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호 2017년 3월호 살림,살림

[ 생명을 걸고 죽음을 넘어 ]

생명을 걸고 죽음을 넘어

글 안태호 편집위원

해녀,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전시 <물때, 해녀의 시간>
제주 해녀는 산소 공급 장치 없이 10m 깊이의 바닷속으로 잠수하여 해산물을 채취한다. 해녀가 단순히 물질만 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해녀들은 긴 역사를 통해 나름의 지식을 축적해 왔다. 조류와 바람은 물론, 바닷속 암초와 해산물의 서식처를 포함하는 바다에 대한 인지 수준도 높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19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수년간 해녀와 호흡하며 작업해 온 작가들의 작품과 해녀를 테마로 한 새로운 예술적 결과물이 소개된다. 테왁(해녀들이 사용하는 부력 도구) 하나만 들고 맨몸으로 거친 파도에 과감히 뛰어드는 해녀는 과거부터 외지인의 이목을 끄는 제주도의 상징적 존재였다. 생명을 걸어야 하는 작업인 만큼 해녀 공동체의 지식과 경험은 세대를 이어 중요하게 전승되었다. 달과 바람이 정해 주는 ‘해녀의 시간’에 따라 형성된 해녀 공동체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지혜와 실천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시는 해녀들이 오랜 시간 역사적으로 구성해 온 일상적 삶, 문화 그리고 해녀 공동체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한다.
강소영릴릴, 미카일 카리키스, 변시지, 서재철, 이종구, 최석운 등 작가 14명이 회화, 사진, 설치미술 50여 점을 선보인다. 3월 22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문의 064-710-4300

 

 

이미지 제공: 두산아트센터

 

 

심청이 인당수에 뛰어들기를 거부한다면?
연극 <심청>
제목 그대로의 상황이다. 심청(간난)이 인당수에 뛰어들기를 거부한다. 자신은 가정폭력범이자 주정뱅이인 아버지 때문에 겉보리 스무 말에 팔려 왔을 뿐이라며, 식음을 전폐하고 절대 바다에 빠져 죽지 않겠다고 버틴다. 설상가상,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선주의 세 아들은 자기들 중 간난을 설득하는 이에게 재산을 물려 달라고 선주를 압박한다.
효를 주제로 한 전통 설화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새롭고 신선하거나 발칙한 모양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죽음 앞에 초연하지 못한 건 장삼이사 모든 이의 공통된 정서 아니던가. 아직 제대로 꽃피지도 못한 어린 나이, 만경창파 앞에 몸을 던질 상황에 처한 심청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망설임 없이 몸을 날리는 원작의 심청이 낯설게 느껴진다. 작품은 죽음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권선징악의 익숙한 이야기를 뒤집는 것을 통해 내놓는다. 평생 처녀들을 제물로 바쳐온 선주의 죽음과 제물로 팔려 온 간난의 죽음이 빚어내는 울림은 죽음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며 터부시하는 현대 사회의 문화를 새삼 응시하고 성찰하게 한다.
절제되고 함축적인 문어체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 이강백의 언어와 연출가 이수인의 유려하고 경쾌한 리듬이 뒤섞이는 풍경은 2016년 초연 당시 관객과 연극계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3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문의 02-742-7563

 

 

이미지 제공: 제주도립미술관

 

 

↘ 안태호 님은 문화정책과 기획 영역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삶과 예술이 만나 섞여 드는 과정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제주로 이주하여 새로운 예술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만화를 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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