 단열 효과를 내기가 불가능하다. 벽면과 지붕이 만나는 지점 등에서 단열재들이 비는 일도 최소화해야 한다. 열은 빈틈이 보이면 굉장히 빨리 밖으로 빠져 나간다.
 

주택의 모든 면이 고르게 단열되도록 디자인하고 시공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으니 디자인 전 단계부터 구조체의 위치나 연결부위의 처리방법 등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단열재를 연속적으로 연결시키기만 하면 되기에 꼭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기존 주택의 외부를 단열재로 둘러싸기만 해도 고른 단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택의 모든 곳에 일정하게 높은 효율의 단열효과를 실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유리창이다. 유리의 단열 성능이 일반 단열재에 비해 형편없고, 그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청난 고가의 유리창을 찾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유리창을 선택하되, 그 크기를 제한해 밖으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리에 너무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보다는 시스템 창호를 적용해 창틀로 열이 새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태양빛을 얻을 수 없는 북쪽 창문은 여름철 환기를 위한 최소한의 크기로 한다. 여름철 실내온도를 올리는 원인이 되는 동쪽과 서쪽도 최소한의 크기로 하며, 태양빛을 얻을 수 있는 남쪽은 주택 면적 대비 7~15%가 적당한데, 실내에 열저장(축열) 능력이 없다면 7%, 열저장이 가능한 경우라면 15% 크기로 창을 낸다.
 

물론 단열 외에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많다. 하지만 단열문제가 주택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며 시공 후에는 적용하기 힘든 만큼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면 나머지 요소들은 큰 어려움 없이 스스로 깨닫게 되리라 자신한다.
새로 집을 짓거나 디자인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두 가지만이라도 기억하고 실천할 것을 권한다. 단열재는 충분히 써야 하며, 전면에 걸쳐 빈틈없이 연결되어 있어야 함을 말이다.


 

 

↘글을 쓴 이대철 님은 서울 강남에 개발 붐이 불던 1980년대 초반, 반포의 아파트를 팔고 네 식구와 함께 전기도 안 들어오던 경기도 용인의 산골에 집을 짓고 25년간 시골살이를 했습니다. 2년 전 주위에 아파트가 생기자 도시화된 용인 집을 떠나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 에너지 자립을 위한 집을 지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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