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9호 2010년 여름 살림,살림

[ 집살림 - 내 손으로 집짓기 ]

평생 살 집을 내 손으로 지어보는 멋진 경험

글 이재열


콘크리트 더미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근 10여 년을 꿈만 꾸다가 2007년 겨울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으로 아내가 발령을 받으면서 봉화에서 살게 되었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대도시에서만 살다가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산이요 들이요 나무인 이곳이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땅값이 전국에서 제일 쌌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많이 오른편이지만 여전히 낮다. 아마도 땅값이 싼 것 때문에 전국 제일의 귀농지로 떠오르고 있는 게 아닐까.
이렇게 우리 가족의 봉화살이는 올해로 4년째다. 봉화에 이사하던 해 겨울이 가기 전에 봉화에 집 지을 터를 장만했다. 나지막한 산자락 중간에 자리 잡은 곳이었다. 주변에 대단한 절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박한 시골풍경 속에 폭 파묻혀 있는 편안한 땅이었다.
막연히 흙집 짓고 살고 싶다는 의욕만 앞섰을 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일단 거의 한 달 동안 인터넷을 헤맸다. 통나무를 토막쳐 흙과 함께 쌓아올리는 목천방식, 거푸집을 쌓고 그 안에 흙을 다져 담을 쌓는 담틀집 등 다양한 방식의 흙집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거의 책 한 권은 될 만큼 많은 자료가 쌓여갈 그 무렵, 흙부대를 쌓아 벽체를 만드는 흙부대 건축을 알게 돼 이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흙벽 말고 다른 자재를 선택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전문가들이 했다면 몇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일이다. 또 평면도를 확정하는 데만도 한 달.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평면도를 고치고 또 고쳤다. 처음에는 공간 개념이 없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줄자로 일일이 재며 익혔다. 거실, 방문, 주방, 화장실, 작은방, 큰방 모두 재고 나니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기본적인 치수를 기준으로 평면도를 만든 지 한 달만에 완성된 도면을 가지고 지금의 집을 지었다. 그런데 다 짓고 나니 꼭 아파트 구조였다. 사람은 자기 경험 이상을 상상하기는 힘든 모양이다.


자재를 선정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았다. 자재의 명칭조차 몰랐다. 고심하다 목조주택 자재상 몇 군데에 연락해 안내 책자를 받아 하나하나 이름을 익히느라 또 십여 일. 그게 끝이 아니었다. 명칭들을 얼추 알게 되었지만 쓰임새가 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려웠다. 또 다시 십여 일 공부를 해야 했다. 또 가장 어려운 문제는 실제로 집을 짓는데 얼마만큼의 자재가 필요한지 산정하는 일이었다. 업자들에게 공사를 맡길 거라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단지 자재 산정만 저렴하게 상담해주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어렵게 평면도를 그린 뒤 컴퓨터로 벽면, 중천장, 지붕 등의 입면도를 거의 한달 가까이 씨름하면서 그렸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 집의 구체적인 구조, 배관의 위치, 지붕방식(우리 집은 맞배지붕으로 했다.) 등등 집에 대한 구체적인 감이 잡혔다고나 할까. 조금씩 알아 갈 때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겁도 없었다 싶은데 당시에는 내손으로 집을 짓겠다는 열망이 모든 것을 압도했던 모양이다. 겁은 커녕 희열이 넘쳤다. 입면도는 전체를 한꺼번에 그리기 전에 부분 부분을 나눠 상세하게 그렸다. 예를 들면 지붕은 중천장부터 지붕 끝 마감재까지 어떻게 구조물을 짜고 단열재는 어느 부분에 얼마나 넣을 것인지, 당장 집을 짓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렸다. 심지어는 못 박을 위치가 적정한지까지 고심했다.
만약 입면도를 이렇게 고심하며 그려보지 않았다면 실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경험 없는 이가 제 손으로 집을 지으려한다면 사전 준비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뒤 축적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재 산출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모눈종이를 잔뜩 사다놓고 그리려니 참 막막했다. 세밀한 50cm 자를 구입해서 입면도에 나온 대로 30분의 1 축적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일일이 필요한 자재목록을 만들고 축적도에 따라 자재의 종류와 필요량 등을 계산하는데 또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그 뒤 자재상들을 만나 자재 값을 물어보고 예산에 맞게 자재를 조정하는 데 또 여러 날이 흘렀다.
 

