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호 2010년 가을 [특집] 집. 사다, 살다, 짓다

[ 다른 나라의 집살이 ]

우리나라에 비해 편히 빌려 쓸 집이 훨씬 많다

글 박신영

 

2005년 겨울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의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다. 그들은 임대주택 공급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또한 자신들이 거주하는
주택을 아름답게 관리하고 있었다. 임대주택의 디자인과 설계가 현저하게 변화되었고,
가난한 사람들만이 아닌 다양한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이 공급되면서
종전의 임대주택에 대한 불만이 크게 감소하였다.


과연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은 일그러진 생각일까? 필자 의견으로는 주택 소유 열망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며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사람들은 내 집에 살 때 훨씬 만족감이 높으며, 소유하고 있는 주택 가격이 상승함으로써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학자들조차 “주택 구입은 자기 자본에 대한 최고의 투자”라거나 “주택은 부의 원천이자 저장고”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인 대상 조사에서 주택 구입 가구의 90% 이상이 주택 구입을 투자로 보고 있다는 응답을 했다고 한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 위기가 주택 가격 하락을 초래하는 등 주택 소유가 반드시 자산을 상승시키는 것만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기 집을 가지고 싶어하는 열망은 존재한다. 사회주의 국가조차 주택에 대한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주택 소유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주택을 소유하고 싶어도 평범한 샐러리맨이 주택을 소유하기에는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의 주택 가격이 싼 것인가 비싼 것인가를 판단하는 자료로 PIR(Price to Income Ratio)이라는 것이 있다. PIR은 평균적인 주택의 가격이 평균적인 연소득의 몇 배에 해당되는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낮으면 낮을수록 자기 집 취득이 쉬운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2005년 PIR은 3.0으로 평균적인 소득을 올리는 근로자가 3년간 소득을 저축한 돈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2003년 기준으로 4.1, 일본이 다소 높아 2008년 기준 5.0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으로 7.6으로 매우 높고 서울의 경우는 10.5에 달한다. 평균적인 샐러리맨 가구가 10년 6개월간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의 평균적인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장을 개조한 공공임대주택.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집값이 비쌀수록 집을 둘러싼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평생을 노력해도 ‘마이 홈’이 실현되지 않으면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신규 분양되는 주택의 가격을 시장가격보다 낮게 만들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왔으며,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사람도 줄을 세우는 작업을 함께 해왔다. 이 때문에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이 1978년 이래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부가 주택 시장에 개입하면 할수록 분양되는 주택의 상당수가 주택분양 정보에 민감하고 자금동원력을 가진 중산층 이상에게 공급됨으로써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자기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1970년 이후 2009년말까지 1천만 호를 상회하는 신규 분양주택이 공급되었지만 2005년 기준 자가소유율이 60%에 못미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2018년까지 자가소유율을 65%까지 올려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다. 주택정책의 성공사례로 인용되는 싱가포르의 자가소유율은 90%이다. 다만 싱가포르의 자가주택 중 90%가 99년 토지임대부 주택인 것만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집은 개인들이 소유하되 땅은 정부 소유의 것을 빌어쓰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집값이 약간씩 떨어지고 있으며, 장기 저리자금을 대출해주는 주택금융공사가 설립되어 평범한 샐러리맨 가구의 내 집 마련의 꿈이 조금은 가까워졌다. 개인적으로는 집값이 더 많이 떨어져서 자기 집을 마련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꿈이 실현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주택을 소유하면 노후가 편해진다. 주택소유는 최근 이용률이 늘어나고 있는 주택연금대출제도에서 보듯 든든한 노후대책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주택 소유와 관련된 두 번째 문제는 주택 소유의 대열에 끼어들 수 없거나,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을 위한 대안 마련에 인색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주택을 소유하지 않고 임차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부자도 최고급 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최고급 임대주택을 지어서 부자가 된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임대주택 산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의도에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제공하려던 기업이 있었지만, 월세를 기피하는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에 실패로 끝난 사례가 있다. 부자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득이 낮은 가구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장기임대주택을 찾는 것은 더 어렵다.


