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9호 2010년 여름 [특집] 설탕, 그 달콤하고 씁쓸함에 대하여

[ 단맛, 단말 ]

이름까지 달콤한 단말

글 이승진

이름까지 달콤한
흔히 사랑을 표현할 땐 맛에 관련된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사랑에 푹 빠진 연인들의 감정을 나타내기에 달콤함처럼 어울리는 단어도 없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허니, 슈거, 스위트 등 다정하게 연인을 부르는 말들은 단맛에서 유래했다. 그렇다면 이 단어들의 본래 뜻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생겨났을까. 또 우리 민족이 단맛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해온 말말말…


단말

내가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마 네 살쯤 되었을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많은 싸구려 사탕들이 풍기던 향기로운 냄새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내 머릿속에 생생히 되살아난다.  (…)나는 그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맛있는 물건들이 한꺼번에 펼쳐진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른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먼저 어느 한 가지를 머릿속으로 충분히 맛보지 않고는 다음 것을 고를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나서 마침내 내가 고른 사탕이 하얀 종이 봉지에 담길 때에는 언제나 잠시 괴로운 아쉬움이 뒤따랐다. 다른 것이 더 맛있지 않을까? 더 오래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쪽엔 박하 향기가 나는 납작한 박하사탕이 있었다. 그리고 쟁반에는 조그만 초콜릿 알사탕, 그 뒤에 있는 상자에는 입에 넣으면 흐뭇하게 뺨이 불룩해지는 굵직굵직한 눈깔사탕이 있었다. 단단하고 반들반들하게 짙은 암갈색 설탕 옷을 입힌 땅콩을 위그든 씨는 조그마한 주걱으로 떠서 팔았는데, 두 주걱에 1센트였다. 물론 감초 과자도 있었다. 그것을 베어 문 채로 입 안에서 녹여 먹으면, 꽤 오래 우물거리며 먹을 수 있었다.

 

이 글은 ‘이해의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미국의 아동문학가 폴 빌라드의 작품 중 일부이다. 단지 눈으로 글을 읽었을 뿐인데도, 알록달록한 사탕의 향기와 달콤한 맛이 혀끝으로 전해져 입안에 침이 고인다. 사탕이라는 글자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뇌가 반사적으로 달콤함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것일까. 우리를 유혹하는 강력한 힘, 달콤함이 담긴 캔디, 슈거, 캐러멜, 초콜릿 그리고 막대사탕의 대표 브랜드 츄파춥스까지.

캔디 candy    라틴어로 설탕을 의미하는 ‘can’과 틀에 넣어 굳힌다는 ‘dy’가 결합된 말로, 설탕을 주된 원료로 한 과자를 말한다. 캔디 어원에 대해 또 다른 학설은 인도어로 ‘칸다’라고 하는 설탕이 아라비아로 전해지면서 ‘칸디’로 바뀌었고, 다시 영국으로 전해지면서 ‘캔디’가 되었다고도 한다.

슈거 sugar   곡식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샤르까라(sharkara)’가 어원이라고 한다. 이것이 서쪽 이웃인 페르시아로 건너가서 ‘샤카르(shakar)’가 되었고, 다시 서쪽으로 조금 더 건너가서 아랍어 ‘사카르(sakkar)’가 되었다고. 이것이 유럽으로 건너가 라틴어의 ‘사카룸(saccharum)’, 불어의 ‘쉬끄르(sucre)’, 영어의 ‘슈거(sugar)’가 되었다고 한다.

캐러멜 caramel    캐러멜을 발명한 것은 아랍인들로, 설탕 제조공정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짙은 갈색을 띤 새로운 제품을 얻게 되면서 탄생했다. 그것은 끈끈하면서 향기가 진해 ‘달콤한 소금으로 만든 공’이라는 뜻의 ‘쿠라트 알 밀’이라 불렸다. 이후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카카오 cacao와 초콜릿 chocolate  마야어 또는 아즈텍어에서 유래했다. ‘Cacahuatle - Cacauatl - Cacalatl - Cacao’로 변화하던 말이 최종적으로 스페인어인 카카오로 정착되었다고. 멕시코 사람들은 카카오의 나무를 ‘카카바쿠아틀(Cacavaqualhitl)’, 카카오의 열매를 ‘카코바센틀리(Cacovacentli)’라고 불렀다. 멕시코를 정복했던 코루디스는 카카오 나무를 ‘카카프(Cacap)’라고 보고했지만, 이 카카프가 변화해서 결국 지금 사용되고 있는 카카오가 되었다. 초콜릿 역시 멕시코어로 ‘Chocolatl’에 해당되지만 그들에겐 문자가 없어서 그 음에 알파벳을 적용해 생겨난 글자가 바로 초콜릿이라고 한다.

츄파춥스 chupa chups   스페인어로 ‘핥다’는 뜻의 ‘추파르(chupar)’에서 온 말이다. 19세기 중반에 요셉 베르나트란 사람이 바르셀로나의 작은 가게에서 팔기 시작한 막대사탕이 지금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막대사탕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달콤한 우리 말
설탕에 비해 당도는 낮지만 꿀이나 조청 등이 우리의 식생활 깊숙이 자리했기에, 우리의 음식은 강한 단맛보다는 은근한 단맛을 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맞게 단맛에 대한 표현도 ‘조금 달다’라는 뜻이 더 많이 차지한다.
달콤하다(감칠맛이 있게 달다.)  달짝지근하다(약간 달콤한 맛이 있다.)  감미롭다(맛이 달거나 달콤하다.)  달보드레하다(약간 달큼하다.)  달곰쌉쌀하다(조금 달면서 약간 쓴맛이 있다.)  달곰삼삼하다(맛이 조금 달고 싱거운 듯 하면서도 맛있다.)  달곰씁쓸하다(단맛이 나면서 조금 쓰다.)  들큼하다(맛깔스럽지 아니하게 조금 달다.)  들척지근하다(약간 들큼한 맛이 있다.)  달곰하다(감칠맛이 있게 달다. ‘달콤하다’보다 여린 느낌을 준다.)  달곰새금하다(단맛이 나면서 조금 신맛이 있다. ‘달콤새큼하다’보다 여린 느낌을 준다.)  달금하다(감칠맛이 있게 꽤 달다. ‘달큼하다’보다 여린 느낌을 준다.)  달달하다(‘짜다’와 ‘짭짤하다’가 다르듯이, 단맛이 알맞은 정도를 일컫는다.)  달큰하다([북한어] 꽤 단맛이 있다.)  달착지근하다(약간 달콤한 맛이 있다.)  달큼하다(감칠맛이 있게 꽤 달다.)  들부드레하다(약간 들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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