보일러 설치와 배관 미장까지 내 손으로
땅을 구하는 데 제일 크게 작용한 것은 땅값이었다. 마음에 드는 곳, 앞에 냇물이 흐르고 뒤에는 나무들 우거진 산이 있고 햇빛이 잘 드는 땅은 우리하고는 별 인연이 없었다. 가진 예산 3천만 원 선에서 1천여 평 정도 되는 땅을 구하려다보니 지금의 집터와 만나게 된 것이다. 정확하게 1천250평을 3천300만 원 정도로 장만했다.
터 닦기를 마친 뒤 벽체 구조에 맞게 줄기초를 만들 위치와 배관위치에 따라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준 뒤 그에 맞게 배관작업을 했다. 지하수를 이용한 상수도관, 하수관, 오수관을 동시에 설치했다. 정화조 통도 한 번에 매설했다. 굴삭기는 한 번 부를 때마다 하루 이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여러 가지 작업 계획을 세운 뒤 한 번에 작업을 해야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굴삭기 없이는 무거운 정화조를 들어 올려 매설하는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흙부대집은 흙을 쌓아올린 벽 무게가 엄청나다. 수직으로 하중이 아주 무겁게 걸린다. 특히 건물 전체에 콘크리트 구조가 없이 흙벽이 구조체가 되고 기초 역시 바닥 전체를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만드는 통기초 방식이 아니라 벽체 아래 자갈 줄기초를 놓는 방식이라 지붕의 무게까지 모두 좁은 줄기초에 쏠린다. 때문에 그 아래 매설되는 배관에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상수도 배관은 엑셀파이프로 하고 겉에 전선관을 둘러 보호하고 그 밖에 보온처리까지 했다. 이 상태에서 기초 아래 깔리는 부분에는 다시 150㎜ 두꺼운 pvc관을 덧씌웠다.
기초까지 끝내면 가장 초보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마친 것이라고 여겨진다.
도시에서는 도시가스 등으로 저렴하게 난방을 해결할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한 달에 수십만 원씩 난방유 값을 내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에너지 문제는 건물을 세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런데 막상 집을 짓다보니 에너지 문제는 뒤로 밀리곤 한다. 도시에 살 때부터 태양광 발전기에 대해 배워서 옥상에 직접 설치해 등불을 켜는 데 사용했었다. 그러나 태양열에너지 이용도 속수무책, 비싼 돈을 주고 태양열온수기를 설치하는 것 말고는 엄두를 못 냈다. 그런데 요즘 대안에너지 관련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자료를 찾아보니 외국에는 자기 손으로 만들어 쓰는 사례가 많았다. 귀농자들은 화목보일러를 선호한다. 전통 구들에 비해 효율은 떨어지지만 한 번에 넓은 바닥면적을 덮힐 수 있고 온수를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간벌작업으로 땔 나무도 구하기가 수월해 현재로서는 화목보일러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초창기 화목보일러는 효율이 떨어져 겨울철에는 새벽녘에 일어나 나무를 집어넣어야 할 만큼 불편했지만 요즘은 저탕식이라 한 번에 많은 물을 데워 놓고 밤새도록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돼 있다. 우리집에도 900ℓ짜리 저탕식 보일러를 설치했더니 추운 겨울철에도 하루에 한 번만 때도 온종일 버틸 수 있다. 물론 보일러의 효율은 건물의 단열이 어떻게 돼 있는가에 크게 좌우된다. 집을 지으면서 아예 보일러도 직접 설치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시골에서는 뭐든 애프터서비스를 받기가 수월치 않다. 대부분 스스로 해결하는 게 제일 편할 수 있다. 보일러 설치와 배관까지 몽땅 직접 해보기로 했다. 인근에 사시는 귀농자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또 온수를 쓰거나 장기 외출할 때를 생각해 보조적으로 기름보일러를 화목보일러에 연결시켰다. 배관을 어떻게 하는지 보일러를 파는 철물점 사장님한테 배웠다.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 절대로 보일러 시공하시는 분들에게는 자기가 가르쳐주었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몇 번이나 그러마고 맹세를 한 후 거의 일주일가량 걸려 보일러를 직접 설치했다.

집자체가 주는 따뜻한 느낌은 흙부대집의 장점
보일러 한 대 설치하는 것만도 힘든데 두 대의 보일러를 연결하고 작동시키려다 보니 두세 번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야 결국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었다. 직접 설치하면서 고생을 해보니 이제는 보일러가 혹 고장이 나더라도 겁날 것이 없겠다 싶었다. 출장수리 비용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친김에 올해는 자작 온수기를 설치해보고 내년쯤에는 태양열을 이용해 난방수를 직접 생산할 생각이다.
집을 지으면서 놓친 것들이 몇 가지가 있다. 입주시기가 계획보다 앞당겨지면서 방바닥을 매끈하게 처리하지 못했다. 아마인유와 흙을 다져 바닥을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돈 주고 산 바닥재를 깐 것처럼 매끈하게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손수 다져만든 친환경 흙바닥이 여간 대견하지 않다. 두 번째로 마음에 걸린 것은 흙벽의 특성상 무거운 것들을 벽에 걸려면 미리 벽속에 나무를 설치해뒀어야 했는데 잊어버리기도 했고 귀찮기도 해 그냥 지나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또, 미장을 하기 전에 미리 마테이프 애벌 바르기를 꼼꼼하게 하지 못해 매끄럽게 마무리 되지 않은 부분이 눈에 뜨인다. 그 외에는 크게 아쉬운 부분은 없다.
흙부대집은 벽 두께가 미장을 포함해 50cm에 달한다. 한번 열을 받으면 영하 25℃ 추운 겨울에도 하루정도는 거뜬히 버틴다. 흔히 흙집은 통기성이 좋다고 하는데 냄새가 심한 생선구이를 해도 걱정이 없다. 무엇보다도 집자체가 주는 따뜻한 느낌은 그 어떤 집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장점이다. 흙부대집의 자재는 당연히 흙이고, 전국 어디서나 집터에서 대부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다. 자기 스스로 준비하고 집을 지을 경우 대략 30~40% 정도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천만 원에서 4천만 원에 달한다. 농촌에서는 살림집만 지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창고도 있어야 하고 바깥 수돗가 지붕도 있어야 하고 생태화장실도 필요하다. 집을 짓고 나면 목재 자재와 전동 톱을 비롯해 수많은 장비가 고스란히 남는다. 이것으로 부속건물들을 차례로 짓고 시골살이에 얼마나 요긴하게 쓰이는지 모른다. 비용도 줄이고 좋은 장비들도 고스란히 남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일 좋은 것은 평생 살 집을 제 손으로 지어보는 멋진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글을 쓴 이재열 님은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다 경북 봉화군으로 귀농해 제 손으로 흙자루를 쌓아 집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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