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3호 2008년 겨울 [특집] 살림의 경제

[ 아이 키우기에서 어르신 돌봄까지 - 성미산마을 이야기 2 ]

교육·문화·경제·복지를 아우르는 마을 공동체 실험 마을

글 우미숙

 

 

성미산마을의 중심인 성산동에는 마포두레생협을 비롯해 가까이에 공동육아협동조합과 되살림두레가게와 한땀두레, 친환경반찬가게인 동네부엌, 마을 사람들의 쉼터인 작은나무 카페, 교육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성미산 학교가 이어져 있다. 최근 이 마을에 4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시민공간 나루’라는 5층건물에 들어오면서 마을과 사회운동의 끈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렇듯 성미산마을에는 교육과 문화, 경제, 주민자치, 환경, 복지와 관련한 사람들의 모임과 단체와 활동이 어우러져 있다.

 

 

 

배움터 - 경쟁이 아닌 자연과 더불어 세상을 배우는 교육의 실현

 

 

전국 56개 공동육아어린이집 중에서 6개가 마포지역에 모여 있고 그 중 4개가 성미산마을에 있을 정도로 성미산 마을은 교육공동체 활동이 활발하다. 이 중 성미산어린이집은 2008년에 영구터전이 실현되었다. 작지만 아이들에겐 넓은 마당도 생겼다. 자주 옮겨다닐 필요도 없이 안정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게 학부모와 교사들의 소망이었다. 지나친 경쟁 위주의 주입식교육을 문제로 느낀 학부모들은 자연스럽게 대안교육기관을 생각했고 거기서 나온 게 2004년에 세워진 대안학교 성미산학교다. 초중고 12년제로, 초등 5년, 중등5년, 중등 후기 2년의 학제로 운영된다. 마지막 2년은 인턴십을 통해 스스로 선택한 자기 진로를 준비하는 시기다. 성미산학교도 독자터전에 세워졌다. 넓은 운동장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양한 악기가 갖추어진 음악실과 넓은 체육관, 미술실, 작은 정원·건물 가운데가 뚫려 있어 실내의 답답함을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또 다른 교육의 장 - 마을학교

 

 

우리마을 꿈터는 마을 주민들과 어린이 청소년의 학습터전이다. 2002년에 세워져 택견과 요가, 노래, 여가교실 등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택견교실만 운영된다. 성미산학교와 성서초등학교 학생들이 즐겨 찾는 운동기관이다. 생협조합원 열린강좌도 마을사람들에겐 소중한 교육이다. 특히 2008년에 했던 단식강좌는 3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였다. 먹을거리와 환경이라는 주제를 벗어나 생활강좌를 처음 도입한 것인데 조합원의 호응이 아주 좋았다.

 

 

 

 

 

 

 

 

 

 

일터 - 협동으로 일터를 일궈낸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활동이 곧 일이고, 활동공간이 일터이기도 하다. 특히 협동으로 일터를 만들어내는 본보기를 보인다. 친환경재료로 만든 반찬가게인 동네부엌은 살림살이 경험을 살려 일터를 꾸린 좋은 예다. 8명의 생협 조합원이 동업하여 반찬가게를 냈다. 한 사람당 500만 원을 출자하여 4천만 원을 모았다. 1천만 원은 남겨놓고 3천만 원으로 운영에 필요한 것을 구입했다. 이들은 원래 동아리를 만들어 품앗이 형태로 반찬을 나눠먹는 사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들의 사랑방 구실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뜻을 모은 것이다. 출자자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전직 영양사 출신인 에이미 박미현씨가 일할 사람을 고용해 반찬가게를 꾸렸다. 이는 두레와 달리 사업체였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마을 특성상 반찬가게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맞벌이 주부들이다. 생협 조합원들도 음식을 많이 만들 수 없는 여름이나 아이들 간식을 위해 자주 이용한다.

 

반찬가게의 주 수입은 학교 급식과 회원제 이용자로부터 나온다. 현재 성미산학교와 어린이집 5곳에 급식을 제공한다. 김밥, 식혜, 수정과도 미리 주문하면 배달해준다. 회원제도 회비 7만 원을 내면 식단표를 제공하고 매주 월수금 반찬을 제공한다. 2007년 7월에 생협 매장 옆의 지금 자리로 옮겼고 이후로 경영실적이 좋아졌다. 현재 주방장 부주방장인 대장금과 소장금, 사장이 상근하고 급식사업과 같은 특별한 일에는 필요에 따라 파트타임으로 일할 사람들을 고용한다. 정작 사장인 박미현 씨는 수고비가 없을 정도로 수익이 크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하루 세 끼 식사를 해결하는 의미도 크다며 개의치 않는다. 2007년에 처음 수익이 생겨 배당금으로 8명의 출자자들은 오랜만에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동네부엌은 마을식당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부페처럼 반찬과 밥과 국을 담아 계산해서 먹을 수 있다. 아이들 간식으로 떡꼬치가 마련되어 있어 간식을 챙겨주기 힘든 아이들 엄마에겐 소중한 곳이다. 떡국이나 팥죽과 같이 명절 음식도 준비되어 있다.

