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호 2017년 4월호 [특집] 특집-삶은 곧 이야기입니다

[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본 돌봄의 현황과 지향 ]

스스로, 서로 돕는 시대의 도래

글 이승언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과 그 대책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서 쏟아져 나온다. 정부 정책이나 선거 공약에도 단골 주제로 등장하지만 우리의 불안한 마음이 안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은 올해 고령사회(총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14% 이상인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고, 2016년에는 지난 10년 중 가장 낮은 출산율(1.17명)을 기록했다. 통계 수치는 나아지지 않고 사람들의 불안과 고립감은 늘어나는 가운데 돌봄의 필요성이 계속 커지는 현실이다. 《살림이야기》 2015년 6월 호에서는 돌봄의 의미와 함께 국가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서로 돕는 돌봄을 만들어 가는 여러 사례를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돌봄 사례를 통해 현재의 흐름을 알아보고 어떤 돌봄을 지향하면 좋을지 이야기한다.

 

 

협동의 가치를 담은 보육
얼마 전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보육비전 2020’을 통해 2020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을 2천154개소로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2014년부터 다양한 논의를 통해 국공립어린이집 수탁을 준비했다. 그 결과 현재 한살림서울생협에서 3개, 양천아이쿱생협에서 1개,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에서 1개의 어린이집을 수탁하는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 냈다.
대안적 보육 모델로는 공동육아가 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시도하고 있는 부모 참여 열린어린이집 등이 협동과 공동체 돌봄의 가치를 담은 보육으로 모범 사례가 되고 있으며, 보육교사 교육 등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관악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에서는 아이 돌봄을 하고 육아하는 엄마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 내에 ‘서로돌봄센터’를 마련해 시간제 보육을 하고 공동육아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영등포구를 중심으로 모인 엄마들이 아파서 어린이집에 갈 수 없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2014년부터 ‘아픈아이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한살림서울생협에서 수탁 운영하는 한마을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식생활교육을 하고 있다.

 

 

노인 돌봄의 질을 높여 가려는 노력
노인 돌봄은 영유아 돌봄과 양상이 다르다. 관련 사업과 내용이 이미 시장화되어 있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추진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고령사회 진입, 치매 노인 증가 등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는 다양한 맞춤형 노인 돌봄과 저마다 사는 지역에서 서로 돌봄 공동체 기반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공성을 중요시해야 하는 돌봄이 시장 경쟁 체제로 내몰려 있는 상황에서 사람 중심의 정책적·제도적 변화가 시급하나, 대안적 정책을 만들어 내는 시도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를 만들어 요양보호사 교육 등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재가장기요양기관과 좋은 돌봄 협약을 통해 돌봄의 질을 높여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울림두레생협에서는 노인 방문 돌봄 사업인 ‘어깨동무’를 통해 생협 돌봄 모델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 또한 각종 네트워킹을 통해 데이케어센터(주야간보호센터) 수탁을 논의하는 등 지속적으로 대안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한살림서울생협 등 8개 협동조합이
‘사회서비스협동조합협의회’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돌봄을 구현하기 위한 정책 활동, 공공성b강화 활동, 정보 공유 등을 꾸준히 해 나가고 있다.

 

 

독산육아사랑방에서 한살림 조합원이 아이 돌봄을 하는 모습.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 복지
‘마을 지향 복지’, ‘찾아가는 복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복지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의 주민 주도형 지역복지모델 개발 사업인 ‘마을살이’와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가 그 예이다. 마을살이는 5개 지역에서 시범 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주민 주도로 복지 의제를 발굴하고 주민이 직접 리더가 되어 복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역의 복지 생태계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각기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2015년 처음 시작한 찾동은 2017년 1월 기준 18개 구 283개 동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편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더불어락 노인복지관’은 노인이 복지의 대상이 아닌 당사자로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 가는, 공동체와 관계가 중심이 된 마을 복지의 대표 사례이다. 새로운 복지 정책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지역에서 관련 제도가 살아 움직이게 하고 대안적인 돌봄 모델을 만들어 제안하는 것 또한 사회적경제 영역의 중요한 역할이다.

 

 

광진육아사랑방에 모인 엄마들과 아이들. 사진 제공: 한살림서울생협

 

 

서로를 보살피는 관계에서 돌봄이 자리 잡을 것
한살림서울생협에서는 앞으로 돌봄이 조합원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거라고 보고, 2013년부터 돌봄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이미 2009년 부터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가지고 있던 돌봄에 대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2014년 ‘돌봄을 통한 지역공동체, 지역공동체를 통한 돌봄의 관계망’을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설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육아사랑방, 어르신아카데미, 돌봄강좌, 돌봄수다모임 등으로 지역 조합원과 만나고 있다. 2016년에는 아이 방문 돌봄 사업을, 2017년에는 어르신 방문 돌봄 사업을 시작하였고, 일상의 소소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생활 돌봄도 진행하고 있다.
한살림운동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생활자’에 의해 계속 진화하고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박재일 전 한살림 회장은 말했다. 돌봄 또한 일상을 살아가는 각 사람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이웃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돌봄을 자기 문제이자 이야기로 인식하고 경험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육아사랑방의 젊은 조합원, 어르신아카데미 참석자, 방문 돌봄의 이용자와 제공자 모두 돌봄이 자기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서로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켜 가는지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지속적으로 이웃에게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
돌봄은 누가 누구를 돌보는 일방적인 것이 아닌, 내가 사는 지역에서 이웃과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국가의 공적 돌봄이 아닌 서로의 일상을 보살피고돌보는 관계 속에, 손 내밀면 언제든 잡아 줄 수 있는 든든하고 따뜻한 돌봄이 자리 잡을 것이다.

 

 

↘ 이승언 님은 한살림서울생협 전략지원실장으로 일하면서, 지역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서로 돌봄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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