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2호 2008년 가을 살림,살림

[ 더불어 행복하기 ]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생을 희망합니다 1인 출판사 '달팽이'

글 이승진

 

 

지난해 대한출판문화협회를 통해 납본된 신간 도서 수는 4만여 권 정도이며,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돼 있는 출판사의 수는 2만여 곳이 넘는다. 그렇다면 현재 등록된 출판사에서 발행되는 책은 연간 2권 정도라는 결론이 나오지만, 잘 알려진 대형 출판사에서 연간 발행되는 책의 종류가 수십 권이 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대부분의 출판사는 1년에 한 권도 발행을 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게 이름만 걸려있을 뿐, 단 한 권의 책도 발행하지 못하는, 아니 단 한 권도 발행하지 않는 소규모 출판사가 대부분인 것이 출판 업계의 현실이다. 초판 발행은 보통 2천 부 정도가 되고, 초판을 다 판매해야 만이 간신히 제작비가 충당되는 현실에서 초판의 판매를 넘어서는 책의 수는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을 ‘비즈니스’의 개념으로 본다면 문 닫아야 마땅한 출판사가 부지기수다.

 

 

환경 분야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 봤을법한 출판사 ‘달팽이’. 오로지 한 명뿐인 대표 겸 직원이 운영하는 달팽이출판사는 연간 3~4권의 책을 꾸준히 출판하고 있고, 적지만 마니아층도 있는 출판사다. 그러나 지금껏 출판한 23권의 책 중에 초판을 넘어선 것이 고작 몇 종류뿐이니 마니아층이 있다 해도 회사 유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책의 판매라는 것도 결국 마케팅과 연결되어 있어, 광고를 하고 대형서점에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온라인 배너광고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제작비조차 충당되지 않는 소규모 출판사에서는 마케팅을 할 만한 여력도 없을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초판 판매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6년째 꾸준히 책을 발행하고 있는 1인 출판사 ‘달팽이’가 이제껏 버텨온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달팽이, 원활한 소통을 꿈꾸다

 

환경 관련 서적 중에 참고도서 목록을 따지다보면 ‘달팽이’라는 이름을 종종 접하게 된다. 달팽이출판사는 환경 전문 출판사라고 머릿속으로 분류를 하려던 찰나, 가장 최근에 출판된 책을 보니 「국가는 폭력이다」는 제목이 눈에 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생태 · 환경 전문 출판사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출발했어요. 달팽이출판사를 아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지요.”

 

달팽이출판사는 주로 어떤 책을 내냐는 질문에 김영조 대표는 ‘남들이 그렇게 부르더라’ 는 답을 했다.

 

“흔히 생태 · 환경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공해나 오염, 쓰레기만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태’에 관련해 제가 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말은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사이의 원활한 소통’이라는 표현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달팽이는 생태 전문 출판사가 맞습니다.”

 

20년 가까이 출판사에서 근무했고, 작은 서점과 어린이도서관 운영 등 김영조 대표의 삶은 책과 함께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출판의 문제가 무엇인지 가까이에서 느껴온 사람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서는 우리 눈에 하찮고 작게 보이는 것도 살릴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김 대표는, 대형서점에 밀려 작은 서점들이 자취를 감추는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또한 온라인에서 할인율만 보고 구입하는 그야말로 ‘상업’이 되어버린 모습도 아쉽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런식으로 독자들을 부추기는 출판계의 무분별한 경쟁이 안타깝다고 한다. 문화에는 향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에 팽배해 있는 경쟁의식이 향기를 사라지게 한다며 김대표는 씁쓸해한다.

 

달팽이출판사 같이 대중성이 약한 작은 출판사는 도서관의 도움이 절실하단다. 그런데 요즘은 도서관마다 대출평가제를 도입해 대출 건수에 따라 점수를 주다 보니 대출이 잘 되는 책을 먼저 구비해 놓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베스트셀러의 경우엔 수십 권이 넘게 구비되어 있을 정도여서, 다양한 책보다는 인기도 높은 책들이 먼저 도서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경쟁적인 환경은 책을 가장 책답게 접해야 할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김영조 대표는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며 가장 심각하게 느꼈던 우리나라 어린이 독서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한다. “책은 즐겁게 읽어야 합니다. 몇 권을 읽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지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책을 무슨 영양제 먹이듯이 읽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서를 학습의 하나로 생각하는거지요. 그러니 성인이 되면 책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잘 팔릴 책보다는 천천히 오래 읽혔으면 하는 책을 내고 싶다

 