 

동네부엌이 엄마들의 일터라면 차병원은 아빠들의 일터다. 성미산지키기운동 때 산꼭대기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일터로 꾸려졌다. 2003년 11월, 녹색자동차문화를 만든다는 목표로 공정한 서비스를 실현하는 자동차정비소를 만들었다. 협동조합형 정비소다. 상근자 2명이 실무를 맡고 있으며 3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돼있다. 지금은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의 쉼터 - 작은나무 카페

 

 

작은나무는 출자자들이 돈을 모아 만든 카페다. 마을의 생협과 조합원, 단체에서 출자를 하여 마련한 곳이기에 사실상 마을카페다. 시작은 아이들 간식을 걱정하는 엄마들의 고민에서 출발됐다.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아이들 간식먹이기에 마땅한 게 없어서 고민하던 몇 명이 돈을 모아 유기농아이스크림 가게인 그늘나무라는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원가가 워낙 비싼 유기농아이스크림은 팔면 팔수록 적자가 늘어 경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작은 공간을 아쉬워하던 성미산 학교 교사들이 뜻과 돈을 모아 작은나무라는 이름으로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 교사들이 하기에 벅차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자 마을에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생협과 조합원, 단체의 출자를 받아 2008년 7월에 지금 자리에서 예전보다 공간을 넓혀 문을 열었다. 카페 천정 중간 지점에 출자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목판이 걸려있다.

 

작은나무 손님들은 주로 어린이들, 마을활동가들, 엄마들이다. 낮시간에는 간식을 먹으려는 아이들로 붐빈다. 학원가기 전에 이곳에서 맛있는 갈릭토스트를 먹는다. 갈릭토스트는 이천 원 짜리 샌드위치다. 일반제과점에서 먹어본 것을 우리밀빵으로 응용해 개발한 것이다. 원래 어른 메뉴였는데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메뉴가 되었다.

 

이곳에는 성미산학교의 과자굽는 모임인 미니샵에서 만든 과자도 내놓는다. 미니샵은 장애청소년들의 직업모색 프로젝트 일환으로 쿠키와 브라우니를 구워 판매하고 있다. 작은나무뿐 아니라 학교 안, 인사동의 카페에도 판매한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우들이 사회에 나가 일하기 위한 연습차원으로 소량 만든다.

 

아이들이 간식을 먹으며 학원숙제를 하고 책을 읽으며, 어른들은 차를 마시며 수다를 나누며 마을모임을 한다. 그야말로 마을사람들의 쉼터이며 마을카페다.

 

 

 

 

 

 

 

마을사람들의 문화공간이며 놀이터 - 마을극장

 

 

마을사람들의 문화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던 중 2008년 4개의 시민사회단체(녹색교통운동, 여성민우회, 함께하는시민행동, 환경정의)가 마을로 들어오면서 마을소극장을 마을에 내놓았다. ‘시민공간 나루’라는 건물의 지하 2층 공간이다.

 

마을사람들은 마을극장에 대한 기대에 들떠 있다. 아이들에겐 아동극과 마술쇼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직접 배우로 꼬마 마술사로 장기자랑 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홍대 앞 클럽이 부럽지 않은 클럽데이를 여는 꿈도 꾼다. 마을의 청소년이 모두 모여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맘껏 날리는 날이다. 마을 문화 동아리들에겐 공식적인 놀이터가 생기는 것이다. “동아리의 꿈같은 놀이터뿐 아니라 새로 태어날 동아리들이 떠오릅니다. 조명 연구회, 음향 연구회, 무대 디자인 연구회…” 마을극장 설립위원 송민규 씨는 극장이 만들어낼 또 다른 세상에 벌써 마음이 부푼다.

 

가까이에 작은 학교가 있어 아이들이 놀이와 공부를 즐길 수 있는 곳, 함께 밥상을 차리고 먹을거리를 나누는 곳, 넘치고 부족한 것을 서로 나누는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는 곳,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쉼터가 있는 곳, 노년을 걱정하지 않는 곳, 아픈 마음과 몸을 정성으로 돌봐주는 곳, 경제적 어려움 없이 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안정적인 일터가 있는 곳……. 이곳이 사람들이 꿈꾸는 마을의 모습이다. 이러한 꿈은 성미산마을에서 이미 실현되고 있다.

 

나를 돌보고 우리를 돌보고 서로를 돌보는 마을. 세상의 위험에서 안전망이 되는 마을.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을. 성미산마을의 실험은 아직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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