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호 2017년 4월호 [특집] 특집-삶은 곧 이야기입니다

[ GMO의 역습에 대비해야 ]

기능성으로 포장하여 상용화를 꾀하는

글 김은진

유전자조작작물(GMO)은 《살림이야기》가 창간호에서부터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 온 화두. GMO가 농업과 먹거리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 왔고, GMO 식품을 알기도 피하기도 어려운 현실을 보여 주었다. GMO에 반대하여 토박이씨앗을 지키고 다국적 종자기업 반대 행진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했고, 각계각층에서 GMO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전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GMO는 건재할뿐더러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는 모습으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최근의 GMO 관련 추세를 살펴보고 앞으로 더욱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짚어 보았다.

 

 

농약 관련 GMO 재배는 주춤하지만
GMO가 상업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초기 10여 년 동안에는 GMO 재배를 승인하는 국가가 해마다 증가해서 약 28개국에서 GMO 재배를 승인했다. 그러나 그 뒤 10년 동안에는 GMO 재배를 승인하는 국가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거의 제자리다. 이유는 간단하다. GMO를 재배하는 데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세계적으로 GMO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로 콩인 제초제 내성 GMO를 심으면서 독성이 강한 글리포세이트 계열 제초제를 써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잡초들 역시 이 제초제에 내성이 생기기 시작해 새로운 제초제를 추가로 또 써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주로 옥수수, 유채인 살충성 GMO도 마찬가지다. 살충 성분을 이미 지니고 있는 작물을 심었더니 원래 오던 벌레들이 오지 않는 대신 그 벌레들과 천적인 벌레들이 등장하면서 또 새로운 살충제를 써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최초로 GMO를 심은 미국의 농무성에서 2000년대 초반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GMO를 재배하면서 얻은 이득은 생산량 증대로 인한 소득 증가가 아니라 농약 사용량 감소와 노동력 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었다는 대답이 많았다. 즉 생산비가 줄어드는 만큼 이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농약 사용량이 다시 늘어나면서 이런 이득을 얻기가 불가능해졌고, 그 때문에 GMO는 재배 20년 만에 인기를 잃어 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15년 처음으로 GMO 재배면적이 줄어들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기능성 GMO가 새롭게 개발된다
그러나 그동안 GMO 개발에 열을 올리던 기업들이 이 기술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하여 기업들은 새로운 GMO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징표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015년 3월 세계보건기구에서 글리포세이트 계열 제초제를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가 의심스러운 건 그것이 발암물질인가 아닌가에 있지 않다. 그동안 끊임없이 발암물질 논란이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이때 이런 발표가 나왔는가이다. 알고 보니 놀랍게도 글리포세이트 계열 제초제를 써야 하는 제초제 내성 GMO에 관한 다양한 특허가 2015년 4월부터 만료되기 시작했다. 즉 특허가 만료되기 불과 한 달 전에서야 이를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와 거의 동시에 미국에서는 새로운 GMO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갈
색으로 변하지 않는 사과와 아크릴아미드가 생성되지 않는 감자가 그것이다. 기존의 GMO는 농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만큼 농민과 소비자의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새롭게 개발되는 GMO는 소위 기능성인 측면이 많다. 기능성 작물이나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기업은 놓치지 않은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2015년 9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하여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한 GM벼는 대표적인 기능성 작물이다. 세계가 농약 관련 GMO에서 기능성 GMO로 개발 방향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한국에 GMO 문제가 공론화된 데에는 시민들의 역할이 컸다. 이제는 기존의 GMO에서 진화한 기능성 GMO가 재배되지 않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표시제도는 여전히 미흡
과거로 거슬러 가 보자. 1998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GMO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관한 합의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합의회의는 일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GMO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하고 그에 관해 전문가들의 답변을 들은 뒤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자리였다. 이 회의에서 시민들은 GMO의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규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런 결론이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GMO 표시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GMO 표시제도가 도입되고 한동안은 GMO에 관한 관심이 뜸했던 게 사실이다. 표시제도가 시행되면서 GMO에 대한 선택권이 보장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시행된 표시제도는 무용지물이었다. 표시를 안 해도 되는 예외가 많았고, 기업들은 그 예외를 놓치지 않고 활용했다. 대부분의 GMO를, 표시 안 해도 되는 식품에 사용한 것이다. 결국 표시제도를 개정하라는 요구가 높아졌고, 2017년 약 15년간의 요구 끝에 드디어 표시제도가 개정되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 즉 원료 중심의 표시제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GMO 표시제도 개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소비자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정보를 제공받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표시제도인 이상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가 보장되는 제도가 필요하다.

 

GM벼 상용화 등 GMO 전반에 관심 가져야
오랜 기간 표시제도 개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 단체들의 역할이 커졌고 GMO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몬산토반대시민행진 등 집단행동과 GMO반대전국행동과 같은 조직이 활성화되는 등 성과가 상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GMO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활동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
바로 기능성 GMO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2016년에 정부는 화장품용으로 GM벼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있는데도 우리의 관심이 글리포세이트 계열 제초제에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등에서 돌고 있는 GMO에 관한 우려는 GMO 자체보다는 글리포세이트 계열 제초제에 대한 게 대부분이다. 더욱이 농촌진흥청에서 한국은 글리포세이트 계열 제초제의 위해성이 낮다고 발표하면서 앞으로 계속 사용을 허락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만 더욱 집중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제초제에 신경 쓰는 사이 한국 정부는 화장품용으로 GMO를 써도 된다는 승인을 시작으로 서서히 GMO를 상용화할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GMO가 상용화되면 그것을 되돌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살아 있는 생물들이 번져 가는걸 인간의 힘으로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능성이라는 미명 아래 재배로까지 서서히 파고들려는 새로운 GMO에 대해서도 감시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 김은진 님은 농업이 살아야 지구도 살고 미래도 산다는 믿음으로 농업 관련 단체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현재는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농업, 과학기술, 생명공학 관련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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