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0호 2008년 봄 살림,살림

[ 다시 읽고, 생각하기 ]

인간의 법정에 선 도롱뇽

글 김영수 변호사

 


갯벌보전과 관련한 새만금 문제, 댐 건설과 관련된 강원도 동강 문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과 관련한 부안 문제, 최근의 경부대운하사업 구상. 사람들이 예전보다 분명 자연생태계 보존 자체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게 되면서 근래에는 대부분의 국책사업에 있어 환경보존이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개발로 인한 경제적 가치와 환경보존의 가치가 대립하게 마련인 대규모 국책사업은 때론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 중에는 법정에서 다퉈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러한 소송 과정에서는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더 잘 보존하기 위한 다양하고 새로운 법적 시도들이 행해지기도 합니다. ‘도롱뇽 소송’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천성산 자연환경보존을 위한 소송은 그 중에서도 ‘자연의 권리’를 주장한 법적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이 말을 걸다  낙동정맥의 중심부에 위치한 천성산은 22개의 늪과 13개의 계곡 그리고 9개의 능선으로 이루어진 영산으로 예로부터 경관이 뛰어나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명산입니다. 이 천성산에 집단적으로 형성된 크고 작은 22개의 산지늪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지역으로 다른 곳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꼬리치레도롱뇽을 비롯한 희귀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계의 보고라 할 만합니다. 또한 천성산의 산지늪과 계곡들은 저수지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홍수를 조절하고 인근 계곡들의 근원이 되는 등 자연 생태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천성산에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이 동대구-부산 간 고속철도를 만들기 위하여 이 일대를 관통하는 길이 13.5킬로미터의 터널(원효터널)을 뚫는 공사가 예정되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란 고속철도공사로 이 일대 환경·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훼손을 당할 것은 뻔히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특히 천성산을 관통하는 터널공사는 필연적으로 지하수의 수맥을 건드려 산지늪 등 습지를 마르게 하고, 그곳에 서식하는 도롱뇽의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으로 인해 발생될 수많은 죽음과 파괴를 염려하는 많은 단체와 시민들은 그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했습니다만, 결국에 천성산에 서식하는 ‘꼬리치레도롱뇽’이 직접 나서 2003년 10월 15일에 그 대변인들을 자처하는 ‘도롱뇽의 친구들’과 함께 서식지인 천성산 일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하여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상대로 ‘고속철도 양산시 천성산 구간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자연(동물)이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인간의 법’에 호소하는, 우리나라에선 유래가 없었던 역사적인 소송이 시작된 것입니다. 


 
초록의 공명  이 재판에서는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법령에 정한 절차의 위법성 등과 함께 ‘도롱뇽’과 ‘도롱뇽의 친구들’이 원고가 되어 재판을 할 수 있는지가 큰 쟁점이었습니다. 고속철도의 공익성, 공공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간 이렇다 할 견제 없이 진행되던 대형국책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개발이익에만 집착하는 개발지상주의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서,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진중한 권유로서 우리 사회에 만만치 않은 하나의 화두를 던진 이 소송은 1심에서 대법원까지 3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자연이 아프면 인간이 아프고, 자연이 죽으면 인간이 죽을 수 있다.”는 도롱뇽의 호소에 귀 기울인 많은 사람들은 진지하면서도 뜨겁게 호응하였습니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한 번이라도 해 달라.”며 도롱뇽으로 대변되는 뭇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58일, 100일, 그리고 120일이 넘는 기간 세 차례 단식을 하며 도롱뇽의 친구를 자처한 지율스님, 그 초록의 울림에 공명한 41만 도롱뇽의 친구들, 무수한 시민단체들, 그리고 9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환경파괴의 실상을 알리고, 자연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할 길을 모색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2006년 6월 2일 결국 대법원이 도롱뇽과 그 친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결정을 함으로서 도롱뇽의 소송은 막을 내렸습니다.

 

자연의 권리  비록 법원에 위해 받아들여지진 않았으나, 도롱뇽 소송은 국내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자연의 권리소송’인 동시에 다음 세대를 열어갈 ‘미래세대를 위한 소송’의 의미를 가집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이 소송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주인공이 천성산에 서식하는 ‘꼬리치레도롱뇽’ 이라는 것입니다. 자연(동물)인 도롱뇽이 원고로서 재판을 구하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참 의아해 할 일입니다. 지금까지 법원에 사법적 판단을 구할 수 있는 자격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사람’과 ‘법인’에게만 인정되는 권리이고, 동물이나 자연은 ‘사람’이 소유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권리에 객체에 불과할 뿐이고, 자연은 자신과 관련된 ‘인간이 누리는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인간의 권리에 수반하여 부수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롱뇽 소송’에서도 마찬가지로 대법원은 ‘도롱뇽’에게는 ‘자연의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근래의 이상 기온, 또 최근 태안의 기름유출 사고에서 보듯 환경은 더 이상 인간의 이익에 수반되는 부수적 존재가 아니라 환경 자체가 더 이상 인간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인간의 편리와 이익’이란 관점만으로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파괴된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법을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권리를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자, 그것을 넘어서는 ‘자연의 권리’와 ‘자연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연물에게 자신의 보존을 위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자연의 권리 소송’은 자연생태계의 위기를 초래한 인간 중심의 의식과 삶의 방식에 대한 겸허한 자기 성찰적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도롱뇽은 인간의 법정에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법정에 설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속철도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롱뇽 소송’에서 법정에 선 것은 도롱뇽이 아니라 우리 자신들과 우리 사회의 모습은 아닐는지요. 또 현재가 도롱뇽의 위기가 아니라 자연이 건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위기는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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