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호 2017년 4월호 [특집] 특집-삶은 곧 이야기입니다

[ 함께 만든 사람 류관희 사진가 ]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는 게 좋아서”

글 구현지 편집장 _ 사진 최도연 편집부

창간준비호부터 종간호까지, 발행인과 편집장, 편집부 기자들이 몇 번이나 바뀌는 동안 ‘사진 류관희’라는 이름은 빠진 적이 없다. 그는 《살림이야기》를 가장 오래 함께 만들어 온 사람이다.

 

 

 

한살림 생산자들을 기자보다 더 잘 아는 사진가
“《살림이야기》 사진을 찍으면서 전국의 한살림 생산자님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다들 참 욕심 없고 겸손하시면서 농사일, 삶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시고. 그런 분들을 다른 어디에서 만나겠어요? 그중에도 가장 인상에 남은 생산자를 꼭 한 분 꼽는다면 충남 당진의 정광영 생산자님이에요. 아, 이분이 한살림 생산자구나 하고 딱 알겠더라고요.”
류관희 씨는 ‘땅땅거리며 살다’로 정광영 생산자를 두 번 만났다. 창간호 때 한 번, 그리고 2016년 9월 호에서 부인 김남숙 생산자와 함께 또 한 번.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일손을 쉬지 않는 부지런함에 깜짝 놀랐단다. 단정히 일하는 모습, 사람을 대하는 태도, 조용조용하면서도 한마디 한마디에서 철학과 신념이 느껴지는 말 등 무엇 하나가 아니라 모든 면이 감동이었다고.
“부작용도 있었는데요. 조금 더 나이 들면 귀농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금 내 깜냥으로는 안 되겠구나 하고 좀 겁을 먹었어요.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경기 파주에서 제주 서귀포까지 전국의 한살림 생산자를 인터뷰하는 ‘땅땅거리며 살다’의 사진을 가장 오래, 많이 담당했던 사진가가 류관희 씨다. 창간준비호와 재창간준비호를 포함하여 61호 가운데 46호를 그가 맡았다. 그 자신이 한살림 조합원이고 농사일과 우리 땅에서 나는 농작물에 애정이 깊다. 그런 마음이 사진에도 잘 드러난다.
“가끔 생산자님들이 밥상을 차려 주시기도 하는데, 정말 맛있어요. 다 유기농사를 하시니 식재료들이 워낙 좋으니까. 특히 바로 밭에서 채소를 수확해서 내주시면 그게 최고죠. 이래서 가까운 먹을거리가 중요하구나 느끼기도 하고요.”

 

 

창간준비호부터 종간호까지 편집부의 누구보다 오래 《살림이야기》를 만들어 온 사진가 류관희 씨. 월간지의 표지 사진은 전부 그가 찍었다.

 

 

사진은 사회 참여의 통로
류관희 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스튜디오 아카이브’를 운영하며 광고·홍보·잡지 사진을 주로 찍는 경력 15년이 넘은 노련한 사진가다. 이전에는 영화를 좋아하여 영화잡지들에서 오래 일하며 배우들이나 영화제 사진
도 많이 찍었다. 가끔 “작가님!” 하고 부르면, “저는 작가 아니고 사진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라고 손사래를 치며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충실하게 부응하려는 직업인”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살림이야기》와의 인연을 들어 보면 그가 말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정말 경제적인 일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 참여로서의 일이다. 1990년대 중반 대학을 다니며 학생운동에 몸담았고 2000년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창당할 때부터 당원이었다. 전공을 살려 사진으로 사회 참여 활동을 했다.
2001년부터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에서 일반 시민 독자를 대상으로 발간한 잡지 <참여사회>에 사진가로 참여했던 것도 그 일환이었다. 2008년 어느 날 <참여사회> 편집위원이던 유창주 씨(《살림이야기》 초대 편집장)가 “한살림에서 <참여사회>처럼 잡지를 만들려고 하는데 사진을 좀 부탁한다”고 제안했다. ‘한살림은 좋은 일 하는 단체니까 좋은 잡지를 만들겠지’ 하는 생각에 흔쾌히 수락
했다. 그때는 계간지라고 하니 크게 부담스럽지 않으리라 생각해 별 고민 없이 받아들였고 10년 동안 함께하리라고는 내다보지 못했다고.
그렇게 창간준비호의 ‘땅땅거리며 살다’로 촬영을 시작했다. 그 뒤로 인터뷰, 취재, 물품, 요리 등 여러 사진을 찍었다. 편집장과 기자들이 바뀌는 동안 정작 《살림이야기》편집부 소속은 아닌 류관희 씨가 새로 들어오는 기자들을 맞이하고 일에 적응하는 것을 돕고는 했다. 경력으로 따지면 격에 맞지 않는 약소한 작업비에 일하면서도 “《살림이야기》랑 사진 찍으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게 좋아서” 다른 일보다 우선순위로 일정에 신경을 써 준다.

 

 

요리 완성 사진뿐 아니라 요리하는 장면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위치와 각도에서 끊임없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지리산 동네부엌’에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계간지에서 월간지로 바뀌면서 매달 ‘땅땅거리며 살다’와 ‘지리산 동네부엌’을 거의 전담했다. ‘지리산 동네부엌’은 이름 그대로 달마다 지리산자락에 있는 고은정 씨의 요리작업실에 가서 촬영하기 때문에 오가는 시간을 더하면 이른 새벽부터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온종일 걸린다.
게다가 잡지에 게재되는 요리 완성 사진뿐 아니라 자료로 남기기 위해 재료와 과정 사진까지 다 찍다 보니 일이 많다. 연재 초기에는 진행 기자도 류관희 씨도 좀 고생을 했다. 그러나 3년 가까이 계속하다 보니 모두 익숙해졌다. 류관희 씨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식재료와 요리법에 대해서 배우는 기회가 되어 좋다는 초 긍정 마인드를 발휘한다. 이 연재 꼭지도 진행 기자가 한 번 바뀌었지만,사진은 줄곧 류관희 씨였다.
“앞으로 한살림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진다는 게 아쉽네요.”
《살림이야기》의 마지막 촬영은 ‘땅땅거리며 살다’였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들려준 종간에 관한 소회는 간결했다. 도서출판 한살림에서 만드는 고은정 씨의 요리에세이집 사진 작업이 남아 있지만, 잡지를 통해 정기적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좀 다르니까. 믿고 맡기는 류관희 씨 사진 덕분에 《살림이야기》의 많은 기사가 살았다. “사람과 농사일과 먹을거리를 좋아하는 살림이야기 사람, 류관희 작가님. 그동안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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