우리나라 임차가구의 현재 주택 평균 거주기간은 3년을 겨우 넘는다. 우리나라에 현대판 노마드(유목민)가 많은 것은 임차가구의 주거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한 번 이사하려면 중개수수료는 물론 많은 이사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부자에게는 별 부담스럽지 않은 돈도 저소득층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이를 해결하는 대안이 공공임대주택인 것이다. 2009년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중 저소득층이 입주해서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10년 이상 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재고의 4.3%인 62만 1천 호에 불과하다.
미국을 제외하고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가장 적은 나라로 자국 지식인층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일본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이 전체 주택 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기준 5.8%로 우리나라보다는 1.5% 높다. 선진국 중 임대 주택 재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네덜란드의 경우 전체 주택의 34%가 공공임대주택이며,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불하한 영국의 경우 18%, 최근 임대 주택 재고를 다시 늘려가는 프랑스의 경우 17%가 공공임대주택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홍콩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전체 주택 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5년 31.2%로 매우 높다.

 

고령자 주택. 영국


이들 국가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가 주변의 민간임대주택 임대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에 꼭 가난한 사람만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임대료가 입주가구의 부담능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고소득층도 입지가 좋은 공공임대주택 단지에 거주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공공임대주택 단지의 범죄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오히려 낮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을 사회의 낙오자나 무능력자로 바라보지 않으며, 거주자들 역시 공공임대주택 거주는 그들의 선택에 의한 것으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물론 선진국의 공공임대주택단지에도 알코올이나 마약에 의존해서 사는 사람들이 있으며, 기물 파손이나 오물을 방기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일부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내 집을 소유하겠다는 열망 자체는 절대로 일그러진 것이 아니다. 자기 것을 가지고자 하는 열망 때문에 과도한 경쟁이 초래된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이 현대 사회를 이끄는 힘이 된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앞뒤 가리지 않고 투기적 목적으로 주택을 소유하려는 열망은 사회를 불행하게 만드는 점에서 일그러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릇된 열망을 만연시킨 국가 역시 비난받아 마땅하다. 만사 제쳐놓고 허리띠 졸라매고 주택 소유에 매진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아이를 편히 낳을 수도 잘 양육할 수도 없다. 또한 많은 아이들이 밝게 성장하지 못하는 사회는 고령화라는 엄청난 빙산 앞에서 대책을 강구할 수도 없다. 주택 소유에 올인하는 사회는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올라가는 것보다 더 나쁜 징조로 생각한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 자기 자신의 손실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고 살아있는 것을 행복하게 느끼려면 주택 소유라는 외길만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선택만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일 때, 모두가 그 길로 몰릴 수 있으며, 그 길을 가지 못하는 사람이 겪는 좌절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앞으로는 주택 공급 추이, 인구 및 가구구조의 변화를 예상할 때, 종전처럼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주택을 투자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은 변할 여지가 다분하다. 또한 건설중인 국민임대주택이 많으며, 보금자리 주택에도 80만호의 임대주택이 포함되어 있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계속 증가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전히 공공임대주택을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으로 보는 시각이다.

 

   

단독주택 형식의 공공임대주택. 네덜란드


2005년 겨울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의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다. 그들은 임대주택 공급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또한 자신들이 거주하는 주택을 아름답게 관리하고 있었다. 임대주택의 디자인과 설계가 현저하게 변화되었고, 가난한 사람들만이 아닌 다양한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이 공급되면서 종전의 임대주택에 대한 불만이 크게 감소하였다.
최고의 입지에 특정한 소득계층만이 아닌 좋은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기를 희망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임대료는 가구의 부담능력에 따라 납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주택은 투자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반드시 갖추어야 할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이다. 급하게 아픈 사람이 가는 응급실이 있듯이 부도나 파산, 실업 등의 상황으로 가족이 붕괴될 위기에 처할 때, 가족이 함께 갈 수 있는 긴급주택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 홈에 대한 열망도 마이 홈이 개인과 가족을 사회로부터 지켜주는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글을 쓴 박신영 님은 주택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토지주택연구원에서 저소득층 주택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거 안정을 위해 지분형 주택 공급 등의 정책을 제안한 바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또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는 주택만이 아니라 일자리까지 제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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