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2호 2008년 가을 [특집] 물이야기

[ 모두의 물 2 ]

물은 사람들을 불러모아 마을의 생기를 더한다네! - 이탈리아 작은 마을, 파르티니코의 샘물

글/사진 김현경

 

 

연중 강수량이 미미한 이탈리아의 남부 시칠리아 섬에서는 예로부터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물을 구하고 이를 보존하는 방법을 썼다. 집집마다 큰 물통을 장만하여 오래간만에 내리는 빗물을 가득 받아 놓는 것은 물론이요, 높은 산에서 샘솟는 샘물을 음용하는가 하면, 저수지를 만들어 농경수를 얻는 등 섬에서 가능한 취수 방법을 모두 동원하였다. 그 중에 하나로 인구 3만 명의 작은 마을 파르티니코(Partinico)에서는 두오모 성당 바로 옆에 샘물을 받을 수 있는 분수대를 마련하였는데, 단순히 물을 얻는 역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다시 흩뿌리는 역할을 하면서 마을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우리 집은 물을 사서 마시지 않아요. 일주일에 한 번씩 광장의 샘물에서 20리터 통으로 3통씩 길어다 오면 갓난아기까지 다섯 식구가 마실 수 있어요. 슈퍼마켓의 물보다 맛도 좋고요, 돈 낼 필요도 없으니 일석이조 아닌가요?”

 

 

파르티니코에서 태어나고 자란 파트리치아 살비아(37세) 씨는 이 외에도 물을 뜨러 가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이웃과 친척들의 소식도 듣고 새로운 정보도 얻을 수 있어 마을의 반상회가 늘 열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 때문일까, 시에서는 아예 매일 저녁 6시부터 4시간가량을 인근 지역에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전면 통제까지 하면서 사람들이 물 한 모금 마시고 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바쁜 일과보다는 느린 삶을 중시하는 그들의 인생관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제도 때문에 샘물 주변으로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지사. 저녁이 되면 샘물 주변에서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거나 가벼운 저녁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샘물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716년 바로코시대에 아쿠아비바라고하는 추기경이 처음 샘물을 개발하였으니 거의 30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왔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긴 세월동안 광장의 샘물은 늘 한결같았다. 사계절에 따라 물의 사정이 달라지지도 않고, 극심한 가뭄이 와도 샘물이 마르는 법은 없었다. 그와 동시에 마을도 흥망성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늘 평온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에 사는데 휴가를 맞아 시골집에 왔어요. 어릴 적에 할아버지께서 이 물을 마시면 속이 깨끗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올 때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꼭 마시게 되네요.”

빈첸조 타오르미나(41) 씨는 광장의 샘물을 마시는 것은 자신에게 통과 의례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이 광장에도 더 자주 오게 된다고 하니 샘물은 먼 도시의 사람까지 불러 모으는 힘이 있는 듯하다.

 

광장의 샘물이 주민들에게는 함께 모일 수 있는 마을 회관의 역할을 하고,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면서 덩달아 주변 상권도 늘 활기를 띤다. 샘물의 맞은편에서 빠넬레라고 하는 전통묵 튀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살바토레 친쿠에마니(38) 씨는 하루 저녁에 500개의 묵을 만드는데 두세 시간 안에 모두 다 팔려나간다고 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모여 있는 곳이라면 늘 물이 필요하다. 물은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고 음식을 만들거나 빨래를 하는 데 쓰이는 소모적인 물자가 아니라 생명이 태어나 자라서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사막이든 정글이든 마실 수 있는 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모여들고 그들만의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 우리 주변에 아직 마실만한 물이 남아 있을 때 그 물을 더욱 지켜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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