달팽이출판사에서 발행한 책이 추천도서나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되는 일은 심심치 않게 있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책 중에 악서(惡書)는 없다지만, 달팽이에서 나온 책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추천도서의 선정이 판매량과도 연결되면 좋으련만, 매출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달팽이출판사의 책은 초판을 판매하지 못한 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달팽이에도 베스트셀러가 있으니, 일본의 신문기자 후쿠오카 켄세이가 쓴「즐거운 불편」이다. 많이 팔린 책이라지만 사실 만 부에도 못 미치는 성적. 그렇지만 김 대표는「즐거운 불편」이 대량소비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책인 만큼 조금씩, 꾸준히 팔리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웃는다.

 

달팽이의 책이 안 팔리는 이유는 마케팅 문제가 아니겠냐는 질문에 김영조 대표는 맞다고 한다. 또한 기획력도 딸린다고 한다. 그렇지만 ‘잘 팔릴 것 같은’ 책을 내기보다는 ‘천천히 오래 읽혔으면 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며 멋쩍게 웃는다. 사업가로서의 면모는 찾기 어렵지만, 문화지킴이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산기 들이대고 따지면 출판사 유지의 어려움은 두 번 계산할 필요도 없을 테지만, 세상이 꼭 필요로 하는 것들은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다만 바라는 것은 달팽이출판사가 우리에게 좋은 책을 계속해서 소개할 수 있도록 부디 오래 함께하는 것뿐이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달팽이의 그나마 잘 팔린 책, 그리고 많이 읽었으면 좋을 책을 몇 권 소개한다.

 

 

 

 

 

 

즐거운 불편/ 후쿠오카 켄세이 지음/ 김경인 옮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그리고 대량폐기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는 현대인의 문제점을 담은 즐거운 불편. 이 책은 저자가 자발적으로 ‘불편’한 생활을 즐기고 마음의 풍요를 얻을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 과정을 기록한 체험기다.

 

 

 

슬픈 미나마타/ 이시무레 미치코 지음/ 김경인 옮김

 

미나마타병사건은 패전 후 일본 경제부흥 과정에서 산업자본주의의 치부를 드러낸 환경재앙이었다. 이 책은 1953년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처음 발생한 미나마타병을 당시 ‘평범하고 가난한 주부’였던 작가가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며 취재한 기록소설로 일본기록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모가 학교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전의우 옮김

 

부모 역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 대한 소홀함이 우리 문화의 쇠퇴로 이어지고 있고 우리가 이 문제를 잘 해결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존재 자체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저 좋은 충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아이들의 가치, 존중 그리고 소중함을 가르친다.

 

 

 

동물의 역습/ 마크 롤랜즈 지음/ 윤영삼 옮김

 

저자는 동물의 권리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도덕철학을 전반적으로 고찰하여 명쾌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동물원, 사냥, 애완동물사육 등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하나하나 따져보고 실제 동물권리운동을 위해 우리가 어떤 방법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알아본다.

 

 

 

국가는 폭력이다/ 톨스토이 지음/ 조윤정 옮김

 

이 책에 담긴 7편의 글은 톨스토이가 1890년대부터 쓴 정치적 에세이다. 귀족으로 태어나 국가의 혜택을 받으며 자랐고 장교로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던 톨스토이는 인생의 후반기에 국가 권력의 폭력성과 권력의 모든 도구들에 대한 단호한 거부, 교회와 국가, 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 군국주의와 애국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톨스토이는 교회와 국가, 법, 특히 당대의 재산법을 비판하며 국가를 폭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지배 체계로 묘사한다.

 

 

환경 · 생태 출판사

캐나다의 ‘뉴 소사이어티’

 

 

1996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뉴 소사이어티(New Society)’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환경과 생태 분야의 전문 서적을 내는 출판사이다. 그들이 내는 책의 내용도 그렇지만 매권 발행되는 책의 판권에 표시된 내용만 보아도 출판사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내는 데 나무, 전기, 물 등이 얼마나 쓰였는지와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배출되었는지를 상세하게 알리고 있다. 자기 고백이자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성찰적 자세이다.

 

 

사회적 기업이자 환경운동을 펼치는 단체라고 표현해도 손색없을 만큼 형식적인 표기를 뛰어넘어, 종이(재생용지)에서부터 친환경 공정을 도입하려는 출판사의 의지가 돋보인다. 홈페이지에서는 일반 출판사에 비교해 얼마나 나무를 살리고 있는지 알리고 있다.

 

 

www.newsociety.com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