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호 2010년 가을 [특집] 집. 사다, 살다, 짓다

[ 아파트와 광고 ]

광고가 쌓아올린 신기루의 집

글 김현경 편집부

광고가 쌓아올린
신기루의 집

 

 

 

2009년 10월 어느 날 아침 신문. 평소 건강을 다루는 지면에 뜬금없이 ‘동해안 시대’라는 이름의 특집 기사가 끼어들었다. 제2영동고속도로부터 강릉~원주간 복선전철 등의 개통으로 동해안이 2시간 이내로 가까워지고, 영동지역에 산업단지와 레저·문화시설이 개발되는 동해안 시대가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강릉시 교동에 위치한 ○○캐슬 아파트를 최적의 주거환경이라고 집중 조명했다. 아파트 전경과 조감도, 고급스런 견본주택의 모습까지 광고 지면보다 화려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161㎡(48평형) 기준 분양가가 2억9천만 원선으로 서울 강남의 20평대 아파트 전세값이면 별장 구입이 가능하다며 10억 원대 자산가라면 아파트를 장만하고도 7억 원의 노후 자금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사 측의 말을 빌어 콘도 회원권보다 투자가치가 있어서 분양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조금이라도 여유 자금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강릉에서 ○○캐슬 아파트를 사야 할 것처럼 부추기고 있었다.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만 같았다.

 

집값은 올리고 삶의 질은 떨어뜨리는 아파트 광고
그로부터 열 달이 지난 뒤, 강릉 교동의 ○○캐슬 아파트 앞에는 분양 문의라는 현수막이 여전히 바람에 나풀거리고 있고, 텅 빈 단지는 황량했다. 사실 이 아파트는 2007년 581세대 중 254세대만 분양되고 3년째 미분양을 해소못하고 있었다.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는 “최근 강릉지역은 뚜렷한 개발 호재도 없고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어서 거래량과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했다. 신문기사대로 분양을 받았다면 다소 손해를 봤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분양 물량을 더 이상 해소할 길이 없다고 판단한 수탁자, 대한토지신탁은 나머지 물량을 임대로 전환했다. 동해안 시대가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던 신문기사의 전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개발 호재라며 떠들어댔던 제2영동고속도로도 경제성 여부에 대한 이견이 생겨 사업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고, 원주~강릉간 복선전철도 올해로 14년째 사업추진 방식과 경제성 논리를 가지고 논란만 벌이고 있는 상태다. 


다시금 지난 신문을 들춰보니 이것은 기사가 아니라 시공사 입맛에 맞춘 광고였다. 서울에도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가는 상황에 지방 도시의 대형 평수 아파트라니, 결국 서울에나 있을 구매층을 설득하기 위해 고급스런 휴양지 별장으로서 높은 투자 가치를 부각시켰던 것이다. 신문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부풀려 건설업계의 미분양 물량 해소와 동시에 아파트 값 상승을 부채질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언론사가 왜 이런 무리수까지 두면서 아파트 팔기에 나서는 것일까?
아파트를 많이 팔아야 건설사 광고로 신문사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 따르면 주요 신문사들의 평균 광고수익을 분석해 보면 부동산 광고가 전체 수익의 10% 이상, 전체 광고 면적의 1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언론사는 스스로 재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하나의 사업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수익구조의 핵심인 광고주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이기 어렵다. 가장 큰 고객인 건설사를 대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론사에게 부동산 광고는 비중이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반면, 건설사에서 부동산 광고비가 차지하는 지출 규모는 전체 건설비용과 개발 차익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수도권 지역 민간 아파트 시세가 4억5천~6억5천만 원에 형성되는데 건축 원가와 토지대금을 제외하고 한 채당 남는 수익이 1억5천~2억5천만 원 이상에 달한다. 이중 홍보비용으로 쓰이는 금액은 한 채당 900만 원에서 1천6백만 원 내외. 대규모 단지를 개발할 때 보통 1천 가구를 기준으로 한다면 100억 원이 넘는 엄청난 비용이지만, 모든 비용을 제하고도 건설사가 얻는 총 수익이 2천억 원을 넘나든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이 정도 광고비용이야 건설사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건설사가 광고비 지출에 후한 까닭은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이미 선분양을 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집을 짓겠다는 계획만 가지고, 가상의 상품으로 구매자를 유혹해야 하기 때문에 광고가 중요하다. 실체가 없는 상품을 선전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이미지 광고에 매달리는 것도 소비자를 현혹하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환상의 광고, 환영의 아파트를 판다
한편 건설사로부터 ‘극진한 몸값’을 받는 유명 연예인들은 광고 속에서 흔히 유럽풍 궁전이나 초현대식 저택에 살면서,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고급스런 자태로 욕조에 앉아 꽃잎을 흩날리거나 세련되고 우아한 차림으로 숲속에서 책을 읽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 등으로 나타난다. 광고가 빚어내는 환상 속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여기에 반드시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전철역이나 생태공원 등이 신설될 것이라는 정보들이 덧붙여진다. 이렇게 해서 이제껏 실체도 없는 가상의 아파트들이 잘도 팔려나갔다. 건설사가 거의 빈손으로 땅값과 건축 비용을 조달하고, 수천억 원의 차익까지 남길 수 있도록 광고가 돕고 있는 것이다. 아니 광고의 환영에 빠져든 눈먼 우리가 그런 구조를 가능하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2007년 경실련의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에서는 당시 아파트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이미연, 고소영, 이영애, 송혜교, 배용준 씨 등 연예인 10명에게 분양가 상승을 조장하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아파트 광고 출연을 자제해달라는 부탁의 공문을 보낸 일이 있다. 아파트 광고 모델이 된다는 것은 업계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미지를 파는 직업을 가진 이들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조건일 수 있다. 대부분 침묵하거나 광고 본연의 속성일 뿐 본인에게 그런 의도는 없다는 뜻 정도를 비추었고, 송혜교 씨만 유일하게 아파트 광고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사이 송혜교 씨는 소속사를 바꾸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파트 광고에는 출연하지 않고 있다.

 

신문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부풀려
건설업계의 미분양 물량 해소와 동시에
아파트 값 상승을 부채질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언론사가 왜 이런 무리수까지 두면서
아파트 팔기에 나서는 것일까?
아파트를 많이 팔아야 건설사 광고로
신문사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 따르면
주요 신문사들의 평균 광고수익을
분석해 보면 부동산 광고가 전체 수익의
10% 이상, 전체 광고 면적의 1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2007년을 기점으로 아파트 분양가는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이 이어져 소비자의 구매욕구가 얼어붙고 있으며,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보급되는 보금자리주택과 장기임대·전세주택 등의 등장으로 과열된 아파트 광고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고급스러움만을 강조하던 대신 점차 실용적인 측면들이 부각되면서 광고 모델들도 교체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광고 빈도도 줄고 광고비용도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고 건설사 광고가 변화하자 언론사는 더욱 바빠졌다. 건설 경기가 부양되지 않으면 고용이 둔화되고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등 서민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며 특히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대출규제완화와 물량공급 조절, 양도세 완화 등의 조치를 취하라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왜, 누구를 위해 이토록 언론사들이 우리의 부동산 경기를 걱정하는가. 언론사가 살아남으려면 실체도 없이 분양부터 하는 환영(幻影)의 아파트가 계속 비싼 값에 팔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싼 광고를 많이 대주는, 환상(幻想)의 아파트 광고가 계속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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